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김해공항 계류장에서 발생한 에어부산 여객기 화재는 기장이 안내방송을 할 시간도 없을 정도로 긴박한 상황이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승객들이 비상구를 열고 탈출했고 이 과정에서 경미한 부상을 입는 승객도 생겨났다.
29일 에어부산에 따르면 28일 오후 10시 26분께 김해국제공항 계류장에서 승객 170명(탑승정비사 1명 포함), 승무원 6명 등 총 176명을 태운 채 이륙을 준비 중이던 홍콩행 에어부산 BX391편 항공기 기내 후미 부분에서 불이 났다.
기내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객실 승무원은 기장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기장은 2차 피해를 막기 위해 유압 및 연료계통을 즉시 차단했고 비상탈출을 선포했다.
하지만 기장이 기내 방송으로 탈출 지시를 전달하지 않으면서 승객들은 혼돈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불길이 기내 앞까지 번지자 문을 열어 달라며 소리치는 승객들과 짐을 챙기려는 승객들이 뒤엉키며 순식간에 기내의 질서는 무너졌다. 결국 승객들이 힘을 합쳐 비상구를 열고 직접 슬라이드를 펼친 뒤 불이 난 여객기를 빠져나갔다.
에어부산은 안내방송이 나가지 않은 상황에 대해 “별도의 안내방송을 시행할 시간적 여력이 없이 동시다발적으로 긴박하게 이루어진 상황”이라며 “짧은 시간 내에 관련 절차에 의거해 신속하게 조치하여 탈출 업무를 수행했다”고 설명했다.
승객들이 비상구를 열고 탈출한 데 대해서도 “비상구열 착석 손님은 탑승 직후 승무원에게 비상탈출 시 비상구 개폐 방법에 대해 안내받고 승무원을 도와주는 협조자 역할에 동의해야 한다”라며 “비상탈출 시 승객이 직접 비상구 조작과 탈출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사고로 비행기에 타고 있던 탑승객 176명(승객 170명·승무원 6) 전원이 슬라이드로 비상 대피하며 인명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대피 과정에서 여성 승객 3명이 다쳐 병원으로 이송됐고 승무원 4명이 승객들의 대피를 시키는 과정에서 연기를 마셨다. 에어부산 관계자는 “경상 3명 중 2명은 병원 진료 후 현재 귀가했다”라며 “승무원 4명은 연기 흡입으로 병원에 이동한 후에 진료했고 이상이 없어 귀가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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