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자흐스탄에는 ‘Q팝(Qazaq POP)’이 있다. 한국의 K팝 그룹 형성 방식과 스타일을 벤치마킹해 현지에서 탄생한 새 음악 장르라고 한다. 최근 출장으로 알마티를 찾았다가 Q팝 그룹을 봤는데 노래, 패션 스타일 모두 한국과 아주 비슷해 깜짝 놀랐다. 콘서트장에서 한국의 팬들처럼 반짝이는 응원봉을 흔드는 현지 관람객을 보며 ‘진정한 문화강국의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하고 실감했다.
대한민국은 한류로 세계인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전 세계를 휩쓴 ‘케데헌’ 열풍, 국제 무대에서 빛났던 영화 ‘기생충’과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한강 작가에 이르기까지 최근 K컬쳐의 도약은 나열하기가 힘들만큼 눈부시다. 흥미로운 것은 한류로 촉발된 한국 문화 확산이 전통적 서구 강대국의 문화 전파 모델과 다르다는 점이다.
영토 확장과 무력을 통해 강제적으로 확산된 로마·대영 제국 모델과 달리, 한국은 감성적 매력과 공감의 힘으로 문화가 퍼져나갔다. 밑에서부터 시작된 문화의 확산은 Q팝의 사례처럼 현지에 깊이 뿌리내리고, 단순히 경제 영토를 넓히는 것 이상의 효과를 발휘한다.
새로운 유형의 소프트파워는 대한민국의 국가 브랜드를 강화시키며 오늘날 우리가 문화강국으로 도약하는 기반이 되고 있다. 한류 콘텐츠가 한국인에 대한 호감과 신뢰를 형성하면, K소비재는 그 감성적 자산을 구체적 소비 행동으로 전환시킨다. 문화와 산업이 선순환하며 만들어내는 구조가 바로 ‘문화기반 산업경제’의 핵심이다.
소비재 수출은 그래서 문화강국으로 진화를 가속화하는 매개체다. K소비재는 단순한 상품이 아닌 ‘체험 가능한 한국 문화’다. 드라마 속 배우가 쓰는 화장품, 아이돌이 즐기는 간식이 한류 콘텐츠를 통해 친숙하게 일상에 스며들면서, 문화적 공감은 실질적 수출로 이어진다.
문화강국을 견인할 소비재 수출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첫째, 현지화다. 예컨대 K푸드는 세계 곳곳에서 사랑받지만 지역별 식습관과 종교적 제약을 세밀히 반영해야 한다. 인도네시아 등 이슬람권에서 큰 성공을 거둔 할랄 인증 라면, 비건 문화를 고려한 채식용 김밥 등은 현지 문화와 접점을 수용한 좋은 사례다.
둘째, 디지털 감성 마케팅이다. 한류 확산은 콘텐츠에 대한 문화적 공감과 상호 작용을 기반으로 하면서 전통적 광고보다 유튜브·틱톡 등 디지털 플랫폼을 통한 ‘참여형 소비’가 먹혔다. 실제로 동남아 등에서는 현지 크리에이터가 직접 체험한 한국 화장품 사용법, K푸드 경험 영상이 수백만 조회 수를 기록하며 K소비재 수요를 견인하고 있다.
셋째, 산업 간 융합이다. 글로벌 소비자는 단순히 제품을 구매하는 데서 나아가 ‘경험’을 소비한다. 따라서 K컬쳐에서 시작해 식품·뷰티·패션·서비스 등이 하나의 문화적 가치사슬로 연결될 때 비로소 시너지가 극대화 될 수 있다. 예컨대 한국의 미식과 화장품, 한복, 관광이 결합해 라이프 스타일을 체험하는 ‘융합형 접근’은 국가 브랜드의 프리미엄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류박람회(KBEE)는 이같은 3대 전략의 집약체다. 산업과 문화의 융합을 통해 한국 브랜드를 15년간 알려온 대표 행사로 상반기 카자흐스탄·캄보디아에 이어 하반기엔 미국 뉴욕과 말레이시아에서 개최된다. KOTRA는 박람회를 통해 K소비재의 외연을 넓히고, 문화와 산업의 선순환 구조를 견인해 ‘문화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을 끌어올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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