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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을 질병 취급…'퇴보'하는 K게임
산업 IT 2025.07.22 17:42:56국내 콘텐츠 산업에서 ‘수출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내던 게임 산업이 역성장하고 있다. 게임을 질병 취급하는 낡은 인식과 규제 중심의 정책 기조가 발목을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22일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질의 답변서를 통해 “게임 이용을 질병으로 볼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국제질병표준분류(ICD)에 반영했다. 이에 정부는 국무조정실 주도로 민관 협의체를 꾸리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KCD)에 게임 이용 장애를 실을지 여부를 논의해왔다. 최 후보자가 게임 업계의 고질적 문제였던 ‘게임=질병’에 대한 개선 의지를 밝히면서 업계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문제는 정부의 대응이 늦어지는 동안 이미 게임 산업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기준 국내 게임 산업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3% 감소한 5조 7904억 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국내 게임 산업 종사자 수도 8만 3432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0.5% 줄어들었다. 게임은 1분기 15억 8187만 달러(약 2조 1636억 원)의 수출액을 올리며 음악·출판·영화 등 11개 분야를 포함한 국내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51.1%)을 차지했다. 최 후보자 역시 이날 게임 산업을 ‘대표적인 수출 산업’이라고 언급했다. 게임 산업은 그러나 영화·드라마 등 다른 콘텐츠와 비교해 세제 혜택 등 정책적 지원을 전혀 받지 못하고 있다. 한국게임산업협회 고위 관계자는 “한국에서 규제에 방점을 두는 동안 경쟁국인 중국의 게임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어 진흥에 초점을 맞춘 정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
佛 노년층 절반이 비디오게임 즐겨…加는 최대 40% 세액공제
산업 중기·벤처 2025.07.22 17:29:55유비소프트(Ubisoft) 등 글로벌 게임 개발사를 배출한 프랑스의 게임 이용자의 평균연령은 40세(2023년 기준)다. 30대 초반인 한국에 비해 사용자 연령이 높다. 프랑스는 10세 이상 인터넷 사용자 중 72%가 비디오게임을 하고 있고 50세 이상도 상당한 인원이 게임을 즐기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이 프랑스 게임산업종사자협회(SELL)의 연례 보고서 등을 참고해 최근 발표한 ‘프랑스 콘텐츠 산업 동향’을 보면 50~64세는 61%, 65세 이상은 47%가 게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수치는 게임이 프랑스에서 얼마나 널리 퍼지고 있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특히 전 세대가 게임을 즐기는 것으로 알 수 있다. KOCCA 관계자는 “프랑스에서 게임은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모든 세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여가 활동으로 인식하고 있다”며 “특히 부모들은 자녀들과 함께 게임을 하면서 세대 간의 유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프랑스에서 18세 미만 자녀를 둔 부모의 69%가 자녀와 함께 비디오게임을 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 맞춰 프랑스의 게임 산업은 안정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62%의 프랑스인들은 게임의 경제적 가치와 고용 기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25~34세 게임 사용자의 21.2%는 게임을 직업으로 삼고자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프랑스 게임 산업(2023년 기준)은 전년 대비 약 10% 성장률을 기록하며 61억 유로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는 프랑스 게임 산업 역사상 가장 높은 수치다. 이는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가득한 한국과 사뭇 다른 환경이다. 게임기 구매에 대한 각종 심리적 허들이 높은 국내에서는 “허락보다 용서가 쉽다”는 유명 게임기의 광고 문구가 화제가 되기도 했다. 결국 게임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각이 한국과 프랑스의 차이를 만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랑스는 일찌감치 게임을 규제의 대상이 아닌 문화·예술 콘텐츠로 인정하고 그에 맞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2007년 11월 23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공식 연설을 통해 “비디오게임이 21세기의 중요한 예술형식(art form)이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며 “우리 인재들과 기업이 해외로 유출되는 것을 막고, 더 나아가 북미와 아시아의 게임 스튜디오에 맞서 경쟁력을 되찾기 위해 게임에 대한 세액공제 제도가 조속히 시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같은 해 3월에는 프랑스 문화부는 게임 디자이너 3명에게 문화·예술 공로 훈장을 포상하며 게임을 문학·영화와 같이 예술 장르와 동등한 위치로 올려놓았다. 이를 기반으로 2008년 프랑스 의회는 비디오게임을 문화세제공제(CIJV) 대상으로 포함하는 법률을 통과시켰다. 최초 20%와 300만 유로였던 세액공제율과 연간 공제 상한도 2016년에는 각각 30%와 600만 유로로 확대했다. 또 2016년 ‘디지털공화국법’을 통해 e스포츠를 도박으로 간주하지 않고 공식 스포츠 활동으로 규정했다. 이러한 정책은 게임을 단순한 규제 대상으로 보기보다는 보호하고 진흥할 예술·문화 콘텐츠라는 인식에서 나왔다. 프랑스뿐 아니라 캐나다·폴란드·핀란드 등도 게임을 디지털 창작물이자 수출용 문화 상품으로 본다. 이들 국가는 검열보다 창의성 장려 및 고용·수출 효과를 우선시하고 각종 세제 혜택 등을 내세워 글로벌 게임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최대 40%의 세액공제와 연구·개발·콘텐츠 자금 지원 등으로 인해 유비소프트·EA·에픽게임즈 등 다수의 글로벌 게임사의 스튜디오는 물론 넷마블·크래프톤 등 국내 게임사들을 끌어들였다. 이에 반해 글로벌 4위 규모(매출액 기준)를 가진 한국은 알코올·약물·도박과 함께 4대 중독에 게임을 넣는 등 각종 규제로 인해 최근 성장률이 주춤하다. 캐나다와 프랑스의 게임 산업 성장률(2023년 기준)이 각각 5.1%와 9.9%로 급격히 성장하는 것과 달리 한국은 3.4%에 그쳤다. 게임산업협회 관계자는 “캐나다·폴란드 등은 세제 혜택은 물론 영상 콘텐츠도 제작비를 지원해주자 글로벌 게임사들이 앞다퉈 진출하고 있고 이에 우수한 인재도 몰리면서 자국 내 게임 산업이 성장하는 선순환을 구조가 구축됐다”며 “국내도 게임을 규제의 시선으로 바라보지 말고 산업적 측면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게임, K콘텐츠 주역인데…일자리 8만개 사라질 수도 있다고?
