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3대 메가뱅크의 해외 대출 잔액이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기업들이 해외 시장 진출을 늘리며 생산 시설 확장이나 현지 기업과의 제휴 등 사업을 확장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는 미쯔비시UFJ금융그룹과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 미즈호금융그룹 등 대형 그룹 산하 은행들의 해외 대출 잔액이 지난 3월말 기준 약 102조 엔(957조 1782억 원)을 기록해 2년 연속 100조 엔을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이들 메가뱅크들은 2010년대 초반 미국에서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발생한 이후 유럽과 미국 은행들이 대출을 줄이는 틈을 타 해외 대출 시장을 적극적으로 확대해왔다. 2024년 3월 말까지 3년 연속 두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최근 4년 동안 40% 늘어난 수준이다.
닛케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대출 규모가 대형화한 영향이 크다고 짚었다. 일본 기업들은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축소된 내수 시장에서 눈을 돌려 해외에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일본 기업들의 인수합병(M&A) 규모는 올 상반기에만 2500건, 총 거래액은 1400억 달러(194조 6980억 원)에 달해 지난 한 해 전체 거래액을 이미 넘어섰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이 일본 기업이 해외 경쟁사를 인수하는 거래였다.
일본의 금리가 미국 등 해외 주요국에 비해 낮은 점도 은행의 해외 대출 사업에 긍정적이다. 비교적 대출 이자가 낮은 일본에서 돈을 빌려 해외의 인공지능(AI) 인프라 등 안정적인 투자처에 넣는 사례도 증가하는 추세다. 일본 대형 은행 관계자는 "미국에서 데이터센터를 위한 대출이 대형화하고 있어 기회가 확장되고 있다"고 전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율 관세를 부과하며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있는 점도 해외 투자 확대 요인이다.
기업들의 보폭이 넓어지면서 일본 메가뱅크들은 직접 대출에 이어 금융 서비스 영역도 넓히고 있다. 미쯔비시UFJ금융그룹은 PF(프로젝트파이낸싱)를 주관하고 대출 채권을 투자자에게 매각하는 사업을 통해 지난 3월 말 기준 수수료 수익을 전년 동기 대비 8% 늘렸다. 미즈호금융그룹은 미국 투자은행(IB) 그린힐을 인수해 M&A 자문 서비스를 강화한 이후 지난해 글로벌 IB 수수료 수익 순위에서 일본 은행 가운데 가장 높은 13위를 기록했다. 미쓰이스미토모금융그룹도 2021년부터 미국 IB 제프리스를 금융 파트너로 협력을 강화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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