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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많아서 못하겠어요”…필리핀 이모 100명 중 14명 이탈
사회 사회일반 2025.08.04 17:44:35지난해 서울시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을 통해 입국한 필리핀 여성 A 씨는 단체 숙소를 무단이탈해 도망자 신세가 된 끝에 결국 10월 부산에서 강제 출국당했다. 동료들의 증언에 따르면 A 씨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집 3곳을 오가다 자정이 돼야 기숙사로 돌아오는 높은 업무 강도에 시달렸다. ‘일이 어려우니 수정해달라’고 요청했으나 사측과 당국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한다. 4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사업에 따라 국내로 들어온 100명의 가사관리사 중 14명이 현장을 떠났다. 이들 모두 필리핀 정부가 인증한 돌봄 자격을 갖춘 가사관리사들이었으나 대부분이 낮은 임금과 인권침해를 호소하며 이탈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 와중에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이 고충을 제기할 수 있는 상담소 역시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였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고용부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해 9월부터 올 6월까지 ‘가사서비스종합지원센터’에 접수된 필리핀 가사관리사 관련 상담 내역은 0건이었다. 낯선 나라에 온 이들이 격무에 시달리는 동안 문제를 공식적으로 드러낼 창구조차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셈이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제도의 좌초는 부실한 정책 설계가 수요자들의 외면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통제 강화라는 엉뚱한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제도는 한국인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여줄 저출생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됐지만 돌봄 노동 시장이 형성되는 데는 실패했다는 평가다. 모호한 업무 범위, 사측과의 소통 부재, 불안정한 체류권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코리안 드림’을 찾아 온 이주노동자들 몫으로 돌아갔다.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은 지난해 9월 저출생 및 경력단절 문제의 대안으로 도입됐다. 필리핀 정부가 인증한 돌봄 자격을 가진 100명의 여성 가사관리사를 선발해 6개월간 서울시 가정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당시 돌봄 공백 해결 시도일 뿐 아니라 불법체류자에 의한 외국인 노동에서 벗어난 제도적 혁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수요 예측 작업에서부터 어긋났다. 중산층 가정에선 한국어가 서툰 데다 고용에도 상당한 비용이 들어가는 필리핀 노동자들의 수요가 높지 않았다. 실제 이번 시범 사업에선 비교적 소득이 높은 강남 3구 가정 의존도가 40%를 넘겼다. 반면 나머지 22개 자치구의 수요는 저조한 수준이었다. 한국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소득을 올리고 싶었던 이주노동자들의 욕구와도 대비됐다. 이들은 대중교통을 통한 서울 내 이동 시간조차 낭비로 여겼을 정도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약 800시간에 이르는 시간을 들여 현지 돌봄 노동 자격증을 갖췄다. 한국 입국을 위해 최대 수백만 원에 이르는 수수료까지 지불했다. 수요 가정들이 돌봄과는 별개인 각종 허드렛일 수행까지 원했다는 점도 공급자인 가사노동자들의 실망만 불렀다. 지난해 한국에 들어와 서울시 가사관리사 사업에 참여한 한 필리핀 여성은 “돌봄 계약에 사인하고도 정작 아이는 만나지도 못했다”고 전했다. 오히려 가사 노동을 넘어 반려동물 관리와 고용주의 친척 집 청소에 이르기까지 업무 범위만 날로 늘었다. 낮은 임금에 더해 서울 시내 곳곳을 오가는 비효율적인 동선과 그로 인한 피로라는 현실에 내몰렸다. 소통 부재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이탈을 방지하려다 보니 업체들에 의한 기숙사 통금과 ‘쪼개기 계약 연장’이라는 기형적 통제 방식이 생겨났다. 서로 간 교류도 감시 대상이 됐다. 서울시가 지정한 두 곳의 가사관리사 위탁 업체는 이주노동자 관리 경험이 없다시피하다. 업체들 입장에서는 이탈을 막을 근본적 해결책 없이 통제 책임만 떠안은 꼴이다. 이미애 제주대 학술연구교수는 “위탁업체들이 이주 가사노동자 중 일부를 내근직으로 두고 이들을 통해 요구사항을 전달하게 하고 있다”며 “중간 관리자들이 고용주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현장의 의견을 왜곡해 전한다면 대등한 협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화된 통제 탓에 제도를 둘러싼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앞서 6월 서울시의회가 연 토론회에서는 필리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벌금 부과와 협박, 성추행 행태가 벌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이주민 인권단체들은 당초 인터뷰에 참여해 문제를 제기한 노동자들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전한다. 송은정 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은 “노동자들은 최소 3년 이상 일할 생각으로 한국에 왔기에 사업이 중단될 정도로 문제가 커지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우려가 크다”면서 “이들 입장에선 실제 피해를 외부에 말하기 더욱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를 미리 예견하고도 대책에 소홀했던 점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앞서 정부가 2023년 7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공청회를 열었을 때 여성·노동계는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착취가 발생하는데도 개인이 거부할 수 없는 구조는 ‘현대판 노예제’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취지였다. 인권단체들은 관리 업체를 통해야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외부에 표출될 수 있는 특성상 알려지지 않은 피해 사례가 더욱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고용부와 서울시는 당초 본사업에서 1000명 이상으로 규모를 늘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이 계획은 사실상 유보됐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조사 당시 소수 인원을 제출한 부산과 세종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지자체에서의 수요도 거의 없는 상태다. 이미 한국에 들어와 활동중인 가사관리사들의 취업 기간만 최대 36개월로 연장되는 데 그쳤다. 조영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체계적 제도를 제공하지 않는 행위 자체가 인권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엉성한 설계로 이탈 위험만 키운 채 운영을 업체에 떠넘기면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반려동물 돌보고 친척 집 청소…"정작 아이는 만나지도 못했다"
