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정책은 단순히 환경이나 기후 정책으로 가서는 안 됩니다. 산업 및 안보 정책의 핵심 축으로서 훨씬 더 포괄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합니다.”
독일 볼프스부르크를 지역구로 둔 알렉산더 조던 기독민주당(CDU) 의원은 5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쟁력 있는 비용으로 에너지 주권을 확립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볼프스부르크는 글로벌 자동차 제조 업체 폭스바겐의 대규모 공장이 들어서며 유럽 최대 자동차 단지로 떠올랐지만 전력 비용, 인건비 상승 등으로 폭스바겐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함께 위기를 맞고 있다.
조던 의원은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던 2000년대 초의 기억이 현재 폭스바겐 도시인 볼프스부르크에서 되살아나고 있다”며 “반도체 및 원자재 공급 병목현상과 높은 에너지 가격, 인건비는 독일의 산업 입지 경쟁력을 저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에서는 유럽연합(EU)이 부과하는 엄격한 탄소 배출 기준이 신기술 개발 압력을 가중시키고 다른 한편에서는 중국 비야디(BYD), 미국 테슬라 등 해외 제조 업체와의 경쟁이 심화되면서 독일 자동차 산업의 위기가 지역 경제 위기로까지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에너지 비용 상승이 제조업 위기를 가속화했다는 분석에도 동의했다. 조던 의원은 “에너지 비용 상승은 현재의 산업 위기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 심화된 에너지 위기는 독일 제조업에 이미 존재했던 구조적 취약성을 실제로 드러내고 가속화했다”고 지적했다. 또 “특히 화학·철강·기계공학과 같은 에너지 집약 산업은 특히 안정적이고 경쟁력 있는 에너지 가격에 의존하기 때문에 더욱 큰 압박을 받고 있다”며 “많은 기업들이 생산 시설을 해외로 이전하거나 투자를 연기해야 했다”고도 말했다.
이에 현재 독일에서는 기존의 탈원전 기조를 벗어나 원전 생태계 복원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조던 의원은 “기민당 일부를 포함해 독일에서는 노후 원전의 운영 수명을 연장하거나 소형모듈원자로(SMR) 및 핵융합과 같은 신기술을 도입한 원전으로의 복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있다”며 “이념적 편견 없이 열린 마음과 냉정한 판단으로 논의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재래식 원자력발전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SMR이나 액체염(용융염) 원자로처럼 더 안전하고 유연하면서 소형인 원자로 연구는 상황이 다르다”며 “이 기술을 개발하는 데 대규모 예산이 배정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에너지 믹스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조던 의원은 “태양광·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피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단기적인 전력 공급 안정성을 보장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균형 잡힌 에너지 믹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새로운 발전 설비 용량은 그리드(전력망) 친화적인 방식으로 관리돼야 한다. 신속·표준화된 승인 절차, 명확한 법적 요건, 디지털화 등을 통해 그리드 확장도 대폭 가속화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
한편 그는 제조업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는 독일의 에너지 정책이 산업·안보의 관점에서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다각적·장기적 파트너십 구축을 통한 에너지 공급 안정 △산업 부문의 에너지 경쟁력 확보 △에너지 빈곤이 사회적 분열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 균형 등을 고려해 에너지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것이다. 조던 의원은 특히 에너지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에너지 집약 기업에 대한 합리적인 산업용 전기요금 책정, 에너지 저장 기술의 집중적인 홍보 및 대규모 네트워크 확장이 수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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