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3사와 은행 등 대기업 계열사의 알뜰폰(MVNO) 시장점유율을 60%로 제한하는 규제 마련에 속도가 붙었다. 알뜰폰 생태계를 활성화해 단말기유통법 폐지와 함께 국내 이동통신 시장 경쟁을 촉진할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다만 실효성과 부작용을 두고 정치권과 업계 내 우려도 거세다.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는 27일 전체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알뜰폰 시장에서 대기업의 시장점유율을 합산 60%로 제한한다. 이동통신 3사 계열사 5곳과 KB국민은행(리브모바일), 에스원 등이 규제 대상이다.
개정안은 현재 탄핵 정국과 무관한 비 쟁점 법안인 데다 거대 야당이 주도하는 만큼 본회의 통과 가능성이 크지만 법안 내용을 두고 여야 간 이견이 첨예하다는 변수는 남아 있다. 신성범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점유율 60% 제한으로는 (대기업의) 과점 구조가 강화될 수 있다”고 지적했고 유상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그런 수치(60%)는 조금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고 밝혔다. 사실상 과점 수준인 60%까지 허용하는 것으로는 법 개정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취지다.
알뜰폰 업계에서는 점유율 규제 자체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대기업이 점유율 제한으로 신규 가입자를 못 받으면 소비자 입장에서는 고품질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을 빼앗기는 꼴”이라는 게 대기업 측 논리다. 혜택 대상인 중소 알뜰폰 업체 사이에서도 “대기업이 사업 확장 위축으로 중소 알뜰폰을 더 이상 인수합병하지 못하게 되면 장기적으로 우리에게 손해가 될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온다. 이통 3사 중에서는 SK텔레콤과 KT·LG유플러스 간 희비가 갈렸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두 경쟁사와 달리 기존 MNO 가입자의 알뜰폰 이동에 따른 객단가(ARPU) 감소를 우려해 MNO 영업에 집중해온 만큼 이번 알뜰폰 경쟁 제한이 호재가 될 수 있다.
한편 이날 과방위는 ‘과학기술 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 등의 설립·운영 및 육성에 관한 법률’ 개정안 등 다른 9개 법안도 함께 통과시켰다. 출연연법 개정안은 정부가 출연연 원장 임기 만료 3개월 전에 후임 원장의 선임 절차에 착수하도록 의무화한다. 현재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등 일부 출연연의 신임 원장 공백 사태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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