사회 사회일반 2025.08.04 17:28:38지난해 한국에 들어와 서울시 가사관리사 사업에 참여한 한 필리핀 여성은 “돌봄 계약에 사인하고 정작 아이는 만나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오히려 가사 노동을 넘어 반려동물 관리와 고용주의 친척 집 청소에 이르기까지 업무 범위만 날로 늘었다. 저임금과 과도한 이동 시간을 이유로 문제를 제기했지만 관리 업체로부터 “바꿔줄 수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제도의 좌초는 부실한 정책 설계가 수요자들의 외면과 이주노동자에 대한 통제 강화라는 엉뚱한 결론으로 이어진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 제도는 한국인 부모의 양육 부담을 줄여줄 저출생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됐지만 돌봄 노동 시장이 형성되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다. 문제 제기 창구마저 가로막힌 상황에서 모호한 업무 범위, 사측과의 소통 부재, 불안정한 체류권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코리안 드림’을 찾아 온 이주노동자들 몫으로 돌아갔다. 4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외국인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은 지난해 9월 저출생 및 경력단절 문제의 대안으로 도입됐다. 필리핀 정부가 인증한 돌봄 자격을 가진 100명의 여성 가사관리사를 선발해 6개월간 서울시 가정에 파견하는 방식으로 시작됐다. 당시 돌봄 공백 해결 시도일 뿐 아니라 불법체류자에 의한 외국인 노동에서 벗어난 제도적 혁신이라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하지만 수요 예측 작업에서부터 어긋났다. 공적 제도 아래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의 이탈을 막기 위해서는 적절한 경제적 유인을 부여하는 작업이 필수다. 하지만 중산층 가정에서 한국어가 서툴면서 고용에는 상당한 비용이 필요한 필리핀 노동자들의 수요가 높지 않았다. 실제로 이번 시범 사업에 참여한 가정들을 살펴봤을 때 비교적 소득이 높은 강남 3구 가정 의존도가 40%를 넘겼다. 반면 나머지 22개 자치구의 수요는 저조했다. 한국에 머무르는 기간 동안 최대한 많은 소득을 올리고 싶었던 필리핀 가사노동자들의 욕구와도 대비됐다. 필리핀 가사관리사들은 약 800시간에 이르는 시간을 들여 현지 돌봄 노동 자격증을 갖췄다. 게다가 한국 입국을 위해 최대 수백만 원에 이르는 각종 수수료들까지 지불했다. 이들은 큰 꿈을 안고 한국에 온 만큼 대중교통을 통한 서울 내 이동 시간조차 낭비로 여겼다고 한다. 하지만 낮은 임금에 더해 서울 시내 지자체 곳곳을 오가는 비효율적인 동선과 그로 인한 피로라는 현실에 내몰렸다. 수요 가정에서는 돌봄과 별개로 각종 허드렛일 수행까지 원했는데 이 역시 공급자인 가사노동자들의 실망만 불렀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노동부가 마련한 상담 창구는 사실상 무용지물로 전락했다. 서울시가 지정한 두 곳의 가사관리사 위탁 업체는 이주노동자 관리 경험이 없다시피했다. 업체들의 입장에서는 이탈을 막을 근본적 해결책 없이 통제 책임만 떠안은 꼴이다. 소통 부재 속에서 이주노동자들의 이탈을 방지하려다 보니 업체들에 의한 기숙사 통금과 ‘쪼개기 계약 연장’이라는 기형적 통제 방식이 생겨났고 외로움과 고단함을 달래줄 가사노동자 간 교류마저 감시 대상이 됐다. 이미애 제주대 학술연구교수는 “위탁 업체들이 이주 가사노동자 중 일부를 내근직으로 두고 이들을 통해 요구 사항을 전달하게 하고 있다”며 “중간 관리자들이 사실상 고용주의 입장을 대변하거나 현장의 의견을 왜곡해 전한다면 대등한 협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강화된 통제 탓에 제도를 둘러싼 불신은 더욱 깊어졌다. 앞서 6월 서울시의회가 연 토론회에서는 필리핀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벌금 부과와 협박·성추행 행태가 벌어졌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대해 고용노동부는 즉각 사실이 아니라는 취지의 해명을 내놓았다. 그러나 이주민 인권 단체들은 당초 인터뷰에 참여해 문제를 제기한 노동자들의 연락이 두절된 상태라고 전한다. 송은정 이주민센터 친구 센터장은 “노동자들은 최소 3년 이상 일할 생각으로 한국에 왔기에 사업이 중단될 정도로 문제가 커지면 본국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우려가 크다”면서 “이들 입장에서는 실제 피해를 외부에 말하기 더욱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설명했다. 문제를 미리 예견하고도 대책에 소홀했던 점이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많다. 정부가 2023년 7월 ‘외국인 가사근로자 도입 시범사업’ 공청회를 열었을 때 여성·노동계는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착취가 발생하는 데도 개인이 거부할 수 없는 구조는 ‘현대판 노예제’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는 취지였다. 인권 단체들은 관리 업체를 통해야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외부에 표출될 수 있는 특성상 알려지지 않은 피해 사례가 더욱 많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고용부와 서울시는 당초 본사업에서 1000명 이상으로 규모를 늘릴 계획이었다. 하지만 각종 문제점이 드러나면서 이 계획은 사실상 유보됐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 조사 당시 소수 인원을 제출한 부산과 세종 정도를 제외하면 다른 지자체에서의 수요도 거의 없는 상태다. 이미 한국에 들어와 활동 중인 가사관리사들의 취업 기간만 최대 36개월로 연장되는 데 그쳤다. 조영관 법무법인 덕수 변호사는 “이주노동자들에게 충분한 정보와 체계적 제도를 제공하지 않으면 그 자체로 강제 노동이나 인권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며 “엉성한 제도로 이탈 위험만 키운 채 운영을 업체에 떠넘기면 현장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
"값싼 '가정부 사오기'는 실패…공공바우처 등으로 소득 보전 필요"
