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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서류 위조는 기본…지자체 검증인력 부족해 손놔
사회 사회일반 2025.07.29 17:58:18“한 사람 앞에 300만 원이에요.” 29일 고기복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가 베트남 결혼이민자의 남편인 척 행세하며 경기도 용인의 행정사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의 사촌을 계절근로자로 초청해 전남도에서 일하게 하고 싶다”고 말하자 곧바로 수수료 요구가 돌아왔다. 이력과 거주지를 포함한 각종 서류의 위조도 문제없었다. 작업복을 입고 논밭에 가서 찍은 사진만 보내 주면 농업 경력을 담은 이력서를 만들어주겠다는 구체적인 컨설팅이 이어졌다. A 씨는 “우리에게 서류 대행을 맡기는 베트남 사람들이 많다”며 “오늘 우편으로 접수받은 분량만 50명 치가 넘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법령상 금지된 매개 행위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 사이에서 일상처럼 만연해 있었다. 행정사들은 주로 결혼이민자의 형제자매와 친인척을 계절근로자 수요가 있는 작업장에 연결한다. 이력서를 만든 뒤 그 사람을 쓰겠다는 농장주를 찾으면 근로계약서를 쓰게 된다. 각종 서류들을 만들고 나면 지자체 승인 절차까지 이어진다. 온라인상에서 ‘계절근로’를 검색할 경우 이 같은 업무를 대행해주겠다는 게시물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이런 업무를 전담하는 행정사들은 겉으로는 합법적인 서류 절차의 대행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이주노동 송출 브로커의 기능을 수행한다고도 본다. 초청 수요와 공급을 직접 연결해주고 필요시 허위 서류도 만들어주며 농장주와 연계를 시도하고 그 대가로 수백만 원의 고액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점에서다. 행정사들이 이처럼 ‘풀 패키지’를 제공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런 행태가 만연해진 이유는 행정 실무를 수행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미 브로커들로 대표되는 중간 매개자들이 없으면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졌다. 또 다른 행정사 B 씨는 “우리가 지자체와 출입국·외국인청을 직접 쫓아다니며 업무를 처리한다”면서 “지자체는 워낙 바쁘고 담당자도 적다 보니 서류를 준비해 대행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일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주노동자들은 본국에서부터 한국에 이르는 과정의 매 절차마다 층층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형편이다. 현지 공무원들에게 수십 만원대 뇌물을 주며 한국 입국 준비가 시작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본국 여권을 만드는 출발점에서부터 행정이 지연되는 경우까지 있어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에는 이주노동자 송출이나 고용 알선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신설됐다. 각종 문제들을 개선할 국가 차원의 관리·감독 체계와 브로커 처벌 근거가 마련되리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피해자들과 인권단체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그간 이주노동자 제도 안에서 중간 매개자 역할을 수행해줄 주체가 없었던 점이 근본적 문제”라면서 “아직 세부 지침이 나오기 전이지만 브로커들을 섣불리 제도권 내 편입시키기라도 한다면 이미 악질적 수법으로 착취를 일삼아온 사람들에게 멍석만 깔아주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입국하자마자 이주노동자 통장·비번 뺏고…항의땐 겁박
사회 사회일반 2025.07.29 17:56:12필리핀 업체 S사가 2023년 7월 ‘출국 전 오리엔테이션’이라는 명목으로 한국에 파견될 계절노동자 수십 명을 강당에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S사 직원들은 “돈을 빌렸다는 계약서에 서명하라”며 허위 대부약정서 서명을 강요했고 거부할 경우 출국이 불가능하다고 협박했다. 실제 대출은 없었지만 이미 건강검진·농업실습 등 명목으로 상당한 비용을 낸 노동자들은 거부할 수 없었다. 한국인 유명 브로커 ‘미스터 홍’은 필리핀 현지에 S사를 설립하고 기업처럼 움직였다. 이 회사를 통해 면접부터 교육과 계약 강요, 출국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사불란하게 관리했다. 이 때문에 출국에 성공한 이후에도 노동자들은 미스터 홍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은행 계좌 개설은 한국 입국 당일 강제로 이뤄졌다. 통장 비밀번호를 S사 직원에게 넘기도록 한 뒤 매달 최대 75만 원까지 자동이체로 갈취했다. 일부 피해자의 경우 통장 비밀번호까지 받아내 임금이 들어오기 전 미리 인출해가는 일도 발생했다. 브로커나 송출 수수료의 존재는 비밀로 부쳐졌다. 기업화된 착취 구조가 치밀하게 작동하고 있었던 셈이다. 2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브로커들에 의한 외국인 노동자의 구조적 착취는 공공 영역 안에서조차 벌어지고 있다. 브로커 미스터 홍은 필리핀 지자체와의 연결을 통해 현지 노동자들의 이력서를 수집한 뒤 자신이 대표로 있는 송출기업 ‘S사’를 거점 삼아 면접·교육·파견까지 모든 절차를 통제해왔다. 해당 노동자들은 충북 괴산군과 경기 안성시 같은 국내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제’ 구조 안으로 유입됐다.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법무부가 파종·수확기 단기간 발생하는 농어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2007년부터 운영 중인 제도다. 올해는 총 9만 5700명이 배정돼 규모가 전년 대비 41% 늘었다. 임금을 원활히 갈취하지 못한 경우에는 또 다른 협박이 뒤따랐다. 돈을 갚지 않으면 한국에서의 근로를 준비 중인 다른 가족의 출국도 막겠다는 압박이 대표적이다. 