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사람들의 여가시간이 2022년 기준 일평균 4.2시간으로 나타났습니다. 2021년보다 0.2시간 줄어든 수치입니다. 전반적으로 모든 연령대에서 여가시간이 줄어든 결과인데, 특히 70대 이상 노인 인구의 여가시간 감소폭이 큽니다. 최근 고용률이 노인 인구를 중심으로 오르고 있다는 점을 함께 고려하면, ‘일하느라 못 쉬는’ 노인들이 많아진 셈입니다.
통계청은 최근 이런 내용을 담은 ‘국민 삶의 질 2023’ 보고서를 발간했습니다. 통계청은 2014년부터 매년 이 보고서를 작성하는데, 2022~2023년에는 11개 영역 71개 지표 중 51개 지표가 새로 업데이트됐습니다. 이중 전기보다 개선된 지표는 36개, 악화된 지표는 15개, 전기와 동일한 지표는 1개입니다.
악화된 지표 중 하나는 ‘여가시간’으로, 주말과 평일을 합친 70대 이상의 일평균 여가시간은 2021년 5.7시간에서 2022년 5.3시간으로 0.4시간이나 감소했습니다. 전 연령대의 일평균 여가시간 감소폭 0.2시간보다 2배는 더 큰 감소폭을 기록한 것입니다. 퇴직을 한 뒤 여유로운 삶을 보낼 것 같았던 노인들이 실제로는 하루에 평균 5시간 18분밖에 쉬지 못하고 있는 셈입니다.
노인들이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은 고용률도 뒷받침합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경제활동인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70세 이상 취업자는 지난해 말 기준 184만 9000명을 기록했습니다. 2018년 121만 9000명에서 5년 새 63만 명(51.6%) 증가한 결과입니다. 연간 고용률은 2018년 24.3%에서 2020년 27.0%, 2022년 28.8% 등 매년 늘어 지난해 처음으로 30%를 기록했습니다. 70세 이상 노인 10명 중 3명은 일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노인들이 얻은 일자리의 ‘만족도’는 어떨까요. 국민 삶의 질 보고서로 다시 돌아가 현재 일자리의 전반적인 상황에 대해 ‘매우 만족’ 또는 ‘약간 만족’이라고 응답한 비율을 살펴보겠습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일자리 만족도는 35.1%로 2년 전인 2021년보다 0.1%포인트 증가하며 거의 비슷한 수준을 보였습니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의 경우 같은 기간 일자리 만족도가 6.3%포인트나 증가했습니다.
하지만 그 수치는 31.4%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낮았습니다. 통계청은 “60세 이상의 일자리 만족도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연령대별 근로자의 일자리 만족도는 거의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노인 인구의 일자리 만족도만 다른 연령대의 만족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를 두고 정부 부처의 한 관계자는 “특히 인구 고령화로 늘어난 돌봄 수요와 정부의 직접 일자리 사업의 상당수를 60세 이상이 책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노인이 노인을 돌보는 사회라고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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