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각종 혁신 기술을 앞세워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고 선언했다.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서 글로벌 탄소 감축 움직임을 거스를 수 없게 되자 열악한 국내 상황을 기술로 돌파해보겠다는 의지를 천명한 것이다.
삼성전자는 15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신(新)환경경영전략’을 공표했다. 삼성전자는 공정가스 저감, 폐전자 제품 수거와 재활용, 수자원 보존, 오염물질 최소화 등 환경경영 과제에 2030년까지 총 7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했다. ‘환경 대응 문제는 선택적 지출이 아닌 필수 투자’라는 인식을 담은 1992년 ‘삼성 환경선언’ 이후 30년 만에 나온 결과물이다.
삼성전자는 특히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약속하는 ‘RE100’ 이니셔티브 가입을 이달 완료했다. 초저전력 반도체와 전력이 덜 드는 전자 제품을 개발해 글로벌 사업 경쟁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발표를 기점으로 경영 패러다임 자체를 아예 ‘친환경 경영’으로 전환하겠다고도 밝혔다.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은 “기후위기 극복과 순환경제 구축은 기업·정부·시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우리 시대 최대의 도전”이라며 “삼성전자는 혁신 기술과 제품을 통해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재계에서는 이날 삼성전자가 공표한 ‘신(新) 환경경영전략’을 두고 미래 글로벌 사업 확대를 염두에 둔 전향적 조치로 평가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복귀를 계기로 세계 곳곳에서 거세지는 탄소 중립 요구 압박을 정면 돌파하자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다. 외부 요인으로 발생한 현실적인 어려움을 기술 혁신으로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강하게 드러냈다는 진단도 나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고(故) 이건희 회장 시기부터 친환경 경영을 꾸준히 강화하면서도 RE100 가입 등 탄소 중립 대응에는 그간 신중한 자세를 취했다. 열악한 국내 재생에너지 시장을 고려한 행보였다. 지난해 기준 국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7.5%)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30%)을 한참 밑도는 상황이다. 한국의 태양광 에너지 발전단가도 미국·중국 등보다 비싸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생산 라인을 계속 증설하고 있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도 “한국은 재생에너지 공급 여건이 상대적으로 안 좋지만 전 지구적인 노력에 동참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번 전략을 통해 우선 2050년 탄소 순배출을 완전히 없애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로 했다. TV·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디바이스 경험) 부문은 2030년, 전력 소모가 많은 DS(반도체) 부문을 포함한 전사는 2050년을 기본 목표로 삼았다. 삼성전자는 지난해에만 1700만 톤가량의 탄소를 배출한 바 있다.
삼성전자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 탄소 직접 배출(스코프1)을 줄이기 위해 혁신 기술을 적용한 탄소 배출 저감 시설에도 집중 투자하기로 했다. 또 전력 사용으로 발생하는 탄소 간접 배출(스코프2)을 감축할 목적으로 이달 RE100 가입을 마쳤다.
삼성전자는 5년 이내에 모든 해외 사업장의 사용 전력을 전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작업을 추진한다. DX 부문의 경우 국내에서도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100%를 달성하기로 했다. 삼성전자가 2050년까지 모든 전력을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경우 그 규모는 약 700만 가구가 사용하는 양과 맞먹는다.
나아가 혁신적인 초저전력 기술로 원료·사용·폐기 등 제품 전 생애에 걸친 자원 순환을 극대화하기로 했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초저전력 기술을 확보해 2025년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되는 메모리의 전력 소비량을 크게 줄인다. 스마트폰·TV·냉장고·세탁기·에어컨·PC·모니터 등 7대 전자 제품의 대표 모델에도 저전력 기술을 적용해 2030년 전력 소비량을 2019년 동일 성능 모델 대비 평균 30% 개선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소재 재활용 기술과 제품 적용을 연구하는 ‘순환경제연구소’도 최근 설립했다. 2050년까지 모든 플라스틱 부품에 재생 레진을 적용하고 2030년까지 모든 폐배터리를 재활용하는 체제도 구축한다. 폐제품 수거 체계 역시 현 50여 개국에서 2030년 약 180개 국가로 확대 적용한다.
아울러 사업장의 수자원 순환 활용도 최대치로 끌어올리기로 했다. 국내에서는 반도체 라인을 증설하더라도 용수 재이용을 최대한 늘려 2030년 물 사용량을 2021년 수준에 맞추기로 했다.
탄소 포집·활용 기술도 2030년 이후 반도체 사업 현장에 적용한다. 삼성전자는 이 기술을 개발·상용화하기 위해 지난해 9월 종합기술원 내 탄소포집연구소를 업계 최초로 설립했다.
자사가 개발한 미세먼지 저감 기술을 2030년부터 지역사회에도 활용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이 회사는 2019년 1월 설립한 미세먼지연구소를 통해 감지·분석·제거용 필터, 공기정화시스템 원천 기술 등을 개발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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