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학개미(해외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가 올해 들어 테슬라를 4조 원 넘게 사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테슬라의 주가가 지난해 말 고점을 기록한 후 줄곧 내리막길을 걷는 와중에도 벌써 지난해 연간 순매수 규모의 3배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저가 매수에 나선 것으로 해석되면서도 관세 부과, 전기차 판매 부진 등 테슬라를 둘러싼 불확실성과 수익성 악화에 따른 성장 둔화 우려로 인해 추가 손실을 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서학개미가 올해 들어 이달 25일까지 테슬라를 순매수한 규모는 29억 382만 달러(약 4조 1800억 원)로 집계됐다. 서학개미는 지난해 테슬라 10억 9265만 달러(1조 5728억 원)어치를 사들였는데, 이와 비교하면 올해 순매수 규모는 벌써 세 배 가까이 늘어난 셈이다.
서학개미의 매수세는 테슬라의 주가가 급락할 수록 더욱 강해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가가 400달러 선에 머물던 1월 서학개미의 순매수 규모는 8308억 원이었지만, 2월에 주가가 200달러 후반까지 하락했는데도 1조 1094억 원까지 매수세가 늘어났다. 주가가 220달러 선까지 빠진 지난달에는 순매수 규모가 1조 4580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올해 가장 많은 자금이 들어갔다. 테슬라의 주가는 지난해 12월 18일(현지 시간) 488.54달러를 기록한 이후 추세적인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테슬라는 25일(현지 시간) 전 거래일 대비 25.44달러(9.80%) 오른 284.95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서학개미들이 테슬라 투자에 나선 배경에는 머스크 최고경영자(CEO)의 복귀와 미국 자율주행 규제 완화 등이 꼽힌다. 미국 교통부가 중국과 혁신 경쟁을 위해 미국 내 관련 규정을 통합해 자율 주행을 지원하겠다고 나선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머스크 CEO는 22일(현지 시간) 실적 발표 이후 콘퍼런스콜에서 “아마도 다음 달인 5월부터 정부효율부(DOGE)에 할애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정부 활동을 대체로 완료했다”고 말했다. '테슬라 낙관론자'로 알려진 웨드부시 증권의 연구원 댄 아이브스는 “테슬라가 비상 상황”이라며 “머스크가 빨리 복귀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주가 하락에 따라 저가 매수에 나서는 투자 전략에 대해 전문가들은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테슬라의 주가가 고점 대비 반 이상 하락하긴 했지만 이마저도 여전히 높다는 분석이다. 테슬라의 지난달 말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143.09배다. PER은 기업의 주가가 순이익에 비해 얼마나 비싼지를 알 수 있는 지표로 현재 주가에서 주당순이익(EPS)을 나눈 값이다.
테슬라는 전기차 뿐만 아니라 자율주행, 에너지저장장치, 휴머노이드 로봇 ‘옵티머스’ 등 미래 산업에 투자하면서 PER이 높게 평가됐다. 올해 1분기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9% 감소한 27조 8200억 원, 순이익은 같은 기간 71% 줄어든 5876억 원을 기록하면서 미래에 대한 기대 마저 흔들리고 있는 상황이다. 김세환 KB증권 연구원은 “전기차의 수익성이 줄어들고 있는 가운데 향후 이익 성장성을 고려하면 주가는 높은 수준”이라며 “테슬라에 대한 운용 비중 축소 전략을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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