사회 사회일반 2025.08.04 17:30:04저출생 시대에 돌봄 공백을 해소하려면 이주노동자와 그들을 필요로 하는 가정 양측에 경제적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외국인 인력을 단순히 ‘값싼 노동력’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적정 임금을 지급해야 제도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내에서 외국인 돌봄 수요자와 공급자 간 임금에 대한 입장 차는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12월 고용노동부가 필리핀 가사관리사 이용자를 대상으로 설문 조사한 결과 ‘외국인 가사관리사에게 근로기준법을 적용할 필요가 없다’고 응답한 비율이 112명 중 57.1%(64명)이었다. 이에 대해 고용부는 “더 낮은 이용 가격에 대한 희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반면 필리핀 가사관리사는 같은 조사에서 숙소비와 교통비 부담이 크다는 점을 주요 불만 사항으로 꼽았다. 지난해 6월 법무부에서 최저임금 적용을 제외한 ‘외국인 가사 사용인’ 시범 사업을 시행했으나 전국적으로 외국인의 참여가 저조했던 것 역시 돌봄 노동의 가치를 둘러싼 인식 차이를 드러낸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스매치를 해소하기 위해 노동의 절대적인 가격을 낮추는 대신 ‘바우처’ 형태의 급여 보조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혜영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연구원은 “낮은 임금은 노동자를 돌봄 시장으로 유입하는 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프랑스와 벨기에처럼 이용료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가사 노동자가 충분한 임금을 받을 수 있게 공적 재정 지원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필리핀 가사관리사 운영 업체 대표 A 씨 역시 “바우처를 도입하되 한부모 가정이나 저소득층에는 돌봄 비용을 더 넉넉하게 지원하는 식의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권과 체류권이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상황 속 돌봄 노동이 공공서비스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서울시사회서비스원 같은 공공기관이 이주노동자와 돌봄 서비스를 결합한 사업을 맡는 것이 한 대안이다. 이미애 제주대 학술연구교수는 “민간 업체가 이주노동과 가사 노동의 특성을 동시에 고려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노동자가 권리를 대변하는 시민단체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거나 공적 서비스 안에서 돌봄 노동자를 매칭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기적으로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 체계 강화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도 있다. 이번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에 참여한 이들은 입국 후 한 달간 취업 교육과 훈련을 받았으나 일회성에 그쳤다. 이주노동자에게 정기 교육이 이뤄진다면 문화 차이에 대한 이해를 돕고 정서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체계적인 직무 교육을 마련해 돌봄의 질을 높여야 한다”면서 “저출생 문제를 겪는 선진국들이 이주노동자 유치를 위해 경쟁하는 상황에서 외국인 친화적인 환경과 역행한다면 한국은 선택받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
'지게차 가혹행위' 스리랑카 이주노동자…전남 소재 공장서 새 출발 한다
사회 사회일반 2025.09.03 16:40:55벽돌 더미에 비닐로 묶인 채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인권침해를 겪었던 스리랑카 국적 이주노동자 A(31)씨가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새로운 일터를 구했다. 2일 전남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A씨는 전날부터 전남 모처 공장에서 첫 출근을 했다. A씨는 당초 같은 국적 근로자가 많은 울산 지역으로 사업장 변경을 희망했지만 도움을 준 시민단체가 있는 전남 지역에서 계속 근무하고 싶다는 의사를 센터에 전달했다. A씨의 재취업 과정에는 전남노동권익센터를 비롯해 전남도와 나주시 등 지역사회가 함께 나섰다. 의료 지원과 심리 상담, 행정 절차 안내가 병행되면서 안정적인 정착을 도왔다. 문길주 센터장은 "A씨가 도움을 받은 전남 지역에서 계속 머물고 싶다는 의사를 전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이주노동자 대상 인권유린은 근절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입국했고 입국 두 달여 만인 지난 2월 나주의 한 벽돌공장에서 벽돌 더미와 함께 묶인 채 지게차로 들어 올려지는 등 가혹행위를 당했다. 노동인권단체가 공개한 영상에는 가해자가 A씨에게 "잘못했어? 잘못했다고 해야지"라고 말하는 장면도 담겼다. 해당 영상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이재명 대통령도 인권 침해 사실을 언급하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경찰은 사건과 관련해 한국인 지게차 운전자와 범행을 방조한 외국인 노동자 2명 등 3명을 특수폭행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 -
14개 부처서 '중구난방 관리'…이주노동자 정책 통합 시급[이주노동자 100만시대의 그림자]
사회 사회일반 2025.08.20 18:34:29지난해 1월 말레이시아의 한 팜오일(야자나무 열매에서 추출한 식물성 기름) 생산 업체에서 약 2만 명의 외국인 직원이 브로커 등에게 과도한 채용 수수료를 낸 사실이 미국 관세국경보호청(CBP)에 적발됐다. 미 관세청은 이를 강제 노동(노동 착취)으로 판단하고 이 업체의 팜오일에 대한 인도보류명령(수입 보류)을 내렸다. 아세안 대표단 파견관은 고용노동부에 이 사례를 보고하면서 “한국도 E-8 비자(계절근로자)에서 민간 브로커가 개입하는 인력 송출의 경우 노동 착취로 간주될 수 있다”며 대응 필요성을 밝혔다. 하지만 E-8 비자 정책은 법무부 소관으로 E-9 비자(고용허가제)만 담당하는 고용부가 관여할 법적 권한이 없다. 20일 정치권에 따르면 법무부 중심의 외국인 출입국 행정 아래 부처마다 흩어진 우리 이민정책은 곳곳에서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 국가 경계가 허물어진 동시에 자국민 보호주의가 강해진 국제 흐름 속에서 이민정책 부실이 언제든 강제 노동이라는 국가적 불명예와 제재로 돌아올 위험이 있다. 더구나 인구의 약 5%를 차지하는 외국인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 우리 산업구조 내에서 이미 필수 인력으로 자리 잡았다. 시화염색산단의 경우 인력의 약 30%가 이주노동자다. 이민청과 같은 이민 전담 조직 설립을 더 늦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 이민정책의 부처별 분산 체계가 부실하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지난해 11월 필리핀 정부가 일부 지방자치단체의 강제 노동 의혹을 제기하면서 계절근로자 송출을 중단했다. 그러자 부처 간 일종의 ‘책임 공방’이 일어났다는 것이 관가의 전언이다. 