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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소주성’이라 불린 자가 있었다

■박태준 서울경제TV 보도본부장

문정부 경제정책의 축 ‘소득주도성장’

국정실험의 대표적 실패작 평가 받아

‘노란봉투법’ 등 위험한 실험 재연돼

정부 헛발질 견제 못하는 야당도 한심





‘소주성’이라 불린 자가 있었다. 지금은 낙향해 책방 주인이 된 ‘문공’이 정권을 잡은 직후 그를 불러들였다. 나라와 백성들의 살림살이를 나아지게 할 방도가 소주성, 그에게 있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 연유로 소주성이 전권을 휘두른 다섯 해 동안 죄 없는 백성들은 나라 꼴의 놀라운 변화를 겪게 된다. 품삯을 줘가며 한두 명의 인부를 고용해 장사했던 주인장 30만 명이 가게 문을 닫았다. 소주성이 너무 빨리, 너무 많이 품삯을 올린 탓에 수지가 맞지 않자 장사를 접게 된 것이다. 인부들의 살림이 조금 나아진 것도 잠시, 가게 문이 닫히면서 그들도 일자리를 잃었다.

문공의 권력이 사라질 즈음, 그도 그의 일파도 소주성의 내공이 과장된 것이었음을 인정하며 슬그머니 외면했고, 이제는 누구도 그의 종적을 알지 못한다. 하지만 소주성을 길러냈다는 ‘학현파’가 요즘 새로운 권력의 주변에서 무언가를 도모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문재인 정부 시절 경제정책의 중심축이었던 소득주도성장, 그 비장했던 시작과 씁쓸했던 끝을 오래전 언젠가의 이야기처럼 적어봤다. 이재명 정부가 ‘소주성 시즌2’로 불릴 법한 위험스러운 실험을 시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코스피 5000’ 달성을 천명한 새 정부의 국정기획위원회에서 인공지능(AI) 관련 정책을 담당했던 자가 내부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무려 국회 법사위원장이었던 여당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그것도 차명으로 주식 거래를 하는 부지런을 떨 때 증시는 정부와 여당의 세제개편안 탓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야 투심이 살아나는 증권시장인데, 굳이 대주주 양도세 기준을 강화한다고 목소리를 높여 찬물을 끼얹어야 했을까. 개인투자자들의 아우성이 심각한데도 정부와 여당은 여전히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 왜 그들은 ‘샤워실에만 들어가면 바보’가 되는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어쩌면 세제개편안 정도는 별것 아닐 수 있다. 이재명 정부가 준비 중인 더 강한 실험은 노란봉투법이다. 하청 노동자들이 답답함을 호소할 길이 막혀 있고, 노조에 대한 사용자 측의 손해배상 청구가 노동자의 단체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음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적법한 범위 내에서의 교섭과 쟁의여야 보호받을 명분을 얻는다. 개정안대로 원청과 하청 노조 가릴 것 없이 사용자 대상의 교섭과 파업이 가능하고, 불법 소지가 다분한 파업에 대해서도 견제할 장치가 없다면 기업들이 정상적인 경영을 할 수 있을까. 소주성으로 그랬던 것처럼 공장이 문을 닫으면 노동자들도 일자리를 잃는다.

집권 초기 “20년 집권”을 호언장담했던 문재인 정부가 바로 권력을 내준 원인 중 하나는 경제정책 실패였다. ‘다주택자’를 국토교통부 장관으로 앉혀 놓고 ‘다주택자와의 전쟁’만 했던 문 정부 5년 동안 서울 아파트 값은 역대 어느 정부 때보다 많이(6억 8000만 원, 119%, 경실련) 올랐다. 5년이라는 시간이 그리 길지 않음을, 정책의 첫 단추가 잘못 끼워졌을 때 신속한 방향 전환이 필요함을 과거 사례를 통해 오랫동안 학습하지 않았나.

한편으로 더욱 걱정스러운 것은 정부와 여당이 아무리 헛발질을 하더라도 이를 견제할 상대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속옷 바람으로 버티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국격을 떨어뜨리고 있는 전 대통령과 16가지 혐의로 특검에 불려 간 ‘아무것도 아닌 사람’. 극우 유튜버들 앞에서 면접을 보면서 “계엄으로 누가 죽었냐”고 떠들어 대는 당대표 후보, 나라 걱정은 안중에 없고 온통 자리 걱정인 의원들까지. 총체적인 난국이라는 말을 이럴 때 써야 하던가.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자당을 스스로 ‘봉숭아 학당’이라 부른다고 하던데, 웃기지도 않고 한심해만 보여 그렇게 불릴 자격이 있는지 모르겠다. 국민의힘 지지율 16%는 아마 당대표를 뽑고 나면 더 떨어질 공산이 커 보인다.

그렇다고 이재명 정부와 더불어민주당 앞이 아무런 장애도 없는 탄탄대로라 착각하지 말기를. 결국 평가와 선택의 몫은 국민이고 5년 후 누가 ‘별의 순간’을 포착할지 모를 일이다. 2022년 봄에도 그러하지 않았나, 대한민국 불운의 시작이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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