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에서 열린 US오픈 테니스 대회 현장에서 폴란드의 억만장자가 어린이 팬이 받을 모자를 가로채 전 세계적인 비난을 받았다. 당초 그는 “어린이가 느려서 뺏긴 것”이라며 억지를 부렸지만 거센 비판 여론에 밀려 결국 공개 사과했다.
1일(현지시간) BBC에 따르면 사건은 지난달 28일 뉴욕 빌리진킹 내셔널 테니스센터에서 열린 US오픈 남자 단식 2회전에서 벌어졌다.
이날 경기에서 승리한 폴란드 테니스 선수 카밀 마흐착(29)은 관중석에 있던 한 어린이 팬에게 자신이 쓰던 모자를 선물했다. 그러나 옆자리에 있던 남성이 손을 뻗어 이를 가로챈 뒤 동행 여성의 가방에 넣는 장면이 포착됐고, 해당 장면은 영상으로 찍혀 전 세계로 퍼졌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영상이 확산되자 해당 남성이 폴란드 건설업체 최고경영자(CEO) 피오트르 슈체렉(50)으로 밝혀졌다.
전세계 테니스 팬들의 비난이 폭주하자 슈체렉은 한 방송에 출연해 “네가 느린 게 잘못”이라고 어린이를 탓하며 "인생은 먼저 손드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자신을 향해 비판하는 사람들에게도 “공인을 모욕하면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며 맞서기도 했다.
하지만 논란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슈체렉은 태도를 바꿨다. 그는 1일 SNS를 통해 “큰 실수를 저질렀다”며 “아이와 가족, 팬들, 선수에게 상처를 줬다”고 사과했다. 이어 “모자를 아이에게 돌려줬고 아이의 가족에게도 사과했다”며 “조금이나마 실수를 만회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마흐착은 사건 이후인 지난달 31일 해당 소년을 다시 만나 사인과 함께 또 다른 모자를 선물하며 위로했다. 그는 자신의 SNS에 인증 사진을 올리며 “오늘 워밍업 후 좋은 만남을 가졌다. 이 모자 기억나니?”라는 글을 남겼다.
마흐착은 이번 대회 2회전에서 세계 9위 카렌 카차노프(러시아)를 상대로 2세트 뒤집기 승리를 거두며 화제를 모았으나, 3회전 도중 부상으로 기권했다.
폴란드 매체 테니스 마가진(Tenis Magazyn)에 따르면 슈체렉은 아내와 함께 1999년 폴란드에서 포장공사업체 드로그브룩(Drogbruk)을 설립해 운영 중이다. 이 회사는 스포츠 행사와 폴란드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으며, 슈체렉 부부와 두 아들은 아마추어 테니스 선수로 지역 리그에서 활동한다. 또 자택 코트에서 폴란드 프로 테니스 선수 우르슐라 라드반스카 등을 초청해 경기를 치른 경험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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