산업 IT 2025.07.22 17:59:24‘K게임 심장’인 성남시가 최근 발칵 뒤집혔다. 성남시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가 지난달 시작한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중독예방콘텐츠 제작 공모전’이 발단이 됐다. 공모 주제로 선정한 4대 중독 예방에는 알코올, 약물, 도박 외에도 인터넷게임이 명시됐기 때문이다. 게임 업계의 한 관계자는 “성남시는 판교를 중심으로 게임사가 몰려 있는 한국의 게임 메카와 같은 곳”이라며 “이러한 곳에서도 게임을 질병으로 보고 있다는 사실에 자존감이 짓밟힌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의 주력 수출산업인 게임이 신음하고 있다. 글로벌 경쟁 격화로 성장이 정체되는 상황에서 게임 이용 장애를 질병으로 낙인을 찍으려는 움직임 때문이다. 과학적 근거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규제의 굴레에 혁신이 위축되고 인재가 해외로 유출되며 글로벌 4위 게임 강국인 한국의 경쟁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게임은 1분기 15억 8187만 달러(약 2조 1636억 원)의 수출액을 올리며 음악·출판·영화 등 11개 분야를 포함한 국내 콘텐츠 산업에서 가장 큰 비중(51.1%)을 차지했다. 연 수출액이 10조 원이 넘는 알짜 산업이 정책적 지원은커녕 적대시되는 상황이다. 실제 서울경제신문이 집계한 전국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60곳 가운데 홈페이지를 운영 중인 55곳 중 32곳이 게임을 중독으로 규정했다. 이들 지원센터는 보건복지부의 지원을 받는다. 복지부도 마찬가지로 홈페이지의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운영 및 현황’ 페이지에 센터의 지원 대상으로 ‘알코올 및 기타 중독(마약, 인터넷게임, 도박)에 문제가 있는 자’를 명시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게임·인터넷협단체는 복지부가 게임을 중독의 대상으로 규정한 것에 반발해 시정을 요청하거나 질의서를 보냈다. 게임인재단·한국게임이용자협회·한국게임정책학회·한국인터넷기업협회·한국게임정책자율기구·한국게임개발자협회 등 13개 단체로 구성된 게임·인터넷협단체는 지난달 20일 복지부에 ‘게임 중독’ 표현과 관련해 공개 질의서를 발송했다. 복지부는 이달 9일 게임·인터넷협단체 질의에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에서 추진 중인 지역사회 중독 관련 교육·홍보 사업은 지역 특성에 따라 실시하는 특화 사업”이라고 답했지만 부처 홈페이지에 여전히 인터넷 게임을 중독으로 표현한 상태다. 복지부가 게임 이용 장애를 치료 대상으로 규정하려는 움직임에 게임 업계에서는 과학적 근거가 없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한국콘텐츠진흥원의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 5차년도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국내 아동·청소년 924명, 성인 701명을 5년간 추적 관찰한 결과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상 ‘12개월 이상 삶의 통제력 상실, 부정적 영향 지속’이 나타난 응답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연구진은 게임 시간만으로 문제행동을 예측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며 아동·청소년과 성인의 게임 이용 시간과 이용 게임 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진예원 이화여대 교수가 올해 4월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게임 이용 장애를 자국 질병 분류 체계에 공식 반영한 국가는 아직 없다. 질병코드 도입에 따라 게임이 병이라는 부정적인 낙인이 찍히면 사회 경제적 손실도 전망된다. 정부의 2024 게임 백서에 따르면 2023년 한국 게임 산업 매출은 22조 9642억 원이다. 미국과 중국, 일본에 이어 4위다. 같은 기간 게임 산업 수출액은 83억 9400만 달러(약 10조 9576억 원)를 달성했다. 국내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악화하며 문화 이용과 제작 활동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콘텐츠진흥원이 2022년 발간한 ‘게임 이용 장애 질병코드 도입에 따른 파급효과 연구’에 따르면 게임 산업의 규모를 20조 원으로 가정하면 질병코드 도입 시 2년간 게임 산업이 8조 8000억 원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분석했다. 일자리는 8만 39개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했다. 게임에 대해 문화와 기술이 결합된 고부가가치 콘텐츠 산업이라는 관점을 확립하고 생태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세액공제 등 실질적인 재정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게임 산업 세액공제는 현재 입법 논의 중이다. 세액공제가 적용되면 투자가 활성화되고 일자리도 늘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콘진원의 ‘게임산업 조세 지원제도 개선연구’에 따르면 세액공제에 의한 투자 증가 규모는 5년간 총 1조 5993억 원이 될 것으로 분석된다. 같은 기간 일자리는 1만 5513개가 생길 것으로 예측된다. 아울러 정책 수립 및 집행의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게임 컨트롤타워를 신설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번 대선 과정에서 새로운 게임 산업 전담 조직을 설립하고 게임 심의는 민간 자율에 맡길 것이라고 약속한 바 있다. 아울러 중소형·인디 게임 개발사를 적극 육성하고 선택적 셧다운제(게임시간 선택) 등 규제도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강신진 홍익대 게임학과 교수는 “정부가 게임 지원 사업의 규모를 적극 확대해야 한다”며 “인디 개발사의 전시 지원뿐만 아니라 스케일업도 지속적으로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
대통령 'AI G3' 외치는데 지자체 역주행…소송→투자위축 악순환
산업 IT 2025.07.21 18:01:3216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고양시청 앞. 주민 200여 명이 고양시 일산동구 식사동 데이터센터 건립에 반대하는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데이터센터가 들어설 경우 전자파, 열섬 현상, 소음 등 심각한 피해가 우려된다”며 “전자파와 특고압전선 매립에 따른 환경 훼손, 주민과 학생의 건강권 및 재산권 피해가 현실화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집회에 앞서 실시된 주민 찬반 투표에서는 약 95%가 데이터센터 건립 반대 의사를 표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수도권에서 데이터센터를 새로 지으려면 행정소송이 불가피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우려했다. 지역 반대 여론이 데이터센터 설립을 막는 최대 리스크로 떠오르고 있다. 그동안에는 시에서 민원을 근거로 인허가를 까다롭게 하는 수준이었지만 앞으로는 데이터센터 사업성을 저해하는 규제가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반대 여론에 편승하는 지방자치단체 의회의 행보가 거세지는 모습이다. 데이터센터의 긍정적인 사회적 기여도를 인식할 수 있도록 정부가 종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인천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가 지역 민원에 부딪혔다. 인천 서구청은 이달 들어 아마존 측에 고압송전선로 공사 현황 공개, 주민협의체 구성 등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달 서구의회에서 채택된 결의문을 근거로 아마존에 ‘협조’를 요청한 것이다. 