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을 전문으로 제조하는 벤처 기업들이 서울 국제 항공우주·방위산업 전시회(ADEX)에 참여하며 방산 사업 확대에 출사표를 던진다. ADEX는 2년마다 열리는 국내 최대 규모 방산 박람회로 이전까지는 군과 전통 방산 기업들이 기술력을 뽐내는 행사였다. 그동안 행사에서 참관 정도에 그쳤던 국내 드론 업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방산 업계 내 드론의 존재감이 커진 점을 발판 삼아 ADEX에 본격 진출하기 시작했다. 드론 기업들은 이번 ADEX 참가를 계기로 우리 군과 해외 기업에 제품과 기술력을 소개하며 방산 기업으로서 입지를 굳힐 예정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파블로항공은 창사 이후 처음으로 올해 ADEX 행사에 참가한다. 파블로항공은 이달 20일부터 24일까지 경기 고양시 킨텍스 ADEX 전시장에 54㎡(약 16평) 면적의 단독 부스를 차리고 파블로M 브랜드를 집중 홍보할 계획이다. 파블로M은 파블로항공이 올해 새로 공개한 국방 전용 드론 브랜드다. 브랜드 제품으로는 군 작전에 투입할 수 있는 자폭 드론 S10s와 정찰 드론 R10s를 갖추고 있다. 1㎏의 경량 탄두를 탑재한 자폭 드론을 여러 대 동시에 띄워 목표물을 타격하는 군집 자폭 드론 시스템을 중점적으로 소개한다.
2023년 설립된 에어빌리티는 창업 2년 만에 ADEX에 진출한다. 단독 전시 부스는 물론 ADEX 주최 측이 따로 조성한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전용관 전시에도 참여한다. 에어빌리티는 AAM관에서 현재 개발 중인 수직이착륙 무인기 AB-U60과 이 기체를 활용한 공중 드론 발사 시스템을 처음으로 공개한다. AB-U60의 양 날개에 2㎏의 자폭 드론을 싣고 공중에서 날리는 기술이다. 이 시스템은 소형 자폭 드론을 수송기와 결합하면서 작전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아울러 자폭 드론의 자체 추진력에 수송기의 운동에너지까지 더해 충격 효과도 확대할 수 있다.
프리뉴는 4년 만에 ADEX 전시회에 단독 부스를 설치한다. 올해 프리뉴의 행사 목표는 해외 방산 업체에 이름을 알리는 것이다. 지난해 공군기지 경계용 무인기 제조 사업을 따내며 쌓은 기술력으로 해외 시장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것이다. 프리뉴는 회사의 주력 드론 제품 3종을 전시에 선보이며 제품의 실용성을 알리는 데 집중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니어스랩, 네드솔루션스, 해양드론기술, 아쎄타 등이 올해 ADEX에 참가한다.
드론 제조사들은 ADEX 공식 참가를 두고 “폐쇄적인 방산 업계의 문을 연 것”이라며 자축하는 분위기다. 직전 ADEX가 열린 후 지난 2년 사이 러·우 전쟁에서 드론의 활약상이 주목받으면서 국방 분야 내 드론의 중요성이 커졌다. 드론 제조사들도 직전 ADEX 이후 군용 드론 제품을 개발하고 우리 군과 협업 성과를 내면서 ADEX 진출 기회를 확보했다.
ADEX에 참가하는 드론 제조사들은 경영진이 직접 나서 국내외 방산 업체와 교류 폭을 넓히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특히 기업들은 미국 등 우방국의 기업들과 접점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 기회를 만드는 데 주목하고 있다. 최근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첨예해지면서 우방국에서 만든 드론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 드론 제조사 관계자는 “회사 내부에서 ’올해 ADEX는 무조건 참가해야 한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며 “지금이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할 적기인 데다 ADEX처럼 글로벌 방산 업계 관계자들이 한데 모이는 기회는 흔하지 않다”고 귀띔했다.
드론 업계는 ADEX 참가 이후 기술 고도화와 제품 국산화를 통해 세계 시장의 문을 두드리겠다는 포석을 밝혔다. 이종경 프리뉴 대표는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부품 제한 정책이 확산되는 중”이라며 "우리 정부도 무인기 부품 국산화 정책을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만큼 제품 국산화에 매진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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