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50일이 지났다. 초기부터 빠르고 과감한 정책 변화를 추진하면서 시장은 기대와 불확실성이 공존하는 시기를 보내고 있다. 정책 변화의 시기와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투자자는 주식 이외에도 다양한 자산군을 활용하는 유연한 전략이 필요하다.
미국 경제는 정치적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견고한 기초체력(펀더멘털)을 유지하고 있다. 미국은 팬데믹 이후 높은 생산성과 소비 회복을 바탕으로 강한 성장세를 보였다. 올해도 어김없이 우수한 기업들의 실적 성장에 힘입어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올해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내 편입 기업의 이익 성장률은 약 12.1%로 예상된다. 이는 유럽 ‘스톡스 유럽 600’ 지수의 8.6%보다 훨씬 높다.
다만 그동안 미국 시장 내 매그니피센트7(M7) 쏠림 현상은 점차 완화할 것으로 보인다. 개별 기업의 이익 성장세가 시장 전반에 걸쳐 확산함에 따라 에너지∙금융 업종의 고배당주나 저변동성주에 대한 투자 매력이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또 법인세 감면 등 정책 수혜를 기대할 수 있는 미국 내수 중심의 중·소형주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럽과 신흥국 주식 투자는 신중해야 한다. 저평가 매력이 존재하긴 하나 유럽 증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무역 갈등 등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 더욱이 MSCI 유럽 지수의 정보통신(IT) 섹터 비중은 8% 미만으로 IT 비중이 30%가 넘는 MSCI 미국 지수에 비해 장기 성장 동력 확보를 기대하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신흥국 역시 기회와 위험이 공존한다. 강달러, 중국 경기 둔화, 미국 보호무역주의 강화가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도 미국 증시는 미국 예외주의에 힘입어 강세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지만, 시장의 불확실성을 고려할 때 투자자들은 멀티에셋 전략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특히 주식 시장의 위험을 완충하기 위해 채권 자산으로 안정성을 확보하는 게 바람직하다.
채권 투자에 있어서는 크레딧(정부가 발행한 채권 외 금융기관이나 기업 등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포괄)과 듀레이션(투자 자금 평균 회수 기간)을 모두 고려하는 신용 바벨 전략이 유효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고수익(하이일드) 채권의 스프레드(금리 차)는 다소 좁은 편이지만 미래 수익률을 예측하는 지표인 최저수익률(YTW)이 7.5% 수준이라는 점에서 주식의 변동성을 보완하는 자산으로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듀레이션 측면에서는 미국 국채가 전략적으로 유망한 선택지다. 미국 10년물 국채의 밸류에이션은 최근 10년 내 최저 수준이며 이는 향후 금리 하락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을 시사한다. 특히 새 행정부의 정책 변화로 경제 성장이 둔화할 경우 연준(Fed)이 금리 인하를 통해 대응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점에서 미 국채의 투자 매력은 더욱 부각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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