데이터센터 인허가를 둘러싼 소송도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고양 덕이동에 추진되는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고양시가 지난해 8월 말 주민 민원 및 상생안 부족을 이유로 착공을 반려하자 사업자인 마그나PFV는 고양시를 상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다. 이후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같은 해 10월 “주민 피해에 대한 객관적 사실 확인 없이 주관적 판단만으로 건축 허가를 직권 취소하는 것은 재량권 한계를 넘어선다”며 고양시의 반려 처분이 위법하다고 결정했다. 경기도 행정심판위원회는 비슷한 이유로 김포 구래동 데이터센터 착공을 반려해서는 안 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처럼 인허가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데이터센터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부정적 전망도 커지고 있다. 공사 진행 일정이 계획보다 지연되며 비용이 늘어나 사업 수익성이 감소하기 때문이다. 김명한 한국IDC 책임연구원은 “인공지능(AI) 수요가 확대되며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은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지만 전력 인프라 부담, 규제 강화 등으로 시장 성장세는 기대 수준을 밑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근본적인 문제는 수도권 내 특정 도시에 데이터센터가 몰려 반대 여론이 더욱 극심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전력 공급이 중요한 데이터센터 특성상 변전소에 가까운 지역에 투자가 집중되고 있어서다. 변전소는 지방에서 온 전력의 전압을 변환해 수도권의 기업·가정에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핵심 설비다. 복수의 변전소가 위치한 김포시의 경우 30곳 이상의 신규 데이터센터 설립 계획이 잡혀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전선 업계 관계자는 “막대한 전력을 공급받아야 하는 데이터센터는 전선 설치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변전소에서 가까운 지역일수록 선호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에 김포시 내에서는 경기 하남시 변전소 증설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하남 동서울변전소는 동해안~수도권 초고압직류송전(HVDC) 전력망을 확충하기 위한 필수 관문이다. 하지만 하남시는 전자파 유해성, 도시 미관과 소음 문제, 주민 수용성 부족 등을 이유로 증설을 불허한 상태다. 국민의힘 소속 이현재 하남시장은 산업통상자원부를 거친 에너지 전문가임에도 내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표심을 의식해 인허가를 미루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대로면 경기 동남부 지역에 들어설 데이터센터 공사 일정도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업계 관측이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과학적 데이터를 근거로 데이터센터가 유해 시설이 아니라는 점을 적극 알려야 한다고 호소한다. 국립전파연구원 주관 전자파안전포럼에서 지난해 11월 공개된 측정 결과에 따르면 데이터센터를 둘러싼 16개 지점의 전력설비전자파(ELF)는 최대 14mG(밀리가우스)로 정부 인체보호기준인 883mG의 1.5% 수준에 불과했다. 정부와 지자체가 지역 여론을 고려한 데이터센터 활성화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AI 3대 강국 실현을 위해 약속한 지원책에 더해 지역밀착형 대책도 마련돼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도쿄도의 경우 에너지 절약 등 모범이 될 만한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최대 2억 5000만 엔(약 23억 4355만 원)의 보조금을 지급한다. 최병호 고려대 AI연구소 교수는 “정부와 지자체는 데이터센터가 어떻게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지에 대해 확실한 비전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
호스트 의무 거주·오피스텔은 불가…관광객 2000만명 '숙박 대란' 우려
산업 생활 2025.07.21 17:59:56에어비앤비가 한국 시장에서 ‘불법 공유숙박 퇴출’이라는 정책을 도입한 것은 한국에서 이른 시일 내 공유숙박 규제가 완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는 한국 정부에 공유숙박 규제 완화를 촉구해왔지만 이에 앞서 한국의 규제를 먼저 지키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에어비앤비는 석 달 뒤인 10월부터 기존 에어비앤비에 등록된 공유숙박 업소 중 영업신고증을 갖춘 곳만 자사 플랫폼에서 영업할 수 있도록 조정한다. 에어비앤비는 일 년 전 이 정책을 공개하고 플랫폼에 입점한 호스트(집주인)에게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해 합법적으로 운영하도록 유도해왔다. 에어비앤비의 이 같은 기조에도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해 신고증을 받은 합법 숙소의 비중은 여전히 낮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해 6월 기준 전국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등록된 업소는 8534곳에 불과하다. 지난해 말(7198곳)보다 1336개 늘었지만 에어비앤비가 한국 시장에서 중개하는 공유숙박에 비하면 11% 수준에 그친다. 업계는 지난해 기준 에어비앤비가 한국 시장에 중개해주는 7만 2400여 개의 숙소 중 절반가량을 아파트 등 공유숙박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중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으로 등록해 영업신고증을 제출한 합법 숙소는 절반도 안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외국인 관광객의 공유숙박 이용이 활발한 서울 용산구·중구·종로구의 구청 관계자들은 에어비앤비의 바뀐 정책 시행이 3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등록을 신청하는 업소들이 예년 대비 늘지 않았다고 밝혔다. 공유숙박을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드문 것은 한국에만 적용되는 규제 때문이다. 현행법상 국내에서 공유숙박을 하려면 집주인은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에 등록해야 하는데 이때 집주인은 반드시 해당 숙소에 실거주해야 한다. 집주인이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을 이용해 외국인에게 한국의 가정 문화를 체험할 수 있도록 숙식을 제공하는 것을 법의 취지로 명시한 탓이다. 또 관광진흥법 시행령에 따르면 오피스텔은 아예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이 불가능하다. 외국인 관광객 사이에서 오피스텔 공유숙박이 인기인 점을 고려하면 현실과 규제가 동떨어진 셈이다. 지방자치단체의 한 관계자는 “에어비앤비 정책에도 외국인관광도시민박업 신청이 늘지 않는 건 오피스텔과 같이 아예 영업신고증을 확보할 수 없는 불법 업소들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외에 아파트·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 역시 공유숙박으로 활용하려면 인접 세대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규정이 있다. 그간 정부는 공유숙박 규제 완화를 추진해왔으나 호텔·모텔 등 기존 숙박 업소의 반대에 막혀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했다. 