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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새로운 성장 원천, 산업재산 정보
정치정치일반 2025.07.31 17:39:11어느 개발도상국을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풍부한 천연자원이 눈앞에 펼쳐져 있었지만 국민들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천연자원이라는 값진 자산이 그 나라의 경제성장으로 연결되지 않는 부분이 정말 안타까웠다. 그럼 우리는 훌륭한 자산을 충분히 활용하고 있을까. 우리나라는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기술 역량과 제조 기반, 혁신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 그만큼 방대하고 가치 있는 산업 재산 정보도 보유하고 있다. 산업 재산 정보는 특허·실용신안·디자인·상표와 같은 지식재산권(IP)과 관련한 모든 정보를 의미한다. 심사나 분쟁 기록, 기술 내용 등 기업의 기술 전략이나 경쟁 환경 분석, 시장 진출 전략 수립에 필수적인 기초 데이터다. 산업 재산 정보라는 원석들을 어떻게 활용하고 가공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미래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다. 가령 하나의 특허 데이터에는 해당 발명이 해결하려는 과제와 수단, 그로 인한 효과가 모두 기재돼 있다. 이러한 특허 데이터를 수집해 분류하고 제대로 활용하면 향후 트렌드가 되는 기술을 예측하거나 정책 전략을 수립하는 무기가 된다. 기술 패권 시대로 진입하면서 이미 전 세계가 핵심 기술 확보와 보호·활용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기술 유출 방지와 특허출원 비공개 조치를 한 일본을 포함해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이 앞다퉈 국가 안보를 위한 기술 유출 방지와 산업 재산 정보 관련 법·제도를 강화하는 것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필자는 7월 24일 국회에서 ‘산업 재산 정보 활용과 확산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특허청을 비롯해 특허정보원·특허기술진흥원·특허전략원 등 산업 재산 유관기관장과 전문가가 함께 모여 현 상황을 진단하고 심도 있게 토론했다. 토론회 제목은 ‘진짜 성장으로 가는 길, 산업 재산 정보에 답이 있다’로 뽑았다. 참석자들은 산업 재산 정보를 활용해 대한민국의 진짜 성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토론회에서는 방대한 양과 전문적이고 복잡한 내용, 출원 후 18개월 이후 공개되는 미공개 구간의 함정 등으로 인해 산업 재산 정보가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고도화된 분석을 통해 산업 재산 정보의 질을 높여줄 소프트웨어나 틀 자체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분산된 산업 재산 정보를 한곳에서 통합 검색하고 분석할 수 있는 단일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는 게 가장 시급한 과제로 제시됐다. 복잡한 산업 재산 정보를 누구나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의 직관적인 검색 분석 도구를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 또한 나왔다. 이 체계만 갖춰져도 산업 재산 정보를 기반으로 또 다른 혁신적인 기술과 아이디어를 창출해내는 일이 한결 수월해질 것이다. IP 정보 서비스 기업의 대부분이 영세한 벤처기업이나 스타트업으로 구성돼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들의 성장 토대를 만드는 데도 기여할 것이다. 전 세계 유망 기업들은 이미 IP 정보 등을 통해 사업 환경의 개황과 전망을 분석하고 사업 전략을 구축하는 데 이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의 경쟁력 있는 자산이 경제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산업 재산 정보의 가치가 제대로 드러날 수 있도록 국가가 정책적으로 집중해야 할 시기다. 새로운 성장, 진짜 성장의 모멘텀을 만들 때다. -
소고기 개방 막은 광우병 사진…1m짜리 패널로 MASGA 설득
국제정치·사회 2025.07.31 17:38:51새 정부 출범 등으로 다소 늦게 시작한 한미 무역 협상이 전격 타결된 배경에는 우리 협상단이 1m 길이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패널을 갖고 설득하는 등 디테일한 대응이 주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30일(현지 시간) 워싱턴DC 주미대사관에서 브리핑을 가진 정부 협상단에 따르면 이번 협상의 결정적인 전기는 ‘스코틀랜드 출장’에서 마련됐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은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이 22일 일본과의 협상 타결 직후 우리 측에 연락해 오면서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미국이 조선업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사실을 출발 전에 인지하고 1m 길이의 패널을 특별히 제작해 가져갔다”며 “우리가 미국과 협업하면 양국 모두에 이익이 된다는 점을 한눈에 볼 수 있게 제작한 패널이었는데 24일 첫 회담 때 러트닉 장관에 보여주니 굉장히 높게 평가했다”고 전했다. 