계절근로자는 법무부 운영 제도지만 국가 간 문제인 만큼 외교부가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한편에서는 계절근로자가 농어촌에서 일하는 만큼 농림축산식품부도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시각도 있었다. 지난해 서울시와 고용부가 추진한 필리핀 가사관리사 시범 사업은 지자체와 중앙 부처의 협력 체계가 부실하다는 점을 방증한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는 가사관리사를 고용하는 가정의 비용 절감 측면에서, 고용부는 가사관리사 근로조건 보호 측면에서 이 사업에 참여했다. 관점이 다른 두 기관의 협력 사업은 줄곧 파열음을 냈다. 가사관리사의 최저임금을 놓고 서울시는 미적용하자고, 고용부는 적용하자고 상반된 입장을 유지했다. 외국인에 관한 정책은 좁게는 5개 부처가, 넓게는 14개 부처(13개부+1개청)가 함께 맡고 있다. 법무부가 외국인 정책을 총괄하고 고용부가 고용허가제를 통해 이주노동자 채용을, 행정안전부가 외국인 정착 지원을 맡는 식이다. 여기에 법무부가 관리하는 입국 비자 기준으로 부처별 역할이 한번 더 나뉜다. 예를 들어 고용부의 고용허가제는 E-9 근로자만 해당하고 동일한 근로자임에도 계절근로자(E-8 비자) 문제는 관여할 수 없다. 우다야 라이 이주노동자조합 위원장은 3월 국회에서 열린 ‘이주노동자 토론회’에서 “법무부는 (고용부처럼) 노동정책이나 근로 감독, 사업장 점검에 대해 모르고 권한도 없다”며 “하지만 부처 간 협력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반면 주요 선진국들은 이민정책을 하나의 부처 단위로 통합적으로 관리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일본의 출입국재류관리청(ISA)이다. 이곳은 법무부처럼 출입국 관리뿐 아니라 이주노동자의 정착과 지원 역할을 한다. 캐나다의 이민부도 우리로 치면 장관급 부처로서 영주권 정책과 난민 수용 정책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들 국가는 부처를 중심으로 외국인이 살고 있는 지자체와 협력 체계를 구성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전담 조직인 이민청 설립과 고용허가제 개편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004년 도입된 고용허가제는 국가 간 계약에 따라 해당 이주노동자를 근로기준법으로 보호한다. 하지만 지난 정부에서 ‘구인난 해결 대책’ 성격만 너무 부각됐다는 지적이다. 고용허가제를 통한 입국 이주노동자 수를 정하는 연간 상한 규모를 보면 2021년 5만 2000명에서 지난해 16만 5000명으로 3배나 늘렸다. 하지만 경기와 현장 수요를 과도하게 반영했다는 지적 이후 올해 규모를 13만 명으로 하향 조정했다. 고용허가제의 사업장 변경 제한도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제약하는 대표적 요인이다. 고용허가제는 원칙적으로 입국한 날부터 3년(재고용 시 최대 9년 8개월) 동안 한 사업장에서 일해야 한다. 불가피한 변경 사유가 아니라면 이 제도를 적용받는 이주노동자는 사용자의 허가를 얻어 3회 이상 사업장을 바꿀 수 없다. 이로 인해 이주노동자는 사용자의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는 불리한 종속 관계로 전락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이주노동자가 더 나은 사업장을 선택하면서 사업장 스스로 처우 개선이 이뤄지는 효과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
"너 지금 나 무시했냐?"…女이주노동자 얼굴 걷어찬 40대 간부 결국
사회 사회일반 2025.08.13 18:08:11함께 근무하던 여성 이주노동자의 얼굴을 발로 걷어차는 등 폭행한 40대 남성에게 검찰이 징역 2년을 구형했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이날 수원지방법원 형사19단독(설일영 판사) 심리로 열린 40대 남성 A씨의 상해 혐의 결심 공판에서 이같이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선고기일은 오는 28일이다. 검찰은 “외국인 여성에 대한 범행으로 죄질이 가볍지 않다”며 “다만 상해 정도가 그리 중하지 않은 점은 참작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A씨는 올해 5월 19일 자신이 간부로 일하던 경기 용인시 한 업체에서 베트남 국적의 20대 여성 B씨와 달걀 포장 작업을 하던 중 주먹과 발로 B씨의 얼굴과 몸 부위 등을 구타해 멍이 들게 하는 등 전치 2주의 상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B씨와 말다툼 중 평소 B씨가 자신을 무시하고 있다는 생각해 화가 나 범행한 것으로 파악됐다. 경찰은 고용허가제(E-9) 비자로 일하고 있는 B씨 측으로부터 고소장을 접수, 현장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 등을 통해 A씨의 혐의를 조사하고 있다. -
"손님 99%가 외국인…이젠 친구처럼 농담도"
사회 사회일반 2025.08.13 17:46:35경기 안산시 원곡동 다문화거리에서 23년째 수산 가게를 운영하는 50대 정 모 씨에게는 중국인 단골이 있다. 한국어로 “요즘 얼굴 좋아졌다”며 농담도 주고받는 사이다. 그는 민물 가재를 항상 가게에 들여놓는다. 중국인이 가재 요리를 즐겨 먹기 때문이다. 정 씨는 “장사 초반에는 대화가 안 돼 손짓으로 물건을 팔았는데 이제는 친구 같다”며 웃어 보였다. 6일 방문한 안산 시화·반월공단 인근 상권은 오전부터 외국인들로 북적였다. 거리에서는 ‘더 큰 사이즈 주세요’ ‘요즘 과일 뭐가 맛있어요’ 등 자연스레 한국어가 오갔다. 방문한 이들 대부분은 공단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다. 지난해 안산 기계 공장에 취업한 우즈베키스탄 출신 알리(22) 씨는 이날 원곡동의 할랄 식료품점을 찾았다. 음료수를 집어 들고 능숙하게 한국어로 얼마인지 묻는 모습이었다. 그는 “무슬림인데 할랄 마트가 잘 마련돼 있어 좋다”며 “기회가 된다면 한국 대학을 다니며 비즈니스 수업도 듣고 싶다”고 말했다. 해당 상권은 이주노동자가 본격적으로 유입된 30년 전부터 활기를 띠었다. 1990년대 중식당이 들어서기 시작했고 2000년대 중반에는 외국인을 위한 휴대폰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났다. 2010년대부터는 이주노동자들의 국적이 다양해지면서 세계 각국의 도소매점이 자리 잡았다. 실제 원곡동에서는 베트남어·아랍어 등 외국어가 병기된 간판과 메뉴판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강희덕 원곡동 상인회장은 “주중에는 공단 근무지로 내려갔던 외국인들이 주말이면 전국 각지에서 몰려온다”며 “이제 상권 구조 자체가 외국인 소비 중심으로 재편됐다”고 전했다. 한국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거부감도 차츰 감소했다. 28년째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김인숙 씨는 “손님의 99%가 외국인이어서 카자흐스탄과 중국 출신 직원까지 뒀다”며 “타국 사람들이 부족한 일손을 채워주고 손님이 돼 주니 고마운 마음”이라고 전했다. 본국 음식을 주로 찾던 이주노동자들 역시 한국 문화에 스며들고 있었다. 모스크바에서 온 니키타(29) 씨는 “갈비탕이 러시아 수프 ‘우하’ 같아 놀랐다”며 여러 한국 음식에 도전 중이라고 덧붙였다. 네팔 출신 칸난(23) 씨는 가게에서 흘러나오는 K팝을 흥얼거리며 옷을 구매하고 있었다. 한국에 거주한 지 2년 차인 그는 “한국이 깨끗하고 안전해서 앞으로 5년은 더 살고 싶다”고 했다. -