규제 완화 논의가 실종된 사이 불법 공유숙박이 에어비앤비 외에 다른 글로벌 온라인여행사(OTA)로 확산될 움직임도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에어비앤비에서 빠져나간 불법 공유숙박들이 부킹닷컴·트립닷컴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며 “한국의 규제가 실질적인 효과를 내지 못하고 있어 규제 전반에 대해 정부가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대인 2000만 명을 넘어설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공유숙박 관련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5월까지 한국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은 720만 명이다. 하반기 중국인 단체관광객에 무비자 입국 정책까지 시행되면 방한 외국인 관광객은 더욱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돼 외국인 관광객의 숙소 대란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서원석 경희대 호텔경영학과 교수는 “이미 서울 주요 관광지 인근에서는 성수기 숙박시설을 구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인데 에어비앤비에서 불법 숙소가 퇴출되면 숙박 부족 문제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며 “현 규제 아래에서는 양질의 숙소조차 신고하기 매우 까다로워 제도권 내에서 관광 수요를 흡수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
또 '전자파 괴담'…삽 못뜨는 AI 데이터센터
산업 IT 2025.07.21 17:41:38이재명 정부가 ‘인공지능(AI) 3대 강국(G3)’ 달성을 위해 AI 데이터센터 확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지방자치단체들은 오히려 관련 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주민 민원이 극심한 수도권에서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사례가 계속 나오면서 이대로 가다가는 AI 산업의 국가 경쟁력 격차가 미국·중국 등 선두권과 더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1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김포시의회는 최근 행정감사를 통해 김포시에 시 권역 내에 데이터센터를 지을 때 특고압선을 지하 3m 아래에 설치하도록 강제하는 규정을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특고압선은 통상 지하 1m에 매설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전자파 괴담에 휩싸인 지역 여론 때문에 데이터센터 신설을 어렵게 하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에서 전자파가 과도하게 발생할 것이라는 근거 없는 불안감과 이로 인한 집값 하락 우려 탓에 민원이 반복되면서 이 같은 상황이 벌어졌다. 김포시의회 소속 한 의원은 “데이터센터 공사가 예정된 마을에서는 매일 반대 민원이 접수된다고 한다”면서 “송전로에서 나오는 전자파 수치가 학교에서 발생하는 수치보다 낮다는 사실이 검증됐음에도 (민원 탓에) 어쩔 수 없이 시의회가 움직이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이러한 지자체 리스크는 수도권 내 데이터센터 사업을 막는 주된 요인이 되고 있다. 수도권에 집중된 전력수요의 지방 분산을 유도하는 전력계통영향평가제도까지 겹쳐 경기도나 서울에서 데이터센터 착공은 현재 크게 더딘 실정이다. 한국무역협회·데이터센터맵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수는 올해 6월 기준 84개로, 전 세계 22위에 그쳤다. AI 패권을 확고히 다지려는 미국에는 이미 3811개가 들어서 있다. 정보기술(IT) 업계는 원활한 AI 사업을 영위하기 위해 수도권에 데이터센터를 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을 요구한 게임 업체 대표는 “AI 전환에 필요한 데이터 규모가 급증하는 가운데 서비스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지연성이 낮은 수도권 데이터센터가 필수”라고 말했다. -
때릴수록 올랐다…징벌적 과세가 만든 강남 광풍
경제·금융 경제동향 2025.07.01 17:41:00주택담보대출 한도를 6억 원으로 제한하는 강력한 6·27 부동산 대책 발표와 함께 시장 규제론자인 이상경 가천대 교수가 국토교통부 차관에 임명되면서 이재명 정부에서도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 등 강력한 부동산 규제가 뒤따르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문재인 정부 시절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부동산 세제’가 똘똘한 한 채로 대표되는 강남 3구의 집값 광풍을 불러온 만큼 새 정부가 현실적인 공급 대책을 겸비한 부동산 복합 처방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1일 KB국민은행의 6월 전국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강남 11개 구의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17억 3223만 원으로 강북 14개 구의 9억 8876만 원 대비 7억 4347만 원 높았다. 강남권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이 17억 원을 돌파한 것은 KB국민은행이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이후 최초다. 전문가들은 집값의 초양극화 현상은 문재인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및 양도소득세, 취득세 인상과 윤석열 정부의 부족했던 공급 시그널이 함께 작용한 결과라고 지적하고 있다. 권대중 서강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강남 집중 현상과 더불어 다주택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 정책이 주택 양극화 현상의 원인”이라며 “주택 세제 정책의 기초 틀을 다시 세우고 규제 완화와 공급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택 공급을 확대하기 위해서는 공급 주체인 건설사에 대한 규제 완화도 필수적이다. 하지만 건설사에 대한 원시 취득세 부과, 제로 에너지 의무화, 중대재해처벌법 강화 등은 건설사의 수익성 악화와 더불어 주택 물량 감소로 이어지고 있다. 아울러 재건축 수익성을 하락시키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역시 서울 내 정비사업을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공급의 핵심은 사업성”이라며 “건설사에 대한 규제가 완화되지 않는다면 선별 수주가 이어지며 강북과 서울 외곽 등의 공급 확대가 요원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게임은 정신적 아편"이라던 中, 이젠 '소프트파워'로 키운다
