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조정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국내 투자자들이 ‘불나방’처럼 레버리지(특정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배로 추종) 상장지수펀드(ETF)에 몰려들고 있다. 기술주와 가상자산 관련 종목이 일제히 약세를 보이자 이를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한 투자자들이 앞다퉈 조정장에 뛰어들었다.
10일 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이달 3일부터 7일까지 5거래일 동안 국내 투자자들이 순매수한 미국 주식 상위 50개 종목 중 20개가 레버리지 ETF다. 같은 기간 서학개미들의 상위 50개 종목 순매수 금액은 총 24억 2035만 달러(약 3조 5199억 원)였으며 이 중 7억 9844만 달러(약 1조 1612억 원)가 레버리지 ETF에 집중됐다. 전체 순매수의 3분의 1이 고위험·고수익 상품에 몰린 셈이다.
이전 주(10월 27~31일) 전체의 약 12% 수준에 불과했던 레버리지 ETF 순매수 금액 비중은 불과 일주일 만에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인공지능(AI) 산업 거품 우려로 미국 증시 변동성이 커졌지만 장기 하락세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개인들의 위험 선호를 자극했다는 분석이다.
가장 많은 순매수가 몰린 종목은 미국 대표 빅테크 메타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디렉시온 데일리 메타 불 2X’ ETF다. 국내 투자자들은 해당 ETF를 5거래일 동안 2억 5500만 달러(약 3709억 원) 순매수했다. 이는 해당 기간 순매수 3위에 달하는 수치다. 메타 주가가 최근 한 달 사이 대규모 AI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재무 부담 우려로 10% 넘게 하락하자 단기 반등을 노린 투자자들이 급증한 것으로 보인다.
이외에도 마이크로소프트·팰런티어·아이온큐 등 단일 종목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지수형 ETF 중에서는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불 3X’에 1019억 원, 나스닥 지수의 일일 수익률을 2배로 추종하는 ‘프로셰어즈 울트라프로 QQQ’에 700억 원이 넘는 순매수 자금이 유입됐다.
가상자산을 테마로 하는 레버리지 ETF로도 자금이 대거 몰렸다. 이더리움 선물 가격을 정방향으로 2배 추종하는 ETF에는 최근 일주일 사이 1100억 원 이상의 개인 순매수를 기록했다. 비트코인·솔라나 등 주요 가상자산 레버리지 ETF는 물론 마이크로스트래티지나 아이렌 등 관련 기업의 일일 수익률을 두 배로 추종하는 상품에도 투자 자금이 흘러들었다.
운용 업계는 고위험 상품에 투자 자금이 몰리는 데 대해 우려를 표하면서 투자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현상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표했다. 운용 업계 관계자는 “국내 ETF는 원화로 직접 거래돼 환전이나 외화 결제에 따른 수수료 부담이 적고, 공시·분배금·지수 구성 등 주요 정보를 한국어로 확인할 수 있어 해외 ETF 직접 투자보다 유리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nough@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