단순작업 넘어 최종 검사까지 맡아…韓 인력 유입은 수년째 '0'
사회 사회일반 2025.08.13 17:44:46열기와 염료 냄새가 가득한 작업장 안에서 회전하는 대형 와인더는 쉬지 않고 돌아갔다. 방금 염색을 마친 실을 수요노 씨가 빠르게 감아올렸다. 고르게 말린 실뭉치가 곧바로 리얀토 씨의 팔로 넘어가 박스에 차곡차곡 담겼다. 깊은 눈매와 낯선 이름이 적힌 명찰이 이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주노동자라는 점을 말해 줬다. 8일 찾은 경기도 시흥시 DI동일 시화공장의 정원 50명 중 20명이 이주노동자다. 현장 공정의 경우 사실상 작업 태반이 외국인의 손에서 이뤄지고 있었다. 같은 날 경기 시화염색산단 내에 자리 잡은 또 다른 공장 S사에서는 한 손에 스포이드를 든 A 씨가 실린더에서 꺼낸 시험용 염료를 한 방울씩 떨어뜨렸다. 색 농도를 가늠하며 천 조각을 담갔다 빼는 동작이 그의 손에서 반복됐다. 고객사 요구 사항에 맞춰 통제된 환경에서 색감을 조절하는 ‘비이커 테스트’가 A 씨의 몫이다. 통상 한국인 기술자의 자리지만 S사에서는 중국 조선족 출신인 그가 납품의 성패를 가르는 마지막 열쇠를 쥐고 있다. 이 공장 관계자는 “시험실 근무자는 거의 전문직에 가깝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계약을 따내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를 맡긴 셈”이라고 말했다. 국내에서 이주노동자 차별 문제가 다양하게 불거지고 있음에도 침체된 내수산업은 사실상 이들의 손에 의해 지탱되고 있었다. 13일 시화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에 따르면 10년 전 17%였던 이 산업단지 염색 업체의 외국인 근로자 비중은 지난해 말 23%까지 상승했다. 이주노동자들의 역할 증가는 단순한 수치 이상이다. 단순 반복 작업뿐만 아니라 현장 내 고급 직무에까지 진출하고 있어서다. 아직은 드물지만 숙련 노동자들이 중간 관리자 역할을 부여받을 가능성도 열려 있다. 강경태 DI동일 생산본부장은 “재외동포에 해당되는 F-4 비자 보유자는 체류 기간에 제한이 없어 한국말과 업무만 원활하다면 향후 현장 팀장 직책까지 갈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시화염색산단은 한국인 인력 유입이 수년째 ‘제로’ 수준인 상황에서 숙련 작업자들이 함께 나이 드는 고령화만 가속화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한국인 가운데 젊은 층 유입이 끊기면서 인력난이 본격화됐다. 이날 찾은 S사의 경우 77세 작업자까지 근무 중인 실정이다. 중견 업체인 DI동일도 시화공장 근로자 평균 연령이 57세로 높아졌다. 박영걸 DI동일 시화공장장은 “공장에 남은 한국인 대부분은 정년인 63세를 코앞에 두고 있다”며 “몸만 건강하다면 촉탁직으로 몇 년 정도 더 일하기도 하지만 결국 외국인들이 없으면 공장은 ‘올스톱’인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한국인 장기근속자들을 중심으로 오랜 기간 경쟁력을 유지해왔던 과거와는 완전히 달라진 풍경이다. 1990년대 초 수도권 중소 업체들이 모여 형성된 시화염색산단은 초창기 인근 지역 내국인 노동자들이 생산 전 과정을 책임졌다. 하지만 다른 제조업과 비교해도 임금이 낮은 데다 사회적으로도 ‘고된 일’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으며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에는 값싼 중국·베트남산에 밀려 경쟁력을 잃은 점도 한몫했다. 이 때문에 의류·섬유 공급망의 필수 축을 이루는 내수 염색 산업은 이주노동자들이 아니면 사실상 작동이 불가능해진 상태다. 2004년 고용허가제 도입을 기점으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이 한국인 장기근속자들의 빈자리를 메우고 있다. 염색 업체들의 외국인 채용은 팬데믹 이후 내국인 구인난이 심화되면서 더욱 가속이 붙었다. 이런 변화는 농업·원양어업·건설업·제조업 같은 다른 산업 현장에서도 확인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조선소 종사자 중 외국인 인력의 비중이 이미 15% 이상이라고 본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외국인 취업자는 사상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이주노동자들은 안전한 작업 환경 아래서라면 얼마든지 중장기간 체류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치는 경우가 많다. 한국에서는 낮은 수준인 임금이라도 이주노동자들의 눈높이에서는 상당한 고소득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짧은 기간 동안만 돈을 벌어 송금하려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이제는 산단 주변에서 기술과 한국어를 배우며 자리 잡는 사례도 적지 않다. 시화염색산단 입주 업체의 한 관계자는 “우리 공장 네팔 친구는 한 달 월급이 본국의 열 배”라면서 “이미 가족이 살 집을 마련한 데다 5년 더 일해서 건물 하나를 짓는 것이 목표일 정도로 장기 근무를 원하고 있다”고 전했다. 산업 현장에서는 취업비자 기간 제한 완화와 장기 체류 유도를 포함한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 공장장은 “300인 이상 사업장은 외국인 근로자를 쓸 수 없도록 한 규제는 현실과 맞지 않는다”며 “제조업 특성을 감안해 인원 규모와 관계없이 고용을 완화시켜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임형백 성결대 국제개발협력학과 교수는 “저임금 구조와 국내 청년층의 기피로 외국인 노동력 유입은 불가피한 흐름”이라고 진단했다. -
저임금·고위험 근로 도맡는데…임금체불 2배, 산재는 3배
사회 사회일반 2025.08.13 17:42:29지난해 말 한국에 온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비샬 씨는 경기 안산에 있는 한 공장에서 지속적으로 괴롭힘을 당했다. 그는 “일하다가 조금 실수를 했더니 사장이 욕하고 신발을 던졌다”고 말했다. 13일 정부에 따르면 불법체류자로 불리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까지 합치면 약 130만 명이 우리나라에서 일한다. 내국인 근로자가 기피하는 저임금·고위험 근로도 이들이 담당한다. 건설업의 경우 이주노동자가 없으면 공사를 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온 지 오래다. 하지만 지게차 짐에 몸이 묶여 조롱을 당한 네팔 노동자 등 최근 이주노동자에 대한 학대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발표한 ‘이주노동자 강제노동 실태보고’에서도 이 같은 실상이 낱낱이 공개됐다. 2022년 우리나라에 온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 쇼히둘 씨는 사장에게 사업장 변경을 요청했다가 기존 계약 연장이 취소되는 일을 겪었다. 그는 “발가락뼈가 떨어져 수술까지 받고 일을 했는데 사장은 고용 연장을 거부했다”며 “(본국에) 여섯 식구 생계를 위해 돈을 보내야 한다. 죽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실태보고 참석자들은 이주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최우선 대책은 사업장 변경 완화라고 입을 모았다. 입국 전 예상과 달리 저임금·고강도 노동에 갑질까지 당하더라도 이주노동자 스스로 일터를 바꾸지 못한다는 것이다. 이날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이주노동자가 임금 체불을 당하는 비율은 내국인 근로자보다 약 2배 높다. 이주노동자의 산재 사망률도 내국인 근로자보다 약 3배 높다. 농촌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10명 중 7명은 비닐하우스·컨테이너 등 가설 건축물에서 지내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고용허가제 사업장이 고용노동부의 근로 감독을 받는 비율은 약 5%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정영섭 이주노동자평등연대 집행위원은 “한국 이주노동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사업주에게 이주노동자를 종속시켜 취약한 상태로 만드는 것”이라며 “이로 인해 차별과 폭력, 부당한 처우를 감내하도록 한다”고 진단했다. -