산업 IT 2025.07.22 17:31:46게임 산업 규제로 악명 높았던 중국 정부가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 대신 진흥에 초점을 맞추는 등 태세 전환에 나서고 있다. 게임을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산업으로 인식하는 동시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국몽(中國夢)’ 기조에 맞춰 국가 ‘소프트파워’를 강화할 전략적 수단으로 판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2일 게임 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신문출판서는 이달 147종의 중국 게임에 판호(版號, 중국 내 게임 서비스 허가)를 발급했다. 이는 2021년 3월(164건) 이후 역대 최고치다. 중국 정부의 판호 발급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2022년 월평균 중국 게임 판호 발급 건수는 31.8건에 불과했지만 2023년 81.4건, 지난해 115건, 올해 상반기 123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 정부는 수출 지원과 인재 육성 등을 통해 게임 산업 진흥에 힘을 주고 있다. e스포츠 산업 활성화를 위해 매년 1억 위안(약 190억 원)의 보조금을 지원한다. 상하이 훙차오중앙비즈니스지구와 자딩구에 게임 개발자 인재 육성 허브도 설립됐다. 이들 허브는 세금 감면과 기술 인프라 제공을 통해 중국 게임 산업의 혁신을 지원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기존 중국 정부 입장과 사뭇 다른 행보다. 2021년 8월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발행하는 신문인 경제참고보는 온라인 게임을 ‘정신적 아편’이라고 지칭하면서 당국의 엄격한 규제를 촉구했다. 그 후 국가신문출판서는 청소년에 대해 일주일에 3시간만 온라인 게임을 허용하는 게임중독방지법을 시행했다. 당국은 2021년 8월부터 약 8개월 동안 판호 발급도 중단했다. 이 기간 중국 내 게임 업체 1만 4000곳 이상이 폐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더해 중국 정부는 2023년 말 이용자 지출 한도 설정 등 고강도의 게임 규제안을 다시 발표했다. 당시 텐센트와 넷이즈의 시가총액을 합쳐 800억 달러(약 107조 원)가량이 증발하며 타격을 입었다. 이러한 규제가 중국 게임 산업을 극도로 위축시키자 중국 정부는 판호 발급 건수를 서서히 늘리는 것은 물론 과도한 규제를 하나둘 철회하는 등 전략 수정에 나선 것이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게임을 소프트파워를 강화하는 수단으로 보고 지원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해 8월 출시된 중국 최초의 트리플A급 게임 ‘검은 신화: 오공’이 중국 문화 확산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전 세계에서 인기를 얻은 중국 호요버스의 ‘원신’처럼 흥행에 성공하며 중국의 소프트파워를 강조하는 계기가 됐다. ‘오공’은 글로벌 시장에서 출시 사흘 만에 1000만 부가 판매됐다. 권구민 한국콘텐츠진흥원 산업정책팀 선임연구원은 “중국은 문화와 대외 정책을 통해 연성 권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문화적·경제적 영향력을 통해 타국의 행동과 정책에 영향을 미치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
최휘영 문체부 장관 후보 "게임이 질병? 과학적 근거 충분치 않다"
산업 산업일반 2025.07.22 08:50:48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가 22일 게임이용장애 질병코드 도입 문제와 관련해 "게임이용을 질병으로 볼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최 후보자는 국민의힘 김승수 의원실에 제출한 인사청문회 질의 답변서에서 "게임은 한국의 대표적인 여가문화"라며 "게임이용장애를 질병으로 볼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고, 학계·의료계·산업계뿐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도입을 두고 논란이 있다"고 답했다. 이어 "게임이용장애의 질병코드 도입 이전에 사회적 합의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대표 수출산업인 게임콘텐츠의 이용이 질병코드로 분류되는 것은 게임산업 및 수출을 크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19년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질병으로 규정하고 국제질병표준분류(ICD)에 반영했다. 이에 정부는 2019년 국무조정실 주도로 민관협의체를 꾸리고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체계(KCD)에 게임이용장애를 실을지 여부를 논의해 왔다. 게임을 중독물질이자 질병으로 규정하는 시도가 창작 활동과 산업 전반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국내 게임업계와 문화계, 정치권에서 나오면서 다양한 비판도 제기됐었다. 최 후보자는 "장관으로 임명된다면 이 문제에 대해 관계부처와 적극 협의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게임업계 일각의 P2E(Play to Earn·플레이로 돈 벌기) 게임 허용 요구에 대해서는 당장은 이르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최 후보자는 "금융위에서 이용자 보호 및 가상자산 관리 등을 위한 가상자산 관련 입법체계가 마련한 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결정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가상자산 규율체계 미비로 인한 게임 이용자 피해가 우려된다"라고도 덧붙였다. 또한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방안도 언급했다. 최 후보자는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대형 지식재산(IP) 발굴을 위한 세제 혜택·금융투자 확대, 창의적 아이디어만으로도 누구나 쉽게 게임을 개발할 수 있도록 하는 게임 제작 환경의 인공지능(AI) 전환, 게임의 수출 전략산업화를 위한 신시장 진출 지원 등 3가지 방향을 중심으로 지원해나가겠다"고 밝혔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이날 오후 전체회의를 열고 최 후보자 인사청문회 실시계획서 채택 등 안건을 논의한다. -
"세금으로 집값 못잡아…누진세율 간소화 필요"
부동산 정책·제도 2025.07.01 17:45:15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가 “세금으로 집값을 안정화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부동산 세제를 과세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도록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1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부동산 과세 강화 등이 빠진 점과 관련해 “(문재인 정부) 등 이전 정권에서의 실패로부터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교훈을 얻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대선 과정에서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교수는 ‘다주택자 중과’로 요약되는 현재 부동산 세제에 대해 “세금이 가장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고 있다”며 “주요국 중에 ‘투기 방지’와 ‘주택 가격 안정’이 세금의 목표인 국가는 한국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현행법상 다주택자가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을 팔면 양도차익에 매기는 세율이 20~30%포인트 높아진다. 이 같은 양도소득세 중과 조치는 내년까지 시행이 유예됐지만 취득세·종합부동산세 다주택자 중과는 문재인 정부 때 본격화해 현재도 유지되고 있다. 김 교수는 “이제는 (이 체계에) 사람들이 적응해서 자산가들조차도 집을 여러 채 보유하려 하지 않는다”며 “‘똘똘한 한 채’ 현상에 다주택자 중과가 주요 요인으로 작용한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택 수를 기준으로 과세를 달리하다 보니 비수도권 중에서도 집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의 주택 소유주가 피해를 봤다”며 “부동산 가격 안정이라는 하나의 효과만을 기대하고 너무나 큰 제도를 건드리다 보니 처음엔 생각하지 못한 부작용이 발생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김 교수는 앞으로 부동산 세제가 거래세 축소, 보유세 정상화의 방향으로 개혁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지금은 양도세·취득세 같은 거래세가 높아 시장과 거래를 왜곡하는 측면이 너무 크다”며 “따라서 거래세를 지금보다 많이 낮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포괄하는 보유세는 집값 상승이라는 ‘편익’에 과세하는 것이기 때문에 단일 비례세율로 가는 것이 맞다”며 “그런데 한국은 집값과 주택 숫자에 따른 다단계 누진세율을 지나치게 적용하고 있어 간소화해야 하고 궁극적으로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통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2018년 부활한 '재초환'…서울 공급가뭄 악순환만 불렀다
