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시크발(發) 충격에 지난달 31일 국내 증시가 급락을 면치 못했지만 증권가에서는 이 같은 하락세는 일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AI) 모멘텀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전력기기 관련 종목들의 주가는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진단했다. 여기에 저비용·고효율 AI 모델의 등장은 상장사들에게 있어 비용 절감의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딥시크 이외에도 다른 AI 소프트웨어 기업들이 저비용·고효율 AI 모델을 내놓는 현상이 지속될 경우 반도체 기업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1월 24일) 대비 19.43포인트(0.77%) 내린 2517.37에 거래를 마쳤다. 코스닥지수도 0.45포인트(0.06%) 하락하면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외국인은 지난달 31일 현물 시장에서 총 1조 2340억 원에 달하는 물량을 정리했는데 이는 지난해 9월 19일 이후 최대다. 외국인은 현물 시장 뿐만 아니라 선물에서도 3979억 원어치를 팔면서 총 순매도 규모는 1조 6319억 원으로 집계됐다. 외국인은 지난달 8878억 원어치의 코스피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지난해 8월부터 6개월 연속 한국 증시에서 매도 우위의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저비용·고효율 인공지능(AI) 모델을 중국이 내놓자 AI칩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만드는 SK하이닉스(000660)·삼성전자(005930) 등 반도체 대장주뿐만 아니라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전력설비주도 모두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다. 구글·메타 등 미국의 빅테크들이 딥시크 출현으로 대규모 AI 투자에 신중한 입장을 보일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우려가 직격탄이 된 것이다. 특히 SK하이닉스의 낙폭은 무려 9.86%에 달했다. 지난해 8월 5일(-9.87%) 이후 최대 낙폭이다. 딥시크의 추론형 AI 모델인 R1에 들어가는 HBM이 고사양 제품이 아닌 HBM3인 만큼 HBM의 기술 주도권을 쥐고 있는 SK하이닉스 주가가 충격을 받을 것이라는 예측이 그대로 적중했다. HBM 후공정 장비 기업인 한미반도체(042700)(-6.14%), 피에스케이홀딩스(031980)(-6.57%)를 포함해 대형 AI 인프라 투자의 수혜를 입었던 전력 기기 관련 기업인 효성중공업(298040)(-11.71%), HD현대일렉트릭(267260)(-7.87%), LS ELECTRIC(010120)(LS 일렉트릭)(-5.33%) 등도 급락했다.
시장에서는 딥시크 국면이 일부 기업들에게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AI가 저렴해질 경우 많은 기업들의 생산성이 높아지고 이는 장기적으로 기업 이익 증가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AI 소프트웨어 기업은 단기 이익 창출이 안되더라도 비용 절감 가능성으로 미래 현금흐름의 크기가 커지고 할인율 축소 요인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AI 수요는 여전할 것으로 예상돼 급락했던 전력주들은 주가를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양일우 삼성증권 연구원은 “저렴한 비용으로 AI 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다면 전체 시장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며 “이번 사이클에서는 전력 인프라 관련 기업들의 주가는 탄력 있게 반등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양 연구원은 그러면서도 “향후 하드웨어에서 소프트웨어로 시장의 무게 중심이 이동할 가능성이 높다”며 “딥시크 외에도 많은 기업들이 다수의 효율적인 AI 서비스를 선보이는 것은 고사양 제품 제조 기업에게 편안한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된다”고 했다.
삼성증권은 그러면서 코스피지수가 2월에는 2400에서 2700사이에 머물 것으로 예측했다.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 하향 조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주가에는 이미 어느정도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반도체 업종을 제외한 기업들의 이익 모멘텀은 아주 부진하지 않다는 점은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양 연구원은 “코스피200의 12개월 예상 순이익 합계는 전월 추정치 대비 1.6% 하락했지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2개 기업을 제외하면 이익 전망치는 0.1% 하락하게 된다”고 짚었다.
삼성증권은 추천 업종으로 조선, 방산주를 꼽았다. 글로벌 시장에서 조선과 방산 업종의 이익 모멘텀은 둔화되기 시작했지만 한국 기업들의 실적 전망은 여전히 양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삼성증권은 미국 정부가 중국 기업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기 시작하면서 조선과 항공 업종의 테마가 섞인 기업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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