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양대 플랫폼 기업인 네이버와 카카오(035720)가 미래 먹거리로 꼽히는 헬스케어 산업을 두고 엇갈린 전략을 펼치고 있다. 네이버는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기업들을 인수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는 반면 카카오는 디지털헬스케어 계열사의 지분을 매각하며 경영 효율화에 나선 모습이다.
네이버, ‘의료 소버린 AI’에 공격 투자
30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네이버는 최근 클라우드 전자의무기록(EMR) 서비스 오름차트를 제공하는 세나클을 인수했다. 네이버의 주요 계열사인 네이버클라우드가 기존 지분 8.8%를 보유했던 상황에서 세나클에 추가 투자를 단행,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세나클은 클라우드 EMR 서비스 오름차트, 환자용 건강관리 앱 클레 등을 서비스하면서 지난 9월 미국 타임지와 글로벌 데이터 전문기관 스태티스타에서 선정한 세계 최고의 헬스테크 기업에 선정됐다.
네이버가 헬스케어 관련 투자를 단행한 것은 올 들어 벌써 세 번째다. 앞서 네이버는 임상시험 플랫폼 제이앤피메디, 체성분분석 기업 인바디에 투자하면서 헬스케어 플랫폼 고도화 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네이버는 헬스케어 사업을 토대로 한 ‘의료 소버린(주권) 인공지능(AI)’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서울대학교병원과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특화 거대언어모델(LLM) ‘Kmed·ai’도 개발했다.
네이버가 서울대학교병원과 협력해 개발한 한국어 기반의 의료 특화 LLM ‘Kmed·ai’는 올해 의사국가고시(KMLE)에서 평균 96.4점이란 높은 점수를 받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의료 특화 성능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의사국가고시는 필기와 실기 시험으로 나뉘는데, 필기 시험은 전 과목 합의 60% 이상이면 합격이다. ‘Kmed·ai’가 의사국가고시 합격점을 훨씬 뛰어넘는 의료 지식을 갖춘 셈이다. 이에 따라 ‘Kmed·ai’는 임상 데이터를 이해하고 의료진의 판단을 보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는 이와 함께 의료 특화 에이전트 플랫폼을 개발해 서울대병원 구성원 누구나 AI의 도움을 받아 업무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의료 특화 에이전트 플랫폼을 통해 문서 작성 보조, 진단 보조를 시작으로 고도화된 업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네이버는 특히 이해진 창업자의 이사회 복귀로 새 먹거리인 헬스케어 사업에도 가속도가 붙는 모습이다. 이 창업자가 7년 만에 이사회 의장으로 복귀하면서 올해 네이버는 헬스케어 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최고경영자(CEO) 직속으로 테크비즈니스 부문을 신설했다.
이 의장은 28일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서울대학교병원에서 열린 ‘메디컬 AGI 행사’에서 “네이버와 서울대병원이 함께 개발한 의료 특화 LLM이 의료진·환자·의료기관 모두에게 가장 안전하고 정확해야 하는 중요한 데이터를 지켜내고 의료진의 효율성과 환자의 만족도를 높일 것이라고 믿는다”며 “한국의 의료 산업, 진료 상황, 의료법을 가장 깊이 이해하는 의료 소버린 AI의 성공 사례가 되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 차바이오에 카카오헬스케어 매각
카카오는 디지털헬스케어 계열사인 카카오헬스케어를 차바이오 그룹에 넘기기로 했다. 앞서 차바이오텍은 19일 종속회사인 차케어스와 차AI헬스케어(구 제이준코스메틱)를 통해 카카오헬스케어에 구주 매수와 유상증자 참여 형식으로 800억 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카카오헬스케어의 모회사인 카카오도 카카오헬스케어에 400억 원을 추가 투자했다. 아울러 카카오는 이날 차바이오텍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에 300억 원 규모로 참여해 차바이오텍의 지분 약 3%를 확보했다.
이로써 차케어스·차AI헬스케어 두 회사가 보유하는 카카오헬스케어 지분은 43.08%로 최대주주에 올랐다. 카카오는 29.99%의 지분율로 2대 주주로 내려앉았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사실상 카카오가 헬스케어 사업을 정리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카카오는 카카오톡과 AI를 핵심 사업으로 제시하고 이를 제외한 사업의 경우 정리하겠다는 기조를 이어오고 있다. 특히 100여개에 달하는 그룹 계열사를 연내 80여개까지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지난 달 주주서한을 통해 “취임 직후 132개였던 계열사를 1년 반 만에 99개로 줄였고 연말까지 80여 개로 축소할 계획”이라며 “AI 시대에 핵심에 집중하기 위한 전략이자 사회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카카오의 의지를 담은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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