김 장관은 “첫 회담에서 미국 측이 내용을 구체화하면 좋겠다고 했고 그 자리에서 다음 일정을 잡아 25일 뉴욕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러트닉 장관의 스코틀랜드 출장 일정을 앞두고 미국도 협상 내용에 흥미를 느끼고 있어 스코틀랜드로 가서 협상을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제안했고 러트닉 장관도 흔쾌히 시간을 내줘 ‘마스가’ 프로젝트를 구체화하는 과정이 생겼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김 장관은 “스코틀랜드에서의 두 차례 협상이 협상의 전기를 마련했다”고도 평가했다. 협상 과정에 난관도 많았다. 특히 미국이 요구한 농축산물 시장 개방과 온라인 플랫폼 규제 완화 등의 요구를 방어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여 본부장은 전했다. 김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협상 초반에 농산물 문제를 제기했다”며 “미국 소고기의 제1의 수출 시장이 한국이라는 점 등 여러 통계를 제시했다”고 말했다. 계속된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도축 당시 30개월령이 넘은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계속 요구했고 협상단은 미리 준비해간 과거 100만 명의 인파가 모인 ‘광우병 시위’ 사진을 제시했다고 한다. 여 본부장이 미리 이 사진을 준비해와 “한국의 상황을 이해시켰다”고 김 장관은 소개했다. 이날 오후까지도 협상단은 과연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었다고 한다. 오후 3시 52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한국 협상단과 만날 것이라고 예고하면서 우리 협상단도 급히 백악관으로 이동했다. 구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날 만날지는 확실히 알 수 없었다”며 “트루스소셜을 보고서야 ‘아, 이제 현실이 되는구나’ 생각을 했다”고 전했다. 구 부총리는 “30~40분가량 협상을 했고, 주로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주도했다”고 설명했다. 김 장관은 “일종의 모의고사를 보는 것처럼 (협상단이) 서로 트럼프 대통령 역할을 하며 롤플레이를 했다”며 후일담을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직설적인 화법을 써가며 나름대로의 시나리오를 짜 예행 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러트닉 장관의 도움이 컸다고 한다. 러트닉 장관은 협상단에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복잡하게 설명하면 안 된다. 가급적이면 이해하기 쉽고 단순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등의 조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보통 대통령이나 국무총리가 아니면 직접 협상하지는 않는데, 한국의 경우 각료급과 직접 협상했다. 그만큼 한국을 존중하고, 중요시한다는 방증”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석에서 펜으로 투자 규모를 고치지는 않았지만 최종 확정된 3500억 달러의 투자 규모에 대해 정부는 협상단이 제시한 액수보다는 늘어났다고 밝혔다. -
한미 재무당국 협의 지속…환율 변동성 커질수도
증권국내증시 2025.07.31 17:38:46이번 한미 관세 협상에서 환율 관련 별도의 협의 내용은 발표되지 않았다. 기획재정부는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통상 협상에서 환율과 관련한 직접적인 논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올 4월 미국과의 첫 관세 협상에서 환율이 4대 의제에 포함됐었는데 대미(對美) 상호관세를 15%로 설정하는 내용의 이번 한미 통상 협상 타결에서 외환 부문은 패키지로 연계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기재부는 “환율에 대해서는 양국 재무 당국 간 별도로 협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관세 협상과 별개로 환율 협의는 따로 계속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에 향후 환율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화 대비 원화 환율은 관세 협상, 미국 기준금리 동결에 따른 강달러 여파로 전 거래일 대비 3.9원 오른 1387.0원에 마감했다. 하지만 미국이 향후 협상에서 원화 절상(원·달러 환율 하락)을 압박한다면 환율 변동성이 심화할 수 있다. 한편 국내 증시는 약보합으로 마감하며 숨 고르기 장세를 나타냈다. 