부동산 분양 2025.07.01 17:44:11서울 아파트 공급 위축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가 민간 정비사업 확대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재초환은 과도한 개발이익을 환수하고 투기를 막기 위해 도입됐지만 재건축 수익성 하락으로 민간 사업을 위축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서울은 신축 아파트 물량의 약 80%를 민간 정비사업에 의존하는 만큼 합리적인 수준에서의 민간 이익 보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기준 전국 재건축 부담금 부과 예상 단지는 총 58곳으로 집계됐다. 조합원 가구당 예상 부담금은 평균 1억 328만 원으로 나타났다. 지역별로는 서울(29곳)의 부과 예상 단지가 가장 많았다. 이어 경기(11곳), 대구(10곳), 부산·광주(각각 2곳) 등의 순이다. 이는 2018년 이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단지의 예상 준공 시점 등을 시뮬레이션해 도출한 결과다. 서울의 평균 예상 부과액은 1억 4741만 원으로 전국 평균보다 높았다. 서울에서도 가장 금액이 큰 A단지는 예상 부과액이 가구당 3억 9000만 원으로 추산됐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최고 예상 부과액 단지는 2021년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은 서울 반포주공1단지 3주구(래미안 트리니원)로 추정된다”며 “잠실주공5단지 등 사업성이 높은 곳일수록 부담금이 눈에 띄게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재초환은 재건축으로 얻은 초과이익이 조합원 가구당 8000만 원을 넘으면 해당 금액의 10~50%를 부담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재건축 조합 설립 시점부터 준공 시점까지 오른 집값 상승분에서 단지가 위치한 자치구의 평균 집값 상승분과 공사비 등을 제외해 계산한다. 이 제도는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과도한 개발이익을 환수해 투기를 막기 위한 장치로 도입됐다. 다만 과도한 정부의 규제라는 지적에 2014년 시행이 유예됐고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다시 부활했다. 이후 실제 부과가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윤석열 정부가 공급 확대를 위해 재초환 폐지를 추진하면서 제도 자체가 사문화됐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들어선 후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과 현실화에 무게를 두면서 새 국면을 맞게 됐다. 정비업계는 미뤄졌던 재초환 부담금이 올해 안에 부과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보고 있다. 재초환 제도를 담당하는 국토부 1차관에 개발이익 환수를 강하게 주장해왔던 이상경 가천대 교수가 선임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초환에 따른 부담금 부과가 현실화할 경우 당장 공급 감소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지적한다. 부동산 분석 업체 부동산인포에 따르면 올해 1~5월 서울에서 분양한 아파트 중 재건축·재개발로 공급된 물량은 4594가구로 전체(4998가구)의 91.9%를 차지했다. 서울 공급 물량의 정비사업 비중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영향으로 분양이 급감했던 2021년을 제외하고 최근 10년간 80~90%를 기록했다. 서울에서 택지로 개발할 수 있는 빈 땅이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제외하면 거의 남지 않은 만큼 정비사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서울 아파트 공급 물량은 내년부터 급격히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R114 등에 따르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2만 8614가구로 올해 예정 물량(4만 6748가구)보다 40% 가까이 감소한다. 같은 기간 전국 입주 물량이 25.1% 줄어드는 것을 고려하면 감소 폭이 훨씬 가파르다. 공급 감소 원인으로는 공사비 급등이 꼽힌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5월 건설공사비지수(2020년=100)는 131.01로 2018년 5월(93.78)보다 40% 가까이 뛰었다. 또 다른 부동산 전문가는 “최근 수년간 공사비가 30% 급등한 상황에서 재초환은 맞지 않는 옷”이라며 “용적률 상향으로 사업성을 높여주면서 그만큼을 부담금으로 다시 거둬가는 조삼모사식 정책으로는 도심 주택 공급 확대를 유인하기에 역부족”이라고 꼬집었다. 조합들은 재건축 부담금 부과가 현실화될 경우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서울 강남권 부담금 부과 1호 단지이자 2021년 입주한 반포현대(현 센트레빌 아스테리움) 조합은 지난해 서초구를 상대로 부담금 부과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을 검토한 바 있다. B조합 관계자는 “같은 해에 준공하는 단지 중 어느 한 곳이 관리처분계획 인가 시점에 따라 부과 대상에서 빠지는 등 형평성에 대한 불만이 크다”고 말했다. -
법원도 '원청 책임' 제동…현실 반영 못하는 중처법
부동산 정책·제도 2025.07.01 17:36:17최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건설사 대표가 무죄를 선고 받은 사례가 나온 가운데 현행법을 ‘예방’ 중심으로 재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건설 산업의 도급 구조와 외주·일용직 중심의 인력 운용 등 때문에 법 해석의 모호성이 커지고 각종 논란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윤장환 삼화건설 대표의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최근 무죄를 선고했다. 2022년 1월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안전 의무를 이행했다”는 원청 대표의 방어 논리가 인정돼 무죄가 선고된 첫 사례다. 원청의 수장이라는 이유로 무리한 기소가 가능해진 중대재해법 시행의 폐단을 끊어낸 판례라는 분석이 나온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도급계약을 했다는 이유로 원청의 대표가 무조건 책임을 지는 것은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판례”라며 “중대재해법을 근거로 무리하게 기소한 검찰의 기소 남용으로 건설 업계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중대재해법에 대한 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중대재해법의 불명확성과 모호성으로 법 적용 및 해석에 많은 논란이 존재함에도 수사기관의 해석과 판단이 여과 없이 인정되는 사례도 있다”며 법 개정 필요성을 제안했다. 업계에서는 중대재해법이 예방이 아닌 처벌을 목적으로 시행되고 있다며 완화를 제안했다. 대한건설협회는 4일 중대재해처벌법을 중대재해예방법으로 개정해달라는 내용을 포함한 성명을 발표했다. 협회 관계자는 “처벌이 아닌 예방에 초점을 맞춰 건설현장의 자율적인 안전관리와 경영 활동을 보장해 건설 안전 문화가 자발적으로 확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요청”이라고 설명했다. 법조계 역시 이 같은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한 노동 전문 변호사는 “중대재해법을 강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며 “징역형 1년이 중대재해법 하한으로 설정돼 있는데 법정형 하한이 과도하게 높게 설정돼 있다는 점도 문제”라고 밝혔다. 특히 중대재해법 시행 이후 중소기업에 중대재해법 기소가 집중되고 유죄 판결로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인력·재정이 열악한 기업 대표의 형사 리스크가 커지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고용노동부 자료에 따르면 검찰이 중처법 위반으로 공소 제기한 62건을 분석한 결과 중소기업 62.1%, 중견기업 25.8%, 대기업 10.6%, 공공기관 1.5%로 나타났다. 중견 건설 업체의 한 관계자는 “중대재해법 이행 준비가 부족해 사업주의 실형 가능성이 중소·중견기업일 경우 더 높다”며 “무죄로 드러나더라도 소송 과정 대응으로 폐업 가능성도 커진다”고 했다. -
