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5일(현지 시간) 방문한 체코 플젠시 두산(000150)스코다파워 공장. 수도 프라하에서 차를 타고 서쪽으로 1시간 20분가량 달리자 태극기와 체코 국기, 두산 깃발이 나란히 걸린 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관련 시리즈 4면
한국 증기터빈의 역사는 이곳에서 제2막을 열었다. 2009년까지 한국은 ‘산업혁명의 원동력’인 증기터빈에 대한 원천 기술을 갖지 못했다. 두산에너빌리티(034020)(당시 두산중공업)가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의 라이선스를 받아 증기터빈을 생산했지만 수출은 막혀 있었다. GE가 글로벌 시장을 지키려 두산의 해외 수출을 허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관련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다양한 증기터빈을 생산하는 경험이 필요했지만 기회를 찾기 어려웠다.
두산에너빌리티는 150년 역사를 가진 체코 국민 기업이자 증기터빈 원천 기술을 보유한 스코다파워를 2009년 인수한 후에야 갈증을 풀 수 있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스코다파워를 앞세워 공격적인 해외 진출을 시작했다. 스코다파워는 높은 기술력에도 수출은 동유럽에 그쳤는데 두산의 영업망을 만나 세계로 뻗어나갔다. 두산스코다파워가 현재까지 공급한 증기터빈은 아시아·중동·남미 등 전 세계 58개국에 553기(총 발전 용량 기준 약 54GW)에 이른다.
올 5월 두산에너빌리티는 체코에서 또 하나의 역사를 썼다. 한국수력원자력과 두산에너빌리티 등 ‘팀 코리아’는 26조 원 규모의 체코 두코바니 5·6호기 원전 사업자로 최종 선정됐다. 한국의 해외 원전 수주는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 이후 16년 만이다. 체코의 터빈 기술로 해외 진출과 성장을 이룬 뒤 다시 체코에서 원전 건설을 맡게 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두산이 스코다파워를 인수해 체코 현지에서 쌓은 신뢰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두산스코다파워는 체코 원전에 들어가는 증기터빈과 발전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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