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휴머노이드 로봇 전문 기업 유니트리가 물구나무와 격투 동작까지 가능한 ‘R1’ 모델을 공개했다. 가격도 기존 제품 보다 크게 낮춰 1000만원 대 밑으로 내놓았다.
26일 로봇업계에 따르면 유니트리는 전날 자사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R1의 사양과 시연 영상을 소개했다. 해당 영상에는 ‘가성비’를 앞세운 R1이 다양한 동작을 수행하는 모습이 담겼다.
R1은 키 121cm, 무게 25kg(배터리 포함)으로, 배터리 지속 시간은 약 1시간 정도다. 유니트리가 앞서 출시한 G1(132cm·35kg), H1(180cm·47kg)보다 작고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가장 소형 모델이지만 관절 수는 오히려 가장 많다. R1은 26개의 관절을 탑재했고, G1은 일부 버전은 최대 43개까지 장착되지만 기본적으론 23개가 탑재된다.
다만, 로봇의 ‘두뇌’에 해당하는 중앙처리장치(GPU)의 세부 성능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유니트리는 R1에 대해 “멀티모달 거대언어모델(LLM) 기반의 AI 시스템이 탑재됐다”고만 밝혔으며, 고성능 AI 확장 옵션에 대한 정보는 따로 공개하지 않았다.
G1에는 8코어 CPU가, H1에는 인텔 코어 i5 또는 i7 CPU가 탑재됐으며, 두 모델 모두 엔비디아의 ‘젯슨 Orin’ 모듈 장착을 지원한다.
초경량 모델인 만큼 R1은 빠르고 민첩한 움직임을 자랑했다. 영상 속 R1은 손으로 땅을 짚으며 풍차돌리기 동작을 선보였고, 잔디밭 위에서는 물구나무를 선 채 이동하기도 했다.
최근 여러 중국 로봇 업체들이 공개하며 화제를 모았던 격투 시연 장면도 포함됐다. R1은 복싱 선수처럼 재빠르게 주먹을 휘두르고, 옆차기 동작도 연속으로 수행했다. 바닥에 누워 있다가 벌떡 일어나 전투 자세를 취하는 장면도 눈길을 끌었다.
다만 R1의 손은 아직 장난감 레고와 비슷한 둥근 형태로, 실제 업무에 투입되기에는 제한이 있어 보인다.
유니트리는 R1의 최저 가격을 5900달러(한화 약 815만 원)로 책정했다. 또 사용자 맞춤형 동작 조율 기능과 로봇 색상 커스터마이징도 지원한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인공지능(AI)과 로봇 산업 육성을 위해 수천위안 규모의 펀드를 조성해 관련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지원 중이다. 이 같은 배경 속에 유니트리를 비롯한 Agi봇, 레쥬 로보틱스, UB테크 등 로봇 스타트업들이 빠르게 늘고 있다.
유니트리는 G1과 H1에 이어 R1까지 연이어 선보이며, 보다 저렴하고 대중적인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집중해왔다.
‘화웨이 천재학교’ 출신들이 창업한 Agi봇은 지난해 말까지 962대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생산한 것으로 전해졌고, 레쥬는 연간 200대의 생산 능력을 갖춘 시설을 확보한 상태다.
중국이 휴머노이드 로봇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데에는 강력한 AI 기술력, 우수한 공학 인재 풀, 그리고 탄탄한 전자부품 공급망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유니트리가 고도의 자유도를 가진 로봇을 1000만 원 미만에 판매할 수 있는 이유 역시 이와 같은 현지 부품 생태계 덕분이라는 평가다.
국내 로봇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은 스마트폰, 반도체, 배터리, 전기차 산업을 키울 때도 초반엔 지원을 쏟아부어 '똘똘한 회사' 3~4개를 추려내고 이후 해외 수출이 가능하도록 지원을 몰아주는 방식을 취했다"며 "이번에도 로봇 산업 자체를 키워 옥석을 가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기술 패권의 핵심 지표 중 하나인 특허 보유에서도 최근 중국의 상승세는 두드러진다. 중국 공업정보화부(MIIT)는 지난해 열린 세계 로봇 컨퍼런스에서 "중국은 전 세계 로봇 관련 19만개의 유효 특허를 보유했고, 이는 전체의 약 66%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올해 2월 글로벌 투자사 알리안츠 글로벌 인베스터스가 발표한 보고서에서도 중국이 세계 로봇 특허의 약 3분의 2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