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관세 협상안에 농축산물이 포함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농가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관세 협상 시한이 다가오면서 농민 단체들은 잇달아 집회를 열며 정부를 상대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우 농가 8만 곳으로 이뤄진 전국한우협회는 30일 서울 종로구 주한미국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반대한다”며 “이번 협상이 불공정하게 타결된다면 전국의 한우 농가는 국민 건강과 식량주권을 지키기 위해 미국산 소고기 불매운동에 돌입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한우협회는 “한국은 이미 미국 농산물의 5대 수입국이며 지난해 미국은 농산물 분야에서만 80억 달러가 넘는 무역흑자를 기록했다”며 “검역주권을 침해하는 불공정 협상 중단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한우협회는 정부의 협상 결과에 따라 1만 명 규모의 전국 한우 농가 총궐기대회를 여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겠다고 예고했다.
정부는 쌀과 소고기 등 농축산물을 포함한 모든 협상 카드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미국과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쌀과 소고기 등 민감 품목은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비관세장벽 완화 요구에 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대통령실이 협상 품목에 농산물이 포함됐다고 밝히면서 농민 단체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농림축산식품부에 사과 수입 확대를 검토하라고 요청했다는 사실도 알려진 바 있어 전국사과생산자협회도 대규모 집회를 예고한 상태다.
다만 소고기와 쌀을 실제로 시장 개방하기 위해서는 많은 장벽들이 있어 현실성이 낮다는 평가도 나온다.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또는 소고기 제품을 반입하고자 하는 경우에는 국회의 심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2008년 ‘광우병 사태’로 인해 전국적인 집회가 이어지면서 마련된 조항이다.
쌀 수입량 확대도 한국 정부의 독자적인 결단으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한국은 수입 쌀에 40만 8700톤의 쿼터를 운영하고 있고 이를 미국·중국·태국·베트남·호주 등 5개국에 배분하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문에 명시된 이 내용을 수정하게 될 경우 협정에 참여한 5개국의 동의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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