이날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9.03포인트(0.28%) 내린 3245.44에 거래를 마감했다.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소식에 상승세로 출발한 코스피는 3290선까지 근접했지만 이내 하락 전환해 결국 약보합으로 장을 마무리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개인은 각각 3438억 원, 2238억 원을 순매수했지만 기관이 7052억 원어치를 팔아치우며 지수를 끌어내렸다. 코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57포인트(0.2%) 오른 805.24에 거래를 마쳤다. 15% 상호관세율의 조건으로 한국이 미국에 3500억 달러(약 490조 원)를 투자하고 이 중 1500억 달러(약 208조 원)를 조선업에 배정하자 관련 종목으로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한화오션(042660)은 전 거래일 대비 1만 3300원(13.43%) 오른 11만 2300원을 기록하며 52주 신고가를 경신했다. 이 외에도 HD현대중공업(329180)(4.14%), HD한국조선해양(009540)(1.27%), 삼성중공업(010140)(0.47%) 등이 상승세로 장을 마쳤다. 반면 목표였던 관세율 12.5% 합의에 실패한 자동차 업종은 급락했다. 이날 현대차(005380)와 기아(000270)는 각각 4.48%, 7.34% 내렸다. 당초 정부는 자동차 관세 12.5%를 목표로 협상에 나섰지만 미국 정부에서 하한선을 15%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용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관세율이 15%로 인하되며 대미 완성차 수출 환경에서 주요 국가와 동등한 경쟁 관계를 확보했다”면서도 “이후 추가적인 지원 및 긍정적인 모멘텀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짚었다. -
한미정상회담도 민관 합동 작전…재계 총수 총집결
정치대통령실 2025.07.31 17:38:37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이재명 대통령과 함께 방미할 민간 사절단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미 간 정상회담은 역대 정부마다 최대 규모의 경제 사절단이 꾸려졌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은 국내 기업의 대미 투자가 핵심 축인 만큼 재벌 총수도 대거 이 대통령과 동행할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 대통령의 ‘실용 외교’ 기조에 맞춰 규모보다 실익에 방점을 둔 콤팩트한 사절단이 구성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당장 이번 관세 협상 지원을 위해 직접 미국 워싱턴DC를 찾았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등이 이 대통령과 동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들 기업이 미국 투자를 공식화한 만큼 한미 정상회담 시 정부를 도와 실질적인 투자 계획을 미국 현지에서 발표할 가능성도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3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백악관에서 만나 국내 기업 최초로 210억 달러(약 31조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밝혔고 삼성도 미국 현지에서 반도체 투자 확대 및 현지 기업들과의 각종 기술 협력을 구체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한화는 이번 관세 협상의 핵심으로 꼽힌 미국 조선업 부흥의 최전선에서 미국이 원하는 조선업 협력을 구체화할 수 있다. 이 밖에 LG·SK와 포스코 역시 배터리, 반도체, 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협력 강화를 내세우며 정부를 측면 지원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서도 경제·통상·안보·외교 부처 수장들이 모두 이 대통령을 수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상회담도 관세 협상처럼 말 그대로 민관 합동 사절단으로서 정책과 투자가 맞물린 원팀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진단에 따른 것이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경제·무역·기술·안보 의제는 빠질 수가 없다”며 “기업들이 직접 동행해 투자 약속과 협력 강화 발표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기업은 경제 외교의 실질 파트너로서 정부 역시 이 같은 민간 외교를 협상 지렛대로 활용해 정상 간 협의의 틀을 구성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
[단독] SKT '美 AI 비서' 전면 재검토…법인 청산 시나리오도 나왔다
