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769년 프랑스의 공병 장교였던 조제프 퀴뇨는 제임스 와트의 증기기관을 응용해 증기 자동차를 발명했다. 퀴뇨의 증기차는 무거운 보일러를 앞에 실은 채 달려야 했는데 문제는 브레이크가 없어 제동이 안 된다는 것. 너무 느린 속도였지만 차를 세울 수 없었던 퀴뇨는 결국 차를 벽에 들이박을 수밖에 없었다. 250여년이 지난 올해 현대·기아자동차를 비롯해 메르세데스벤츠·볼보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퉈 선보이는 차는 충돌 상황 때 스스로 차가 멈추는 긴급자동제동장치(AEB)를 갖추고 있다. 특히 제네시스의 'EQ900'은 후측방 충돌 위험시 차가 바퀴를 제어하는 기술까지 적용됐다.
단순히 움직이는 기계였던 자동차가 생각하는 기계로 진화하고 있다. 각종 전자장비의 발달로 무인자동차 기술까지 개발되면서 '탈 수 있는 컴퓨터'라는 말이 더 어울릴 정도로 발전했다. '스마트카'로 표현되는 미래 자동차 패권 장악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은 전자장비뿐만 아니라 운영체제 전쟁에까지 나서는 모습이다.
◇3바퀴 차에서 국민차 비틀까지=서울시 동대문구 디자인 플라자에는 세계 최초의 가솔린 자동차인 메르세데스벤츠의 '페이턴트 모터바겐'이 전시돼 있다. 1886년 첫 생산된 이 차는 3개의 바퀴에 두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좌석과 맷돌 손잡이처럼 생긴 운전대가 특징이다. 배기량 954㏄로 최고 시속 16㎞까지 낼 수 있다. 철로 만들어진 단순한 기계지만 당시 전 세계는 발명가 칼 벤츠의 혁신에 주목했다. 지금과 같은 자동차가 형태를 갖게 된 것은 1908년 미국 헨리 포드의 '모델T'가 등장하면서부터다. 2.9ℓ 엔진에 20마력, 시속 68㎞를 내는 이 차는 컨베이어벨트를 이용해 처음으로 대량 생산된 차다. 1927년까지 1,500만대가 생산되며 진정한 자동차 시대를 열었다. 그 이후 미국과 독일을 중심으로 자동차 기술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했다. 세계 대전은 자동차 기술의 혁신을 가져왔다. 세기의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와 천재 자동차 박사 페르디난드 포르쉐가 1936년 탄생시킨 '비틀'의 등장도 이런 배경에서였다. 값싸고 저렴하지만 튼튼하고 잘 달리는 4인승 국민차의 등장은 새로운 국면을 열었다. 특히 2차 대전 이후 승전국인 미국을 중심으로 부와 명예를 상징하는 캐딜락의 '엘도라도', 뷰익의 '스카이락'과 같은 대형 세단 등이 본격적으로 생산됐다. 현대차의 첫 차 포니 역시 1975년 생산돼 한국 자동차 산업의 시작을 알렸다.
◇스스로 멈추고 알아서 주행하고=1990년에서 2000년대 들면서 자동차는 전자장치 덕에 비약적인 발전을 시작한다. 라디오나 전조등과 같이 단순한 부분에서부터 운전대·브레이크·변속기 등 자동차의 핵심 부분은 전자 장비로 변신했다. 현대차가 1993년 선보인 엑셀과 1995년 선보인 아반떼는 수동 변속기뿐만 아니라 자동변속기도 장착됐다.
보다 안전한 자동차를 위한 연구는 전자장비를 통해 눈부신 발전을 이뤄낸다. 최근 출시되는 현대·기아차의 차종 대부분은 주행 중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면서 앞차와의 거리를 자동으로 조절하는 어드밴스드스마트크루즈컨트롤(ASCC), 도로 정차시 브레이크를 밟고 있지 않아도 자동으로 차가 멈춰 있는 오토홀드, 차선을 벗어나면 알려주는 차선 유지 시스템, 후측방 차량 경보 시스템 등을 보유하고 있다. 빗길에 미끄러지는 것을 막아주는 차세제어장치(VDC), 전자제어 서스펜션(ECS) 등도 달린다. 기술의 발전은 자동차의 연료도 바꾼다. 1997년 도요타가 선보인 첫 하이브리드차 '프리우스'를 시작으로 2013년 현대차가 세계 최초로 양산에 성공한 '투싼ix' 수소차까지 개발됐다.
운전의 방식도 달라졌다. 벤츠가 지난해 선보인 자율주행차 F105는 GPS에서 받은 위치 정보에 따라 스스로 차량이 목적지까지 운행된다. 탑승자 눈의 홍채를 인식하고 손동작을 통해서도 온도와 라디오 볼륨 등을 조절할 수 있다. 스마트폰 앱으로 차량을 부를 수 있는 기능도 있다. 닛산이 올해 도쿄모터쇼를 통해 선보인 '티트로 포 데이즈' 콘셉트카를 통해 자율 주행은 물론 인간과 교감할 수 있는 차도 선보였다.
◇"자동차는 이제 타는 컴퓨터"=최근 출시되는 차는 자동차라기보다는 거대한 전자장비라는 말이 더 잘 어울린다. 구글과 애플을 비롯해 삼성전자와 LG전자·현대차 등이 앞다퉈 자동차 전장 기술 및 자율주행차 연구에 뛰어드는 것도 이런 이유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팀장은 "자동차는 이제 기계라기보다는 탈 수 있는 컴퓨터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정도로 전자장비로 변화해가고 있다"며 "향후 엔진 및 자동차 생산 기술이 상향 평준화되면 스마트폰처럼 결국 자동차도 어느 업체가 가장 효과적인 운영체제(OS)를 보유하는가가 패권을 장악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팀장은 "그런 점에서 국내 전자 업체 및 자동차 업체들이 전자장비 생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운영체제에 대한 투자도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도원기자 theone@sed.co.kr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