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만 들고 외출했어요. 지하철도 탔고, 편의점에서도 결제했죠”
“지갑 없이도 출근할 수 있다”는 말, 정말 가능할까. 아이폰 하나만 들고 지하철을 타고 편의점에서 결제까지 가능한 세상이 왔다. 애플의 간편결제 서비스 ‘애플페이’가 이달 22일부터 티머니 교통카드를 정식 지원하면서다. 국내에서는 현대카드가 티머니와 협업해 세계 최초로 자동충전 서비스를 적용하며 도입에 나섰다. 실물 교통카드 없이도 대중교통과 일부 오프라인 가맹점에서 ‘터치 한 번’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린 셈이다.
애플페이와 티머니가 손잡았다는 소식에 아이폰 유저들은 기대에 들떴다. ‘교통카드는 안 된다’는 이유로 늘 아쉬움을 품었던 iOS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드디어”라는 반응이 나왔다. 과연 이 변화가 진짜 ‘무지갑’ 생활을 가능케 할까. 애플페이 티머니 도입 일주일 차, 출근길에 아이폰만 들고 기자가 직접 체험해봤다.
지하철·편의점, 체감 속도는 실물 카드보다 빠르다
28일 출근 시간대인 아침 8시께 붐비는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아이폰을 잠금 상태로 들고 단말기에 갖다 대자 ‘삑’ 소리와 함께 빠르게 결제가 이뤄졌다. 실물 카드를 꺼낼 필요도 없고, 별도 인증 없이도 바로 결제되는 ‘익스프레스 모드’ 덕분이었다. 체감상 실물 카드보다 결제 속도가 더 빨랐고, 이동 흐름도 끊기지 않았다. 실제로 비자코리아는 EMV 컨택리스 결제가 기존 방식보다 75% 빠르다고 분석한 바 있다.
편의점 등 티머니 가맹점에서도 효율성은 빛을 발했다. 이마트24에서 물건을 계산하며 아이폰을 태그하자, 잠금화면 상태에서도 바로 결제가 완료됐다. 기존 애플페이 결제 방식과 달리 페이스 ID 인증을 생략한 덕분에 시간 단축은 확실했다.
‘무지갑 생활’은 가능할까…활용처 넓지만 한계도
이번 협업으로 애플페이 결제가 가능한 티머니 가맹점은 △서울 지하철 자판기 △일부 PC방 △구내식당 △무인카페 등으로 확대됐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NFC 인식 속도가 빨라졌다”, “잔액 자동 충전이 편리하다”, “무인 카페에서도 결제가 가능해 편리했다”는 후기가 있었다.
다만 온라인 결제를 지원하지 않는다는 점은 아쉽다. 배달앱이나 고속버스 예매 등은 기존 티머니 앱으로 불가능하다. 실물 카드 없이 ‘모든 일상’을 대체하기엔 아직 한계가 있다.
충전은 현대카드 필수…앱 2개 열고 인증까지
애플페이 티머니는 선불 충전 방식이다. 애플 지갑 앱에서 1만~5만원 사이 금액을 충전한 뒤 사용하는 구조이며, 잔액이 부족하면 자동 충전 설정도 가능하다. 다만 자동충전은 현대카드로만 가능하다. 계좌이체 방식으로 수동 충전은 가능하지만, 이 경우 자동충전 기능은 지원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현대카드 보유가 사실상 필수 조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기기와 연령 제약도 명확하다. 아이폰 XS 이상 모델에서만 사용할 수 있으며, 애플워치와는 동시 등록이 불가능하다. 하나의 기기에만 등록이 가능하다는 점도 불편 요소다. 또한 청소년·경로우대·장애인 할인 혜택도 적용되지 않아, 실물 교통카드를 완전히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다.
교통은 편리해졌지만…생활 속 결제는 ‘제한적’
실물카드 없이 지하철과 편의점에서 결제 가능한 경험은 분명 편리했다. 하지만 티머니 가맹점 수가 기존 애플페이 가맹점보다 적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티머니가 홈페이지에 안내한 주요 프랜차이즈 가맹점은 약 33곳에 그치는 반면, 현대카드 애플페이는 약 200여 곳에서 결제가 가능하다. 결국 대중교통이나 지하철·기차역 내 일부 편의시설을 제외하면, 애플페이의 활용 범위가 획기적으로 넓어졌다고 보긴 어렵다. 단말기 호환성, 가맹점 확대, 연령 할인, 온라인 결제 기능 등 풀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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