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인(LINE)을 사용하냐구요? 허허. 대만에서 라인을 사용하지 않는 사람을 만나기 어려울 거예요.”
11일 타이베이 공항에서 시먼역까지 이동하던 도중 택시 기사에게 ‘라인을 사용하느냐’고 질문했다. 택시 기사는 잠시 당황스러운 표정을 짓더니 이내 웃으면서 이같이 답했다. 이어 그는 “하해성황묘에 가면 라인으로 소원을 빌 수 있다”고 답을 더했다. 택시 기사가 언급한 하해성황묘는 타이베이의 오래된 도교 사당이다. 실제 찾아간 하해성황묘에서는 방문객들이 소원을 빈 후 라인페이로 기부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일상 소통은 물론 상점 결제, 종교시설 기부에 이르기까지 라인은 대만에서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었다. 네이버가 현지 진출 14년 만에 이룬 업적이다.
물론 네이버가 대만에서 라인을 현재의 지위에 올려놓기까지 탄탄대로만 걸어온 것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어려울 줄 알면서도 나선 길이었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하고 매 순간 절박할 수밖에 없다”는 이해진 네이버 창업자의 글로벌 시장을 향한 일념이 네이버를 국경 밖으로 향하게 했다.
일본과 닮은 듯한 대만, 쉬울 줄 알았지만 쉽지 않았다
라인의 첫 시작은 일본에서부터다. 이 의장은 1999년 네이버를 창업하고 1년 뒤인 2000년 자본금 1억 엔(약 9억 4000만 원)으로 네이버 재팬을 설립했다. 하지만 몇 번이나 뼈아픈 실패를 겪었다. 이 의장은 2016년 한 기자 간담회에서 이 당시를 돌이켜보며 “계란으로 바위 치기하는 심정이었다”며 “인터넷 서비스로 다른 나라에서 자리 잡기가 어려웠다”고 설명했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을 계기로 네이버의 글로벌 사업 판도는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 의장은 대지진과 같은 재난 상황에서 전화는 끊겨도 인터넷 기반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는 작동한다는 것에 주목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일본 이용자들이 가까운 지인과의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을 선호한다는 점을 알아차렸다. 페이스북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흥행한 SNS더라도, 개방된 공간에서 다수의 이용자와 소통하는 것은 일본 정서에 맞지 않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이렇게 2011년, 일본 현지 특성에 꼭 맞춘 SNS ‘라인’이 탄생했고 소위 대박을 터뜨렸다.
이 의장은 일본에서의 성공에 만족하지 않고 곧바로 대만을 포함한 동아시아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했다. 약 50년간 일본의 지배를 받았기에 비슷한 문화를 갖고 있는 대만. 일본에서의 운영 전략을 그대로 따르면 된다고 생각했지만 오산이었다. 네이버 재팬 등의 시행착오로 일본에서 작지만 어느 정도 인지도를 갖춘 것과는 달리 대만에서의 입지는 ‘0’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출시 몇 달간은 월간활성이용자수(MAU)가 100만 명이 채 안 될 만큼 첫 이용자를 확보하는 것부터 애를 먹었다.
대만의 특성에 집중, 대만에 맞춘 서비스 만들다
이 때문에 회사는 다시 초심으로 돌아갔다. 오로지 대만만 갖고 있는 특성에 집중하기로 한 것이다. 당시 스마트폰 보급률이 30% 수준이었던 대만은 앱을 유료로 이용하는 데는 거부감이 있었다. 이에 라인은 당시 유료로 제공되던 ‘왓츠앱’과는 달리 처음부터 무료 SNS를 표방하며 이용자를 모으기 시작했다. 귀엽고 아기자기한 것들을 좋아하는 특성도 적극 활용했다. 대표적인 것이 ‘라인프렌즈’ 캐릭터를 활용한 ‘스티커(이모티콘)’ 서비스다.
로저 첸 대만 라인 최고경영자(CEO)는 “스티커는 대만 시장에서 라인의 빠른 성장에 기여한 주요 요인”이라며 “라인 이전에는 작은 이모티콘만 제공돼 감정을 온전히 전달하기 어려웠다면, 라인의 큰 스티커들이 등장하며 더 풍부한 표현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대만 현지 기업과의 적극적인 파트너십도 도움이 됐다. 라인은 2013년 대만의 1위 통신 회사인 청화텔레콤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당시 대만 이동통신사와 글로벌 소프트웨어 회사가 협업을 맺은 첫 사례였다. 청화텔레콤에서 라인 요금제를 사용할 경우 라인을 통해 보내는 문자·사진·동영상 데이터 전송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며 빠르게 이용자를 늘린 것이다.
2014년 대만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라인은 본격적으로 대만 현지법인을 세우고 다른 서비스로도 영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탄생한 것이 라인페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라인페이를 선보일 당시 대만 국회에서 전자결제 시스템 관리를 위한 법안을 통과시키는 등 정부 차원에서 ‘현금 없는 사회’를 주도했다”며 “라인페이는 디지털 전환(DX)이 필요했던 현지 니즈(수요)를 정확히 읽어내며 대만 1위 서비스로 자리 잡은 사례”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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