수수료를 내지 않으면 100만 페소(약 2400만 원)의 벌금을 물리고 친척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협박도 이어졌다. 탈출한 노동자에게는 신상 공개와 명예훼손, 허위 고소 같은 2차 피해가 기다리고 있었다. 실제 S사 통역 직원은 온라인상에 피해자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이 사람은 마약을 했고, 돈을 훔쳤다”고 주장했다. “위치를 알려주면 500만 원 현상금을 주겠다”는 사적 수배글도 게시됐다. 허위 고소에 따라 일부 피해자가 실제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도 생겨났다. 이런 수법을 반복해온 브로커들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미스터 홍은 지난해 말 결국 불기소 처분을 받은 뒤 지금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유명 브로커 ‘미스터 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22년부터 거창·양구·완도 등지에서 계절근로자들을 모집한 그는 매달 일정액의 임금을 송출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가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피해자들의 형사고소 이후에도 수사에 진척이 없는 가운데 동일한 방식으로 활동 중이다. 고기복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한 번 당한 뒤에는 브로커들의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하고 은밀해진다”며 “서로의 수법을 모방하며 법망을 피해간다”고 말했다. 피해 경험이 있는 이주노동자가 본국으로 돌아간 뒤 현지 브로커로 전환돼 또 다른 희생양을 모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알려진 착취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산재보험 미가입이나 임금 체불 같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외부에 알리기를 주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특성 때문이다. 류지호 의정부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상담팀장은 “사업장 내에서의 문제를 알리면 고용주들에게 ‘문제 노동자’로 낙인찍혀 재입국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퍼져 있다”면서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계속 한국에 올 수 있다면 감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에 길어야 수 개월 머무르는 계절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휴대폰 개통조차 하지 않아 외부와의 접촉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피해를 인지하더라도 고용주나 브로커의 협박에 대응할 수단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귀국 후에는 법적 조치를 이어갈 동력도 사라져 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 같은 현실이 피해 구조와 사후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전언이다. 인권단체들은 반복되는 이주노동자 착취를 막기 위해 제도적 대응과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2023년 1월 시행된 인신매매방지법에 따라 지자체가 설치해야 할 ‘지역권익보호기관’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다. 현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발급 중인 ‘인신매매 피해자 확인서’는 대부분 성매매 사건에 집중돼 노동착취 피해자 지원은 사실상 공백 상태다. 이소아 법무법인 동행 변호사는 “인신매매는 국제법상 세계주의가 적용돼 국경과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는 범죄지만 국내 수사기관은 ‘해외 계약은 관할 밖’이라며 심각성을 축소하고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단독] 월급 갈취…노예계약 맺는 이주노동자
사회 사회일반 2025.07.29 17:44:23지난해 계절근로자로 충북 괴산군에 파견된 한 필리핀 남성 A 씨는 월급 통장을 만들자마자 비밀번호를 브로커 ‘미스터 홍’ 측에 넘겨야 했다. 이후 매달 70만 원 가까운 돈이 ‘송출 수수료’ 명목으로 빠져나갔다. 경기도 안성으로 들어온 필리핀 여성 B 씨는 이런 송출비를 완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동생의 한국행이 막혔다. 브로커는 “100만 페소(약 2400만 원)를 내야 친척이 처벌받지 않는다”며 가족까지 협박했다. 최근 이주노동자가 지게차에 매달려 조롱당하는 모습이 공분을 일으킨 가운데 이들이 국내로 유입되는 현장에서도 거물 브로커들의 조직적 착취가 벌어지고 있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필리핀 계절근로자들로부터 고소당한 브로커 미스터 홍은 지난해 말 광주지검 목포지청으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필리핀 본국으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았으므로 국내 사법절차의 관할권 밖”이라는 취지의 처분으로 알려졌다. 법망을 피한 브로커들은 근로자 모집·선정·송출 실무를 도맡으며 사실상의 인신매매를 반복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국내 산업 전반에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점과 대비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외국인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8만 7000명 늘어난 101만 명을 기록했다. 이들 없이는 농업뿐만 아니라 광업·제조업·농림어업·건설업 가동이 불가능했을 정도다. 고기복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심각한 현장 상황에 비해 대형 브로커들이 인신매매로 처벌된 사례는 없다시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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