지게차에 묶였던 이주노동자 "가해자 처벌 원치 않아"…이유 보니
사회 사회일반 2025.07.30 16:10:16화물에 묶인 채 지게차로 옮겨지는 인권유린 피해를 본 30대 이주노동자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밝혔다. 29일 광주전남이주노동자네트워크와 전남노동권익센터에 따르면, 스리랑카 국적의 A씨(31)는 이날 오후 2시쯤 전남 나주의 한 장소에서 가해자로 분류된 지게차 운전자의 법률대리인과 만나 피해 보상금 지급 등에 합의했다. 이날 협의는 법률 대리인을 통해 이뤄졌으며 피해자는 공식적인 처벌불원서나 탄원서를 제출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A씨는 "이 사건으로 인해 더 이상 고통받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향후 경찰과 노동 당국의 조사에 응하는 과정이 심리적으로 부담스럽고 가해자와 다시 마주하는 것도 꺼려 결정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손상용 이주노동자네트워크 위원장은 "A씨가 가해자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 것일 뿐이지, 용서하겠다는 의미는 아니다"라며 "피해자가 수사기관에 처벌불원서나 탄원서 등을 제출할 계획은 일절 없다"고 부연했다. 사건은 지난 2월 전남 나주의 한 벽돌 공장에서 발생했다. A씨는 업무 도중 화물과 함께 결박된 채 지게차에 약 5분간 매달려 이동하는 등의 부당한 대우를 받았고, 이전부터 언어폭력 등도 지속적으로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언어 장벽과 고용 불안 등으로 문제 제기를 망설이다 최근에서야 노동단체에 도움을 요청하며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났다. 해당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자 이재명 대통령은 "용납할 수 없는 폭력이자 명백한 인권유린"이라고 규정하며 관계 부처에 철저한 대응을 지시했다. 고용노동부는 사건 발생 사업장을 대상으로 전반적인 실태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한편, A씨는 한국 사회에 계속 머물며 일할 계획이지만 이번 사건으로 큰 심리적 충격을 받았다고 노동단체는 전했다. -
'월급 3개월 자동이체' 기본…활개치는 이주노동자 브로커들
사회 사회일반 2025.07.30 06:00:46필리핀 업체 S사가 2023년 7월 ‘출국 전 오리엔테이션’이라는 명목으로 한국에 파견될 계절노동자 수십 명을 강당에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S사 직원들은 “돈을 빌렸다는 계약서에 서명하라”며 허위 대부약정서 서명을 강요했고 거부할 경우 출국이 불가능하다고 협박했다. 실제 대출은 없었지만 이미 건강검진·농업실습 등 명목으로 상당한 비용을 낸 노동자들은 거부할 수 없었다. 한국인 유명 브로커 ‘미스터 홍’은 필리핀 현지에 S사를 설립하고 기업처럼 움직였다. 이 회사를 통해 면접부터 교육과 계약 강요, 출국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사불란하게 관리했다. 이 때문에 출국에 성공한 이후에도 노동자들은 미스터 홍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은행 계좌 개설은 한국 입국 당일 강제로 이뤄졌다. 통장 비밀번호를 S사 직원에게 넘기도록 한 뒤 매달 최대 75만 원까지 자동이체로 갈취했다. 일부 피해자의 경우 통장 비밀번호까지 받아내 임금이 들어오기 전 미리 인출해가는 일도 발생했다. 브로커나 송출 수수료의 존재는 비밀로 부쳐졌다. 기업화된 착취 구조가 치밀하게 작동하고 있었던 셈이다. 최근 이주노동자가 지게차에 매달려 조롱당하는 모습이 공분을 일으킨 가운데 이들이 국내로 유입되는 현장에서도 거물 브로커들의 조직적 착취가 벌어지고 있다. 29일 서울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필리핀 계절근로자들로부터 고소당한 브로커 미스터 홍은 지난해 말 광주지검 목포지청으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필리핀 본국으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았으므로 국내 사법절차의 관할권 밖”이라는 취지의 처분으로 알려졌다. 법망을 피한 브로커들은 근로자 모집·선정·송출 실무를 도맡으며 사실상의 인신매매를 반복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국내 산업 전반에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점과 대비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외국인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8만 7000명 늘어난 101만 명을 기록했다. 이들 없이는 농업뿐만 아니라 광업·제조업·농림어업·건설업 가동이 불가능했을 정도다. 고기복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심각한 현장 상황에 비해 대형 브로커들이 인신매매로 처벌된 사례는 없다시피하다”고 설명했다. 브로커들에 의한 외국인 노동자의 구조적 착취는 공공 영역 안에서조차 벌어지고 있다. 브로커 미스터 홍은 필리핀 지자체와의 연결을 통해 현지 노동자들의 이력서를 수집한 뒤 자신이 대표로 있는 송출기업 ‘S사’를 거점 삼아 면접·교육·파견까지 모든 절차를 통제해왔다. 해당 노동자들은 충북 괴산군과 경기 안성시 같은 국내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제’ 구조 안으로 유입됐다.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법무부가 파종·수확기 단기간 발생하는 농어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2007년부터 운영 중인 제도다. 올해는 총 9만 5700명이 배정돼 규모가 전년 대비 41% 늘었다. 임금을 원활히 갈취하지 못한 경우에는 또 다른 협박이 뒤따랐다. 돈을 갚지 않으면 한국에서의 근로를 준비 중인 다른 가족의 출국도 막겠다는 압박이 대표적이다. 수수료를 내지 않으면 100만 페소(약 2400만 원)의 벌금을 물리고 친척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협박도 이어졌다. 탈출한 노동자에게는 신상 공개와 명예훼손, 허위 고소 같은 2차 피해가 기다리고 있었다. 실제 S사 통역 직원은 온라인상에 피해자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이 사람은 마약을 했고, 돈을 훔쳤다”고 주장했다. “위치를 알려주면 500만 원 현상금을 주겠다”는 사적 수배글도 게시됐다. 