올 상반기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전년 대비 2900억 원 넘게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2018년 이후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고 코로나19로 카드 사용량이 급감했던 2020년 연간 감소분보다 두 배 이상 많다. 시장에서는 올 들어 영세·중소가맹점 카드 수수료율을 추가로 낮춘 것이 직격탄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감독원이 5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여신 전문 금융회사 영업 실적’에 따르면 올 상반기 8개 전업 카드사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11억 원 줄어든 3조 8799억 원으로 집계됐다.
금융 당국은 2월부터 연 매출이 30억 원 이하인 영세·중소가맹점을 대상으로 카드 우대 수수료율을 기존보다 0.05~0.1%포인트 더 낮췄다. 연 매출 3억 원 이하 가맹점의 신용카드 우대 수수료율은 0.1%포인트 내린 0.4%가 됐다. 그 결과 카드 사용액이 증가함에도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급감하는 기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실제 올해 상반기 신용·체크카드 이용액은 595조 7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5조 4000억 원(2.7%) 불어났다. 특히 올해는 상반기에만 수수료 수익 감소분이 2900억 원을 웃돌아 코로나19 시기였던 2020년(-1336억 원)이나 우대 수수료율을 대폭 인하했던 2019년(-2398억 원)의 연간 수치를 상회한다.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올해 연간으로 따지면 감소 폭이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카드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가맹점 수수료 수익이 줄어드는 것은 일반적인 일이 아니다”라며 “올해 2월에 있었던 수수료율 재산정에 따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과도한 소상공인 우대와 상생 요구에 카드사의 체력이 급격히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상반기 전업 카드사의 반기 이익은 1조 2251억 원으로 전년 대비 18.3%(2739억 원)나 급감했다.
반면 연체율은 급등하고 있다. 6월 말 현재 카드사 총채권 연체율은 1.76%로 지난해 말(1.65%) 대비 0.11%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2014년 말(1.69%) 이후 최고치다. 카드 업계의 또 다른 관계자는 “카드사들이 새 정부 들어 200억 원 규모의 상생기금을 조성하기로 했다”며 “카드대출 금리 인하와 소상공인 지원 등 정부와 정치권이 요구하는 것은 많은데 과도한 상생에 수익이 급감하고 있어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은행권의 건전성도 나빠지고 있다. 6월 말 기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비율은 0.59%로 2분기 신규 발생 부실채권만 6조 40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전 분기 대비 4000억 원 증가한 수치다. 기업 여신 신규 부실이 4조 9000억 원으로 4000억 원 늘어났다. 이 중 중소기업 여신 부실이 빠르게 늘고 있는데 중기 대출 연체율은 0.9%로 2020년 3월 말(0.93%) 이후 처음으로 0.9%대로 올라섰다. 전체적인 부실채권 정리 규모도 2분기에만 6조 5000억 원에 달해 1분기보다 2조 원가량 증가했다.
업종별로 보면 건설업 대출의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2분기 건설업 대출은 2000억 원 줄었는데 이는 지난해 3분기 이후 네 분기 연속 감소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가 있던 2009년 2분기~2010년 2분기(5개 분기)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긴 연속 역성장이다. 건설과 함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부동산업 역시 대출이 9000억 원 줄었다. 1분기(-2조 5000억 원)에 이은 두 분기째 내리막으로 2012년 4분기~2013년 1분기 이후 최장 감소세다. 금감원은 “국내 은행의 부실채권 잔액과 부실채권 비율이 전 분기 말 수준을 유지했는데 이는 연체 정리를 확대한 영향”이라며 “향후 신용 위험 확대 가능성에 대비해 지속적으로 부실채권 관리 및 대손충당금 적립 강화를 유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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