악성 미분양까지 이중과세…제로에너지 재촉도 부담
부동산 정책·제도 2025.07.01 17:35:11국내에서 분양을 목적으로 아파트를 지을 때 사실상 두 번의 취득세 과세가 이뤄져 주택 분양가 상승의 원인이 되고 있다. 자동차·요트 등과 달리 주택만 사업자의 보존 등기 시점에도 2.8%의 원시취득세를 내야 해 건설 업계의 부담이 커지고 수분양자에 가격이 전가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1일 건설 업계 등에 따르면 현행 법규상 건설 사업자는 보존 등기 때 원시취득세를 내야 한다. 이후 분양이 이뤄지면 수분양자가 소유권 이전 등기 시 1~3%의 취득세를 내게 된다. 이 같은 이중과세 구조로 사업자가 분양가에 원시취득세를 반영하는 등 가격 왜곡이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주택의 원시취득세 제도는 사실상 이중과세”라며 “분양가에 원시취득세를 반영하지 않을 수 없는 만큼 결국 수분양자도 높은 가격에 주택을 분양 받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건설 업계 안팎에서는 원시취득세를 감면하면 분양가가 낮아지고 사업자의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평가한다. 또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해소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건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부동산과 유사한 자산인 차량과 선박 등은 판매를 목적으로 생산한다는 이유로 조세 정책적으로 원시취득세를 비과세한다”며 “분양을 목적으로 건축한 주택사업자에게는 원시취득세를 부과하는 것은 차별”이라고 강조했다. 사업자는 분양을 목적으로 형식적으로 주택을 소유하는 것에 불과한데 취득세 부과는 거래 이익이 없는데도 취득세 납부 의무를 발생 시키는 것으로 실질 과세 원칙과도 맞지 않는다는 의미다. 재건축 주택과 형평성도 문제로 지적된다. 조합이 사업 주체가 되는 정비사업의 경우 조합원이 주택을 취득한 것으로 간주해 조합에 원시취득세가 부과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건설 업계 관계자는 “원시취득세는 조세 형평성에 맞지도 않을 뿐 아니라 사실상 분양가를 올리는 요인”이라며 “사업자에 대한 원시취득세를 비과세해야 하고 당장 비과세가 힘들다면 주택 시장이 회복할 때까지라도 한시적 비과세를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수진 국민의힘 의원 등은 이 같은 내용의 ‘지방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에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원시취득세 제도와 더불어 급격한 친환경 에너지 정책도 분양가 상승 요인으로 평가된다. 국토교통부는 건설 업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공동주택 제로에너지 의무화를 지난달부터 시행했다. 제로에너지 의무화는 에너지 자립을 위해 시공 시 태양광 등 친환경 에너지 설비를 포함하도록 한 제도이다. 건설 업계에서는 태양광 모듈 규모나 설치 각도, 건물과 전체적인 조화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한 설계와 시공이 요구돼 공사비 인상의 요인으로 평가한다. 국토부는 전용면적 84㎡ 기준 가구당 추가 건설 비용이 130만 원 수준으로 내다보고 있는데 업계에서는 600만 원 이상이 추가 소요될 것으로 평가한다. 한 중견 건설 업체 관계자는 “대형 시공사의 경우 자체적인 기술이 있어 태양광 설비 등을 구축하는 기술이 누적돼 있다”며 “반면 중견·중소건설사의 경우 자체 기술이 없어 시공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고 이는 공사비 상승, 공기 지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짚었다. -
'로또 청약' 만든 분상제…원가 부담에 중견 건설사마저 휘청
부동산 정책·제도 2025.07.01 17:33:09올 초부터 건설사 폐업이 줄줄이 이어지는 가운데 건설 업계는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정부에 직접 건의했다. 분양가상한제에 가로막혀 자재비 인상 부담을 건설사가 전적으로 부담해 경영난이 심각해진 반면 소수의 수분양자는 막대한 시세차익을 누리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분양가상한제가 주택 가격 통제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으며 수도권 등 주요 지역의 공급 차질을 유발하는 만큼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1일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KISCON)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5개월간 종합건설업 폐업 신고 공고 건수는 299건(폐업·정정에 따른 중복 4건 제외)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건수(263건)를 넘어섰다. 현재와 같은 추세면 지난해 수치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연간 종합건설업 폐업 신고 건수가 641건(전체 공고 기준)을 기록하며 조사가 시작된 2005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폐업한 건설사들은 대부분 시공 능력 순위 100위권 밖에 있는 중소형 기업이지만 삼부토건(71위)이 법정관리를 신청하는 등 중견 건설사도 심각한 위기에 빠졌다. 상장 건설 업체 부채비율은 200%를 돌파했다. 분양 평가 전문 회사 리얼하우스가 34개 상장 건설사의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말 기준 평균 부채비율은 203%로 2023년(137%) 대비 66%포인트 상승했다. 대형 건설사들도 재정 악화에 시달리고 있다는 의미다. 건설 업계는 이 같은 위기가 건설사들을 옥죄는 분양가 규제 때문으로 진단하고 있다. 공사비는 급등하는데 분양가는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면서 가격 괴리가 커지고 주택 사업 의존도가 높은 중소·중견사가 쓰러지고 있다는 것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주택법 57조에 근거해 특정 지역에서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분양할 때 일정한 기준으로 산정한 분양 가격 이하로만 판매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공공택지,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및 용산구 등 주거정책심의위원회가 지정한 민간택지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받는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의 공사비 원가관리센터에 따르면 올해 3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11을 기록했다. 2020년 건설 공사비를 100으로 볼 때 5년간 30% 이상 올랐다는 의미다. 우크라이나 전쟁, 관세전쟁, 건설 경기 침체가 겹치면서 수입 원자재가 급등한 결과다. 하지만 이 같은 건설 비용 증가는 분양가상한제 아래에서 가격과 매끄럽게 연동되지 않는다. 분양가상한제에서는 기본형 건축비로 가격 상한을 정한다. 국토교통부는 매년 3월과 9월 정기적으로 기본형 건축비를 고시한다.