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의 발언이 국내 증시를 다시 흔들었다. 긍정적인 경기 전망에도 불구하고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재차 높아진 탓이다. 채권시장도 약세를 보이며 불안감을 나타냈다.
28일 코스피는 전일보다 1.17% 떨어진 2,427.36에 장을 마감했다. 코스닥은 더 흔들렸다. 이날 코스닥지수는 전일 대비 1.94% 하락한 857.06에 장을 마쳤다. 특히 기관이 유가증권시장에서 2,633억원, 코스닥 시장에서 1,328억원을 순매도하면서 지수 하락을 이끌었다.
이는 파월 의장이 2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에서 “물가 상승률이 연준의 목표 수준(2%)까지 상승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며 보유자산 축소, 올해 총 네 차례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을 시사했기 때문이다. “원칙적으로는 경기 부양을 위해 금리를 점진적으로 인상하겠지만 경기 과열의 신호가 보인다면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발언에 대해 매파적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 때문에 미국 증시에서도 다우지수가 전일보다 1.16% 떨어졌고 S&P500지수도 1.27% 하락 마감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채권시장에도 영향을 미쳤다.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5년물 금리는 1.1bp 상승한 2.519%에 장을 마쳤다. 지난달 21일부터 5거래일 연속 하락했지만 상승세로 돌아선 것이다. 장기물인 국고채 10년물 금리 역시 0.6bp 오르며 상승 반전했다. 파월 충격에 오전 장에서는 5년물이 2.9bp, 10년물이 2.5bp나 올랐었다.
투자자들은 한미 기준금리 인상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 27일 만장일치로 금리를 동결했고 올해 한 차례 기준금리를 인상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문제는 미국이다. 미국의 금리 인상 횟수가 올해 4회로 늘어날 경우 외국인 자금 유출에 대한 경계감도 커진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금리를 동결과 함께 “한미 금리가 역전되더라도 외국인 자금이 대규모로 유출될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밝혔지만 당분간 시장의 우려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미국인의 한국 상장주식 보유금액은 265조1,180억원으로 사상 최대 규모다.
다만 금리보다 경제 체력이 중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금리 인상이 주식시장의 변동성을 높여 증시가 출렁일 수는 있지만 금리 인상이 결국 경제 성장에 대한 자신감을 기반으로 하는 만큼 길게 보면 증시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분석이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금리 전망에 따른 단기적인 시장 변동성 확대보다 경제가 성장하고 물가가 오르는 데 주목해야 한다”며 “단기적인 증시 조정이 예상되지만 여전히 주식 비중을 높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 증시는 다음달 KRX300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 상장 등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효과도 재차 나타날 것으로 기대된다.
/유주희·서지혜기자 ging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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