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건전재정 기조에도 나랏빚이 빠르게 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부채(D2)가 사상 처음으로 50%를 돌파했다. 공공기관과 비금융 공기업을 모두 더한 공공부문부채(D3)는 1700조 원에 육박해 계엄 사태에 따른 정치 상황 급변에도 국회와 정부가 중장기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D2는 전년보다 60조 1000억 원 늘어난 1217조 3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2022년 처음으로 1100조 원을 넘어선 뒤 1년 만에 다시 1200조 원을 뛰어넘은 것이다.
D2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같은 기간 0.9%포인트 상승한 50.7%를 기록했다. 올해 한국은행이 기준년을 개편한 GDP를 기준으로 봤을 때 D2가 GDP 대비 50%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D3도 전년보다 84조 6000억 원 늘어난 1673조 3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D3가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전년보다 1.3%포인트 높아진 69.7%로 나타났다.
정부는 공공 분야 부채를 크게 D1·D2·D3로 구분한다. 국제통화기금(IMF) 같은 국제기구에서 국가 간 부채를 비교할 때는 D1에 비영리 공공기관의 부채를 합친 D2를 활용한다. 다만 한국은 정책을 추진할 때 공기업 채권 발행을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D2에 한국전력·한국토지주택공사 같은 비금융 공기업의 부채를 합친 D3를 실질적인 나랏빚으로 따지기도 한다.
국가 부채가 계속 늘어나는 것은 정부·공공기관·공기업 부채가 함께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중앙정부 부채부터 전년보다 63조 7000억 원 증가한 1128조 3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수준을 경신했다. 재정 수지 적자가 지속되면서 이를 보전하기 위한 국고채 발행이 증가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정부 나라 살림이 충분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종 국책 사업 자금을 공공기관·공기업 빚을 통해 조달한 탓도 컸다. 한국자산관리공사는 소상공인·자영업자 채무 조정 프로그램인 새출발기금과 같은 각종 정책을 집행하는 과정에서 부채가 1조 9000억 원 늘었다. 한전·발전자회사 부채는 에너지 요금이 제때 정상화하지 못한 영향에 전년보다 12조 9000억 원 증가했다.
현재와 같은 추세가 이어진다면 D3가 조만간 GDP의 70%를 넘어설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장 정부가 내년 계획하는 국고채 발행액은 전년 동기 대비 24.7% 늘어난 197조 6000억 원이다. 국회에서 정부안 대비 총지출을 4조 1000억 원 줄인 감액 예산안이 통과하면서 정부의 기존 계획(201조 3000억 원)보다 3조 7000억 원 줄기는 했지만 당장 내년도 야당을 중심으로 추가경정예산을 짤 계획이라 추가적인 국고채 발행이 불가피하다.
올해 나라 살림도 문제다. 기재부에 따르면 10월까지 누적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5% 늘어난 75조 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총지출은 늘어나는 반면 세수는 법인세를 중심으로 부진했기 때문이다. 관리재정수지는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사회보장성 기금 수지를 제외한 값으로 실질적인 나라 살림살이를 보여주는 지표다. 최병호 부산대 경제학과 교수는 “차기 정부에서라도 재정 개혁이 필요하다”며 “공공기관 재정 건전성 확보 측면에서 에너지 요금 정상화도 필요해 보인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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