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아파트는 기본형 건축비에 택지비, 건축 가산비, 택지 가산비 등을 합해 분양 가격을 결정한다. 올해 3월 기본형 건축비(16~25층 이하, 전용면적 60~85㎡ 지상층 기준)는 ㎡당 214만 원으로 지난해 9월(210만 6000원) 대비 1.61% 인상에 그쳤다. 이러한 구조 때문에 중소 건설사는 물론 대형 건설사 수익성도 뒷걸음질 치고 있다. 부동산 정보 분석 업체인 부동산R114가 지난해 기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의 매출 대비 원가율을 분석한 결과 92.98%로 집계됐다. 1000원을 벌기 위해 약 930원의 원가를 들이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건설의 매출 대비 원가율은 각각 105.36%, 100.66%로 100%를 넘었다. 가격이 지나치게 싸다 보니 분양가상한제는 결국 ‘로또 청약’으로 이어진다. 분양가에 제한이 걸리면서 주변 시세를 반영하는 민간 분양가보다 낮게 책정되고 청약 당첨자는 앉아서 수억 원을 버는 기이한 구조를 낳았다. 프롭테크(부동산 정보 기술) 업체 직방 분석 결과 올해 분양가상한제 적용 단지의 청약 경쟁률은 일반 분양 단지보다 6배 더 높게 나타났다. 최근 진행된 경기도 과천시 과천지식정보타운에 조성된 ‘과천그랑레브데시앙’ 무순위 청약 1가구 모집에 13만 8000여 명의 신청자가 몰린 것은 현 실태를 명확히 보여준다. 이 단지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받는 신혼희망타운 공공분양으로 분양가가 시세보다 10억 원 낮게 책정됐다. 수익 공유형 모기지를 의무 가입해야 하는 아파트이지만 차익을 나누더라도 수억 원의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에 신청이 폭주했다. 업계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고 분양가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분양 가격 산정 기준이 시장 변화를 반영하지 못해 건설사 수익성이 후퇴되고 장기적으로는 주택 공급 위축에 따른 가격 상승을 조장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주택협회 관계자는 “민간택지에 대해서는 분양가상한제를 폐지하고 폐지가 불가하다면 분양가 산정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며 “분양가상한제 폐지로 시장 기능을 회복하고 도심 주택 공급 정상화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
'AI칩 패권경쟁' 급한데…"선례 없다"며 낡은 농지법 고수
증권 증권일반 2025.06.22 18:50:20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숙소난은 낡은 규제가 미래산업을 가로막는 대표 사례라는 평가다. 미국·대만 등 글로벌 주요 국가는 반도체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전방위로 정책적 지원을 쏟아내는 반면 우리는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 약속이 무색하게 공장 건설 현장 인력을 위한 숙소 문제조차 해결하지 못하는 처지다. 자칫 공기가 지연돼 적시에 반도체 생산이 이뤄지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의 손발을 묶는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숙소 부족 문제는 용인시가 농지법이라는 낡은 규제를 들이밀면서 시작됐다. 용인시는 4월 9일 ‘일시 사용 건설 현장 임시숙소 설치 기준’을 마련했고 근로자 안전을 위해 연면적 1000㎡, 2층 이하, 건물 간 이격 2m, 소방차 진입로 4m 확보 등 세밀한 기준을 정했다. 또 투기성 개발을 막기 위해 실제 공사 수행자에 한해서만 설치를 허용했다. 하지만 ‘산업단지 준공 1~2개월 전 원상 복구’라는 단 하나의 조항에 모든 게 무력화됐다. 첨단반도체 공장 인근 땅이지만 법적으로는 여전히 농지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클러스터 완공 시점을 2040년으로 추정하는데 올해 숙소를 지어도 15년 뒤에는 철거하고 다시 농지로 만들어야 한다. 부동산 투자 업계 관계자는 “농지 소유주와 협상을 끝내고 투자자도 확보했지만 원상 복구 조항 때문에 무산될 위기에 처했다”며 “15년 뒤 철거해야 한다면 자금 회수가 불가능해 투자 유치는 불가능하다”고 토로했다. 삼성전자(005930) 평택캠퍼스는 인근 고덕국제신도시가, 여수국가산단은 주변 주택지구가 숙소 역할을 했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처럼 주변이 완전히 허허벌판인 전례가 없어 기존 농지 관련 법규를 그대로 적용할 수밖에 없다는 게 용인시의 입장이다. 용인시는 원상 복구 조항을 피하고 싶다면 정식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원론적 설명만 반복하고 있다. 정식으로 농지전용을 하려면 공시지가의 20~30%에 달하는 농지보전부담금을 내야 한다. 초기 자금 부담이 급증하고 복잡한 행정절차까지 밟아야 해 적시에 숙소를 짓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부동산 투자 업계의 시각이다. 문제는 이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2026년부터 바로 인근 이동·남사읍 일대에 삼성전자가 360조 원을 투자하는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 국가산업단지’가 조성된다. 삼성전자는 이곳에 팹 6기를 지을 계획이다. SK하이닉스(000660) 클러스터의 2배 이상 규모다. 두 프로젝트가 동시에 진행되면 건설 인력이 용인으로 대거 몰려든다. 지금의 숙소난을 해결하지 못하면 인력 쟁탈전과 공사비 급등으로 두 프로젝트 모두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런 행정 편의주의는 주요국의 반도체 지원 정책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대만 정부는 TSMC 공장 인허가를 1년 안에 모두 해결해준다. 일본은 구마모토 TSMC 공장에 5조 원에 가까운 보조금을 지급했다.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칩스법)’으로 수십조 원의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이들 국가는 반도체 공장 하나를 국가 안보 자산으로 인식하고 모든 규제를 풀어줬다. 전문가 사이에서는 향후 대규모 인구가 유입돼 사실상 신도시가 될 땅을 다시 원상 복구시켜 농지로 활용하는 것이 과연 합리적이냐는 의문이 나온다. 미래의 폭발적인 주거·인프라 수요를 외면한 채, 경직된 법 조항에 갇혀 토지의 효율적 이용을 막는 것은 탁상행정의 전형이라는 비판이다.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반도체는 속도 전쟁”이라며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을 개정해 전략산업단지 내 필수 지원 시설에 대해서는 농지보전부담금을 한시적으로 감면하거나, 원상 복구 의무를 장기 유예 또는 면제하는 특례 신설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중앙정부 차원의 조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앞서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는 용수 확보 문제로 한차례 홍역을 겪기도 했다. 2019년 SK하이닉스가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밝혔지만 공업용수 공급의 키를 쥔 여주시가 인허가를 반대하며 3년가량 갈등을 겪었다. 그러다 2022년 11월 정부가 지역 상생 지원을 약속하며 중재에 나서면서 마침내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이윤상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국가첨단전략산업특별법이나 산업입지법에 규제를 완화할 근거가 있다”며 “산업단지 내 또는 인근 지역에 지원 단지를 조성하는 방안 등 행정 재량을 발휘해 인허가 절차를 대폭 간소화하고 신속하게 숙소를 지을 수 있도록 실질적인 해결책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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