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물가상승률이 주춤하면서 국내외 채권시장이 출렁이고 있다. 그 배경에는 향후 글로벌 채권금리가 하락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다. 채권금리는 수많은 요인에 의해 결정되나 크게는 성장과 인플레이션, 보상(위험 프리미엄) 세 가지 요인에 영향을 받는다. 즉 어떤 채권의 명목금리는 미래 성장 기대값이 높으면 현재의 보상요인이 커지면서 오른다. 채권의 미래 원리금 상환 위험이 커지면 현재 시점에서 보다 큰 위험 프리미엄을 요구하게 된다. 만기가 같아도 회사채 금리가 국채 금리에 비해 높은 것과 같은 이치다.
일반적으로 미국 국채는 무위험채권이라 해 위험 프리미엄이 없다고 가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미국의 신용등급을 강등하는 사례에서 알 수 있듯 미 국채도 부도가 날 수 있고 다양한 요인에 의해 위험 프리미엄이 존재한다. 하지만 단순화를 위해 위험 프리미엄이 없다는 가정 아래 성장률 기대값과 인플레이션 기대값만으로 미 국채의 적정금리를 계산해 보자. 미 의회예산처가 지난 달 발표한 미국의 2024년과 2025년 잠재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각각 1.76%와 1.74%이다. 여기에 현재 미국 경제를 전망하는 경제전문가들의 2024년과 2025년 물가상승률 전망치 2.78%와 2.17%를 더하면 각각 4.54%와 3.91%가 된다. 현재 만기 3년 미 국채 금리와 큰 차이가 없는 수준이다. 한국의 경우에는 정부가 구체적인 잠재 실질 GDP 성장률을 발표하지 않으므로 GDP 성장률과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 전망치를 활용해 계산하면 2024년 4.73%, 2025년 4.43%가 된다. 이는 국고채 금리 대비 60~70bp(1bp=0.01%포인트) 높다.
물론 이 계산에는 채권금리를 결정하는 다른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았다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채권금리의 과거 역사에서 찾을 수 있다. 과거 장기적으로 보면 채권금리가 위에서 계산한 적정금리 수준을 상회하거나 하회한 기간이 비슷한 빈도로 나타난다. 그런데 유독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21년까지 실제 채권금리가 적정금리 수준을 지속적으로 하회했다. 이 기간 동안 각국 중앙은행들이 과잉 유동성 공급을 통해 위기상황에 대응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잉 유동성공급이 지난해의 높은 인플레이션 및 금리상승을 초래했다. 즉 현재 채권금리는 2021년 이전의 비정상적으로 낮은 수준에서 정상적 수준으로 되돌아 가는 중인 셈이다.
인구 고령화 사회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심하게 받는다는 것이 경제학자들의 중론이라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고령사회로 접어드는 한국은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고금리 상황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국채금리가 과거처럼 3% 이하의 비정상적 수준이 되리라는 기대를 갖고 채권투자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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