허위 고소에 따라 일부 피해자가 실제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도 생겨났다. 이런 수법을 반복해온 브로커들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미스터 홍은 지난해 말 결국 불기소 처분을 받은 뒤 지금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유명 브로커 ‘미스터 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22년부터 거창·양구·완도 등지에서 계절근로자들을 모집한 그는 매달 일정액의 임금을 송출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가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피해자들의 형사고소 이후에도 수사에 진척이 없는 가운데 동일한 방식으로 활동 중이다. 고기복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한 번 당한 뒤에는 브로커들의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하고 은밀해진다”며 “서로의 수법을 모방하며 법망을 피해간다”고 말했다. 피해 경험이 있는 이주노동자가 본국으로 돌아간 뒤 현지 브로커로 전환돼 또 다른 희생양을 모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알려진 착취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산재보험 미가입이나 임금 체불 같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외부에 알리기를 주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특성 때문이다. 류지호 의정부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상담팀장은 “사업장 내에서의 문제를 알리면 고용주들에게 ‘문제 노동자’로 낙인찍혀 재입국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퍼져 있다”면서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계속 한국에 올 수 있다면 감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에 길어야 수 개월 머무르는 계절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휴대폰 개통조차 하지 않아 외부와의 접촉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피해를 인지하더라도 고용주나 브로커의 협박에 대응할 수단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귀국 후에는 법적 조치를 이어갈 동력도 사라져 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 같은 현실이 피해 구조와 사후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전언이다. 인권단체들은 반복되는 이주노동자 착취를 막기 위해 제도적 대응과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2023년 1월 시행된 인신매매방지법에 따라 지자체가 설치해야 할 ‘지역권익보호기관’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다. 현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발급 중인 ‘인신매매 피해자 확인서’는 대부분 성매매 사건에 집중돼 노동착취 피해자 지원은 사실상 공백 상태다. 이소아 법무법인 동행 변호사는 “인신매매는 국제법상 세계주의가 적용돼 국경과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는 범죄지만 국내 수사기관은 ‘해외 계약은 관할 밖’이라며 심각성을 축소하고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이주노동자 서류 위조는 기본…지자체 검증인력 부족해 손놔
사회 사회일반 2025.07.29 17:58:18“한 사람 앞에 300만 원이에요.” 29일 고기복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가 베트남 결혼이민자의 남편인 척 행세하며 경기도 용인의 행정사 A 씨에게 전화를 걸어 “아내의 사촌을 계절근로자로 초청해 전남도에서 일하게 하고 싶다”고 말하자 곧바로 수수료 요구가 돌아왔다. 이력과 거주지를 포함한 각종 서류의 위조도 문제없었다. 작업복을 입고 논밭에 가서 찍은 사진만 보내 주면 농업 경력을 담은 이력서를 만들어주겠다는 구체적인 컨설팅이 이어졌다. A 씨는 “우리에게 서류 대행을 맡기는 베트남 사람들이 많다”며 “오늘 우편으로 접수받은 분량만 50명 치가 넘는다”고 자신을 소개했다. 법령상 금지된 매개 행위는 불법과 합법의 경계 사이에서 일상처럼 만연해 있었다. 행정사들은 주로 결혼이민자의 형제자매와 친인척을 계절근로자 수요가 있는 작업장에 연결한다. 이력서를 만든 뒤 그 사람을 쓰겠다는 농장주를 찾으면 근로계약서를 쓰게 된다. 각종 서류들을 만들고 나면 지자체 승인 절차까지 이어진다. 온라인상에서 ‘계절근로’를 검색할 경우 이 같은 업무를 대행해주겠다는 게시물을 찾아보기는 어렵지 않다. 이런 업무를 전담하는 행정사들은 겉으로는 합법적인 서류 절차의 대행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전형적인 이주노동 송출 브로커의 기능을 수행한다고도 본다. 초청 수요와 공급을 직접 연결해주고, 농장주와 연계를 시도하는 대가로 수백만 원의 고액 수수료를 요구한다는 점에서다. 필요시 허위 서류도 만들어준다. 행정사들이 이처럼 ‘풀 패키지’를 제공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이런 행태가 만연해진 이유는 행정 실무를 수행하는 지자체 공무원들의 고질적인 인력 부족에 있다는 분석이 많다. 이미 브로커들로 대표되는 중간 매개자들이 없으면 업무가 불가능할 정도로 의존도가 높아졌다. 또 다른 행정사 B 씨는 “우리가 지자체와 출입국·외국인청을 직접 쫓아다니며 업무를 처리한다”면서 “지자체는 워낙 바쁘고 담당자도 적다 보니 서류를 준비해 대행해주는 사람이 없다면 일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결국 이주노동자들은 본국에서부터 한국에 이르는 과정의 매 절차마다 층층이 수수료를 부담해야 하는 형편이다. 현지 공무원들에게 수십 만원대 뇌물을 주며 한국 입국 준비가 시작되는 사례도 허다하다. 본국 여권을 만드는 출발점에서부터 행정이 지연되는 경우까지 있어서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출입국관리법 개정안에는 이주노동자 송출이나 고용 알선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이 신설됐다. 각종 문제들을 개선할 국가 차원의 관리·감독 체계와 브로커 처벌 근거가 마련되리라는 기대가 높다. 하지만 피해자들과 인권단체 사이에서는 회의적인 분위기도 감지된다. 한 인권단체 관계자는 “그간 이주노동자 제도 안에서 중간 매개자 역할을 수행해줄 주체가 없었던 점이 근본적 문제”라면서 “아직 세부 지침이 나오기 전이지만 브로커들을 섣불리 제도권 내 편입시키기라도 한다면 이미 악질적 수법으로 착취를 일삼아온 사람들에게 멍석만 깔아주는 격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
입국하자마자 이주노동자 통장·비번 뺏고…항의땐 겁박
