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대형 게임사 실적이 지식재산권(IP) 유무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IP가 ‘효자’ 역할을 한 엔씨소프트(036570)와 크래프톤(259960)은 나란히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고, 카카오게임즈(293490)의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치솟았다. 각각 ‘리니지’, ‘배틀그라운드’, ‘오딘’의 덕을 톡톡히 봤다. 반면 타사 IP 의존도가 높은 넷마블(251270)은 10년 만의 적자 전환이라는 충격적인 성적표를 받았다.
15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는 올해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330% 늘어난 2442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다. 매출도 분기 기준 역대 최대인 7903억 원을 기록했다. 어닝 서프라이즈의 비결은 역시 ‘리니지’였다. 모바일 리니지 3형제(리니지W·M·2M)로만 전체 매출의 80%에 달하는 6164억 원을 쓸어 담았다. 이 중 절반이 넘는 금액(3732억 원)을 지난해 11월 출시한 리니지W 혼자 벌었고, 출시 6년차에 접어든 리니지M도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한 1159억 원을 벌어들이며 여전히 건재함을 입증했다.
크래프톤도 다소 비관적이었던 증권가 컨센서스(1921억)를 뒤집고 1분기 3119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매출도 5230억 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PC·콘솔 버전 ‘배틀그라운드’ 무료화로 이용자를 대거 확보한 게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크래프톤 측은 "무료화 이후 평균 월간활성이용자(MAU)가 전 분기 대비 3배 가까이 증가했고, 유료구매자도 2배 늘었다"고 설명했다. 덕분에 크래프톤의 PC게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1% 증가한 1061억 원, 콘솔은 같은 기간 274% 증가한 150억 원을 기록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딘 효과'에 힘입어 전년 동기 대비 170% 늘어난 42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오딘 출시 전인 지난해 1분기 601억 원이던 모바일 게임 매출은 1년만에 1772억 원으로 늘었다. 2분기에는 오딘 대만 출시 실적이 본격 반영됨에 따라 매출이 더 확대될 전망이다. 회사에 따르면 대만 오딘은 3월 말 출시 후 1달 만에 500억 원을 벌었다.
반면 넷마블은 1분기 119억 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10년 만에 적자전환했다. 지급수수료가 전체 영업비용의 38.9%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인건비와 마케팅비까지 동시에 급증하며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는 진단이다. 넷마블의 지급수수료율이 유독 높은 이유는 흥행작의 상당수가 ‘리니지’, ‘마블’ 등 타사 IP를 활용한 게임이기 때문이다. 해당 게임들 매출이 늘어날수록 로열티 부담도 늘어나는 구조다. 이 때문에 넷마블의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6.7%로 경쟁사 넥슨(33%)과 엔씨(16.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업계는 이번 실적 결과가 ‘잘 키운 IP 하나’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리니지의 경우 30년 가까이 된 IP지만 지난해까지도 신작을 냈고, 여전히 분기 수천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며 “게임도 결국 흥행 산업인 만큼 B급 게임 수백개보다 대박 게임 하나가 훨씬 가치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흥행 IP를 보유한 회사라고 해서 마냥 안주할 수는 없다. IP도 결국 노후화되는 만큼 새로운 먹거리도 지속적으로 발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카카오게임즈는 신규 개발 라인업 확보를 위해 올해에만 해외 게임 개발사 2곳에 투자했다. 엔씨도 내년 하반기까지 글로벌향 콘솔 타이틀 ‘TL’ 을 포함해 총 7종의 신작을 선뵐 예정이다. 크래프톤도 북미 스튜디오를 통해 AAA급 콘솔 신작 ‘칼리스토 프로토콜’을 올 하반기 출시할 예정이다. 이번 분기 쓴맛을 본 넷마블도 올해 공개할 신작 20종 중 15종을 자체 개발 IP로 채우며 설욕에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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