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재설계해 203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4000만 명, 관광 수입 400억 달러(약 55조 원)를 달성하자는 ‘관광 대국’ 비전이 제시됐다. 관광을 단순한 서비스를 넘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해 정부는 물론 민간의 인식을 혁신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관광학회는 지난달 24~25일 경주에서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한국 관광 2030 로드맵’을 발표했다. 한국관광학회장을 맡고 있는 서원석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기조 발표에서 “관광 산업이 살아야 지역이 살고 국민이 웃는다”며 “관광을 단순 소비가 아니라 미래를 여는 투자 관점으로 재정의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번 한국관광학회 학술대회는 학계와 산업계 전문가 200여 명이 참석해 릴레이 토론과 세션을 진행했고 이를 기반으로 새 정부에 관광 산업 청사진을 제시했다.
2030 로드맵에는 관광을 국가 경제 전략산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5대 전략 방안’이 담겼다. △관광 경제의 실용적 가치 확립 △지역 활력 도모 △고부가가치 질적 관광 성장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 △제도 정비와 혁신 등이다. 먼저 서 학회장은 관광 패러다임의 변화에 주목했다. 디지털 전환, 워케이션 확산으로 관광의 개념이 바뀌고 팬데믹 이후 외국인 여행객 유입 속도가 빨라지면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수준이 혁신적으로 커졌다는 것이다. 그는 “이제 관광 산업은 지역 경제를 살리고 인구 감소와 소멸 위기에 대응하는 핵심 전략이 돼야 한다”며 “한국은행 추계로 외국인 150만 명이 오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0.12%포인트 올라가는 만큼 관광을 수출 산업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광 산업의 경쟁력을 한층 끌어올리기 위해 한국이 가진 독창적 문화 자산을 전략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서 학회장은 “K팝·K드라마·K푸드 같은 한류 콘텐츠가 단순한 흥미 요소를 넘어 전 세계인이 한국을 경험하고 싶어하는 강력한 동기로 작용한다”며 “이러한 관심을 의료·웰니스·마이스·예술·스포츠 등 다양한 형태의 프리미엄 관광 상품으로 연계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문화가 곧 브랜드가 되는 시대”라며 “한국이 가진 고유한 이야기와 감성을 체험 중심으로 재구성해 단기 방문을 장기 체류로 전환하고 지역별로 차별화된 매력을 전달해야 한다”고 밝혔다. 관광이 단순 소비를 넘어 감동과 기억을 남기는 산업이 되기 위해 민관이 긴밀히 협력해 글로벌 마케팅 전략을 정교화하고 지역 고유의 콘텐츠를 발굴·육성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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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관광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이기 위해서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할 필요성도 강조됐다. 해외 주요 시장과 전략적 제휴, 항공망 확대, 글로벌 홍보 채널 다변화 등을 통해 한국 관광의 접근성과 매력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서 학회장은 “관광 수요가 한정된 상황에서 국가 간 경쟁이 치열해지는 만큼 외국과의 협력과 교류를 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해야 한다”며 “한국이 가진 매력적인 자원과 콘텐츠를 제대로 알리고 연결하는 글로벌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제도 정비와 혁신을 통한 산업 체질 개선도 시급히 해결할 과제로 꼽혔다. 서 학회장은 “관광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려면 불합리한 규제를 과감히 걷어내고 민간투자를 촉진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며 “국민 여행 소득공제 같은 정책적 지원을 통해 내수 수요를 살리는 방안도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같은 자리에서 ‘대한민국 관광 대국 전환의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한 최규완 한국관광학회 미래관광전략위원장은 관광 산업을 서비스업 경쟁력 강화의 열쇠로 꼽았다. 최 위원장은 “우리 제조업 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상위권이지만 서비스업 생산성은 최하위 수준”이라며 “관광은 숙박·음식·도소매·운수업 등 영세 서비스업과 직결돼 이들의 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산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 “관광이 성장하면 자영업 구조 개선과 지역 경제 활성화 효과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 전략으로서 관광을 재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관광학회는 이번 학술대회를 바탕으로 한 실천 로드맵을 정부와 민간에 제안하고 앞으로도 국내 관광 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를 지속할 방침이다. 서 학회장은 “관광은 대한민국 경제의 미래를 여는 열쇠”라며 “학회가 중심이 돼 정부·지방자치단체·업계와 함께 실행 가능한 전략을 만들어가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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