사회 사회일반 2025.07.29 17:56:12필리핀 업체 S사가 2023년 7월 ‘출국 전 오리엔테이션’이라는 명목으로 한국에 파견될 계절노동자 수십 명을 강당에 불러 모았다. 이 자리에서 S사 직원들은 “돈을 빌렸다는 계약서에 서명하라”며 허위 대부약정서 서명을 강요했고 거부할 경우 출국이 불가능하다고 협박했다. 실제 대출은 없었지만 이미 건강검진·농업실습 등 명목으로 상당한 비용을 낸 노동자들은 거부할 수 없었다. 한국인 유명 브로커 ‘미스터 홍’은 필리핀 현지에 S사를 설립하고 기업처럼 움직였다. 이 회사를 통해 면접부터 교육과 계약 강요, 출국 관리에 이르는 전 과정을 일사불란하게 관리했다. 이 때문에 출국에 성공한 이후에도 노동자들은 미스터 홍의 손아귀를 벗어날 수 없었다. 은행 계좌 개설은 한국 입국 당일 강제로 이뤄졌다. 통장 비밀번호를 S사 직원에게 넘기도록 한 뒤 매달 최대 75만 원까지 자동이체로 갈취했다. 일부 피해자의 경우 통장 비밀번호까지 받아내 임금이 들어오기 전 미리 인출해가는 일도 발생했다. 브로커나 송출 수수료의 존재는 비밀로 부쳐졌다. 기업화된 착취 구조가 치밀하게 작동하고 있었던 셈이다. 2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브로커들에 의한 외국인 노동자의 구조적 착취는 공공 영역 안에서조차 벌어지고 있다. 브로커 미스터 홍은 필리핀 지자체와의 연결을 통해 현지 노동자들의 이력서를 수집한 뒤 자신이 대표로 있는 송출기업 ‘S사’를 거점 삼아 면접·교육·파견까지 모든 절차를 통제해왔다. 해당 노동자들은 충북 괴산군과 경기 안성시 같은 국내 지자체가 운영하는 ‘공공형 계절근로제’ 구조 안으로 유입됐다. 계절근로자 프로그램은 법무부가 파종·수확기 단기간 발생하는 농어촌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해 2007년부터 운영 중인 제도다. 올해는 총 9만 5700명이 배정돼 규모가 전년 대비 41% 늘었다. 임금을 원활히 갈취하지 못한 경우에는 또 다른 협박이 뒤따랐다. 돈을 갚지 않으면 한국에서의 근로를 준비 중인 다른 가족의 출국도 막겠다는 압박이 대표적이다. 수수료를 내지 않으면 100만 페소(약 2400만 원)의 벌금을 물리고 친척들이 형사처벌을 받게 하겠다는 구체적인 협박도 이어졌다. 탈출한 노동자에게는 신상 공개와 명예훼손, 허위 고소 같은 2차 피해가 기다리고 있었다. 실제 S사 통역 직원은 온라인상에 피해자의 얼굴과 이름을 공개하며 “이 사람은 마약을 했고, 돈을 훔쳤다”고 주장했다. “위치를 알려주면 500만 원 현상금을 주겠다”는 사적 수배글도 게시됐다. 허위 고소에 따라 일부 피해자가 실제 경찰 조사를 받는 상황도 생겨났다. 이런 수법을 반복해온 브로커들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실정이다. 미스터 홍은 지난해 말 결국 불기소 처분을 받은 뒤 지금도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또 다른 유명 브로커 ‘미스터 김’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2022년부터 거창·양구·완도 등지에서 계절근로자들을 모집한 그는 매달 일정액의 임금을 송출 수수료 명목으로 떼어가는 행태를 반복해왔다. 피해자들의 형사고소 이후에도 수사에 진척이 없는 가운데 동일한 방식으로 활동 중이다. 고기복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한 번 당한 뒤에는 브로커들의 수법이 점점 더 교묘하고 은밀해진다”며 “서로의 수법을 모방하며 법망을 피해간다”고 말했다. 피해 경험이 있는 이주노동자가 본국으로 돌아간 뒤 현지 브로커로 전환돼 또 다른 희생양을 모집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알려진 착취 사례들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한국에서 일하는 동안 산재보험 미가입이나 임금 체불 같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외부에 알리기를 주저하는 이주노동자들의 특성 때문이다. 류지호 의정부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상담팀장은 “사업장 내에서의 문제를 알리면 고용주들에게 ‘문제 노동자’로 낙인찍혀 재입국이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가 퍼져 있다”면서 “당장의 손해를 감수하더라도 계속 한국에 올 수 있다면 감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한국에 길어야 수 개월 머무르는 계절노동자들의 경우 대부분 휴대폰 개통조차 하지 않아 외부와의 접촉마저 어려운 실정이다. 피해를 인지하더라도 고용주나 브로커의 협박에 대응할 수단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귀국 후에는 법적 조치를 이어갈 동력도 사라져 사건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는다. 이 같은 현실이 피해 구조와 사후 대응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는 전언이다. 인권단체들은 반복되는 이주노동자 착취를 막기 위해 제도적 대응과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2023년 1월 시행된 인신매매방지법에 따라 지자체가 설치해야 할 ‘지역권익보호기관’은 아직도 마련되지 않았다. 현재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발급 중인 ‘인신매매 피해자 확인서’는 대부분 성매매 사건에 집중돼 노동착취 피해자 지원은 사실상 공백 상태다. 이소아 법무법인 동행 변호사는 “인신매매는 국제법상 세계주의가 적용돼 국경과 관계없이 처벌할 수 있는 범죄지만 국내 수사기관은 ‘해외 계약은 관할 밖’이라며 심각성을 축소하고 사실상 외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단독] 월급 갈취…노예계약 맺는 이주노동자
사회 사회일반 2025.07.29 17:44:23지난해 계절근로자로 충북 괴산군에 파견된 한 필리핀 남성 A 씨는 월급 통장을 만들자마자 비밀번호를 브로커 ‘미스터 홍’ 측에 넘겨야 했다. 이후 매달 70만 원 가까운 돈이 ‘송출 수수료’ 명목으로 빠져나갔다. 경기도 안성으로 들어온 필리핀 여성 B 씨는 이런 송출비를 완납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여동생의 한국행이 막혔다. 브로커는 “100만 페소(약 2400만 원)를 내야 친척이 처벌받지 않는다”며 가족까지 협박했다. 최근 이주노동자가 지게차에 매달려 조롱당하는 모습이 공분을 일으킨 가운데 이들이 국내로 유입되는 현장에서도 거물 브로커들의 조직적 착취가 벌어지고 있다. 29일 서울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필리핀 계절근로자들로부터 고소당한 브로커 미스터 홍은 지난해 말 광주지검 목포지청으로부터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필리핀 본국으로부터 업무를 위임받았으므로 국내 사법절차의 관할권 밖”이라는 취지의 처분으로 알려졌다. 법망을 피한 브로커들은 근로자 모집·선정·송출 실무를 도맡으며 사실상의 인신매매를 반복하고 있다. 이 같은 현실은 국내 산업 전반에서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크게 높아진 점과 대비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5월 기준 국내 외국인 취업자 수는 전년 대비 8만 7000명 늘어난 101만 명을 기록했다. 이들 없이는 농업뿐만 아니라 광업·제조업·농림어업·건설업 가동이 불가능했을 정도다. 고기복 모두를위한이주인권문화센터 대표는 “심각한 현장 상황에 비해 대형 브로커들이 인신매매로 처벌된 사례는 없다시피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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