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충을 원하는 대로 조종하거나 정교하게 모방한 로봇을 개발하는 ‘사이보그 곤충’ 기술이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팜(지능형 농장)과 연계해 곤충 로봇에 수분(受粉)을 맡기거나 초소형 카메라 삼아 첩보 활동을 펼치는 등 산업과 안보 전반에 다양하게 응용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6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베이징 이공대 연구진은 벌의 움직임을 조종할 수 있는 74㎎짜리 초소형 뇌 제어장치를 개발한 연구 성과를 지난달 자국 학술지 ‘중국 기계공학 저널’에 발표했다. 제어장치는 바늘처럼 가는 전극 3개를 벌의 뇌에 꽂아 전기신호를 보내 전후좌우 움직임을 유도한다. 연구진은 실험용 벌이 신호에 따른 명령을 90% 빈도로 따랐다고 전했다. 일론 머스크의 ‘뉴럴링크’ 같은 뇌 컴퓨터 인터페이스(BCI) 장치를 꿀벌의 꿀주머니보다 가볍게 초소형화한 셈이다. 연구진은 이를 재해 현장 수색이나 군사 정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사이보그 곤충은 중국에서 처음 등장한 기술이 아니다. 올해 3월 말 미얀마를 강타한 규모 7.7 대지진 현장에 싱가포르에서 개발된 ‘사이보그 바퀴벌레’ 10마리가 투입돼 실종자 수색 활동을 펼쳤다. 사이보그 곤충이 실생활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 기술은 싱가포르 홈팀과학기술청(HTX)과 난양공대 연구진이 개발해 지난해 선보였다. 6㎝ 크기 ‘마다가스카르휘파람바퀴’에 이동을 제어할 수 있는 전극과 카메라 등을 장착한 장치다.
이동을 넘어 곤충에게 음악 연주를 시킨 시도도 최근에 있었다. 일본 쓰쿠바대 연구진은 올해 4월 매미의 발성기관을 자극해 소리를 제어할 수 있는 ‘곤충·컴퓨터 하이브리드 스피커’ 기술을 선보였다. 기술 시연 영상에서 매미들은 몸에 전극을 꽂고 전기 자극에 따라 높낮이가 다른 음을 내며 요한 파헬벨의 ‘캐논’을 연주해냈다. 그런가 하면 또 다른 베이징 이공대 연구진은 올 초 꿀벌이 날면서 생기는 진동에너지를 전기로 바꾸는 초소형 압전 발전장치를 선보이기도 했다. 꿀벌 흉부에 매달 수 있는 46㎎ 장치로 5.66V 출력의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곤충을 모방한 초소형 로봇도 발전 중이다. 곤충 로봇은 몸집만큼 동력 장치 크기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빠르고 오래 날기가 어렵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올 초 4㎝ 크기, 750㎎ 무게의 초소형비행체(MAV)를 개발해 17분 가까이 비행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존 대비 100배 이상 향상된 기록이자 최장 기록이다. 비행 속도 역시 초당 35㎝로 학계에 보고된 최고 속도다. 연구진은 디자인을 개선해 기존에 날개들이 펄럭이면서 생기는 공기 흐름이 서로 부딪치면서 양력(뜨는 힘)이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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