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특허 보유자에게 특허 가치의 최대 5%에 달하는 새로운 형태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막대한 정부 적자를 메우려는 조치지만 글로벌 기술기업들의 부담이 커지고 혁신 산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
28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하워드 러트닉 장관의 주도로 특허 가치의 1~5%를 수수료로 부과하는 새로운 제도 도입을 살피고 있다. 현재 미국 내 특허 보유자는 수천 달러에서 최대 약 1만 달러의 정액 수수료를 수년에 걸쳐 나눠 내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특허의 가치를 따져 일정 비율의 수수료를 매기겠다는 것이다. WSJ는 “새로운 수수료가 기존 수수료를 대체하는 것인지, 추가되는 것인지는 불분명하다”면서 “당국자들은 관련 초안과 재정 시뮬레이션을 확인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 정부가 특허제도의 개편을 검토하는 것은 세수 확충을 통해 재정적자를 줄이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정부는 새로운 과세 구조를 통해 수백억 달러(수십조 원)의 추가 수입을 기대하고 있다. 이 계획이 실행될 경우 미국 내 지식재산권에 중대한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분석된다. WSJ는 “새 방안으로 미국 특허제도에 근본적인 변화가 생기게 된다”며 “특허 가치에 따라 부과되는 수수료는 일부 보유자에게 재산세에 준하는 무거운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중과세 논란 등 현실적인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기업들은 이미 특허를 통해 벌어들인 수익에 세금을 납부하고 있는데 또 다른 수수료를 부과하는 것은 ‘이중과세’라고 주장한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적잖은 파장이 우려된다. WSJ는 “삼성·LG 등 외국 기업들은 미국에서 많은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면서 “이 제도가 도입될 경우 미국은 국제 특허 체제에서 이례적인 국가로 비쳐질 수 있고 반발도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글로벌 기업을 배출한 미국의 저력인 혁신 산업 생태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식재산권 전문 변호사인 메릴리 젠킨스는 “정부가 판단한 지식재산권 가치를 기준으로 수수료를 부과하겠다는 발상 자체가 혁신을 장려하는 방식과는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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