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물류비 급등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중국 봉쇄령까지 잇단 악재로 중소기업들은 존폐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국가 경제의 모세혈관으로 불리는 중소 제조 기업들은 원자재 값, 물류비 급등과 부품 대란 속에 사업 영속성을 위해 손해를 감수해가면서 공장을 돌리고 있지만 안팎에서 밀려오는 악재 쓰나미를 이기지 못할 경우 제조업 전반에 제동이 걸리는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27일 중소기업계에 따르면 원자재 쇼크로 국내 중소기업 공장 평균 가동률이 급감한 데 이어 중국발 봉쇄령으로 인해 중국에 생산 공장이 있거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공장을 둔 중소기업들마저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올 1월 기준 50인 미만 기업의 평균 가동률은 68.3%로 전달(76.7%) 대비 9%포인트가량 떨어졌다국내의 높은 생산 단가를 피해 중국으로 대거 공장을 이전했지만 이제는 중국 공장이 오히려 리스크가 되고 있다. 실제로 중국의 1분기 전국 공업 생산능력 가동률은 75.8%로 전년 동기 대비 1.4%포인트 하락했고, 특히 제조업 가동률은 75.9%로 1.7% 포인트 낮아졌다.
최근 베이징 봉쇄 우려까지 더해지면서 앞으로 현지 가동률이 더욱 떨어질 수도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국내 중소기업의 피해 사례도 속속 나오고 있다. 중국 제조사와 OEM 및 제조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생산을 늘려가고 있던 국내 소형 가전 업체 A사는 상하이 봉쇄 조치로 인해 현지 생산을 마친 상품을 국내로 들여오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개발 막바지 단계인 한 제품의 경우 검토 샘플이 국내로 들어오지 못해 출시가 지연되고 있다. 이 업체는 지난해 중국의 전력난으로 인해 타격을 입기도 했다.
B사의 경우 상하이 인근에서 현지 공장에 주요 부품을 공급하는 길이 막혀 공장 가동에 차질이 빚어졌다. 상하이항이 아닌 다른 루트를 통해 부품 운송을 알아보고 있지만 비용이 급등해 이마저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베트남에 공장을 둔 C사 역시 상하이 봉쇄 장기화로 원재료를 운송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그동안 상하이를 통해 베트남에 원재료를 보냈지만 원재료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결국 공장 가동을 멈췄다.
중국에 생산 공장을 둔 화장품과 건강기능식 업계도 타격이 크다. 원료를 공급받는 업체들 대부분이 상하이에 위치해 있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상하이 봉쇄에 따라 생산 차질이 빚어졌을 뿐 아니라 물류비도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특히 상하이에서는 코로나19 전파 원인으로 택배를 지목해 상하이로 오가는 물량이 전반적으로 지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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