산업IT 2025.07.31 17:38:22SK텔레콤(017670)이 미국 법인 청산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북미 AI 에이전트 사업 방향에 대한 전면적인 조정을 추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막대한 자금과 시간, 인력 등을 투입했음에도 사업 진행 속도가 더디고, 제품 개발 성과도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다. 3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경영진 회의를 열고 미국 AI 에이전트 개발 법인 '글로벌 AI 플랫폼 코퍼레이션(GAP)'에 대한 사업 재검토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GAP에 미국 법인 청산 가능성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진다. 회의에는 미국에 상주하고 있던 GAP 경영진 여럿이 일시 귀국해 참여했다. 이날 장시간 논의가 오갔지만 GAP 청산 여부에 대한 결론은 내지 못했다. 다음 달 중 추가 회의를 열고 최종 결정을 내릴 방침인 것으로 전해진다. GAP는 SK텔레콤이 2023년 6월 북미향 AI 에이전트 사업 추진을 위해 설립한 손자회사다. 당시 SK텔레콤은 GAP 설립을 목적으로 네이버(NAVER(035420)) 클로바 CIC(사내독립기업)의 정석근 전 총괄과 정민영 전 리더를 전격적으로 영입하며 큰 주목을 받았다. 정 전 총괄이 GAP 대표를, 정 전 리더가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또 김양섭 SK텔레콤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유경상 SK텔레콤 최고전략책임자(CSO) 등이 주요 이사진으로 포진해 있다. 현재 GAP는 SK텔레콤의 미국 사업 법인인 SK텔레콤아메리카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GAP는 미국 델러웨어주에 설립됐고, 실리콘밸리와 텍사스 오스틴에서 지사를 운영 중이다. 또 경기도 성남시 판교동에는 실질적인 AI 에이전트 개발을 담당하는 조직인 GAP코리아를 자회사로 설립해 운영 중이다. 지난해 GAP는 자산총액이 750억 원을 넘어서면서 SK텔레콤의 주요 종속 회사로 편입되기도 했다. SK텔레콤이 GAP의 사업에 대한 개편을 검토하는 배경에는 그동안의 사업 성과가 기대에 못 미쳤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한국에 비해 현저히 높은 운영 비용을 감수하면서까지 미국 현지에서 서비스 개발을 지속하는 것이 비효율적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 조만간 추가 자금 투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회사의 방향성을 다시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본 것이다. 실제로 GAP가 개발 중인 북미향 AI 에이전트 서비스인 '에스터'는 출시 시기가 계속해서 지연되고 있다. 지난해 계획했던 에스터 베타서비스는 올해 3월에서야 이뤄졌고, 정식 출시 시기는 올여름에서 하반기로 또다시 밀린 상태다. 또 미국 AI 검색 기업 퍼플렉시티와의 긴밀한 협력을 전제로 투자 유치도 논의했지만, 최종적으로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GAP 법인 청산이 결정되더라도 에스터 서비스 개발은 계속해서 이어질 전망이다. GAP 내부에서는 오는 10월까지는 에스터의 북미 시장 정식 출시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최근 GAP 법인에 대해 새로운 과제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한 회의를 진행한 것은 맞지만, 법인 청산까지는 거론되지는 않았다"면서 "실제 GAP가 청산 될 가능성은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
5연속 금리 동결한 파월…"9월도 결정된 것 없다"
국제정치·사회 2025.07.31 17:38:15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금리를 내리라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한발 더 나아가 관세 불확실성 등을 이유로 시장이 기대하던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거리를 뒀다. 관세 효과 극대화를 꾀하는 트럼프 행정부와 물가 안정을 우선시하는 연준 간 기싸움이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연준은 30일(현지 시간)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 결과를 공개하며 기준금리를 현재의 ‘4.25∼4.50%’로 동결했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만 5회 연속 동결이다. 이번 금리 동결로 한미 금리 차는 상단 기준으로 2.0%포인트를 유지하게 됐다. 연준은 공개 자료에서 “실업률은 여전히 낮고 노동시장은 견조하나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은 다소 높다”며 “경제 전망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크다”고 진단했다. 실제 미 상무부가 이날 발표한 6월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는 지난해 같은 달 대비 2.6% 상승해 예상치를 0.1%포인트 웃돌았다. PCE 물가지수는 미국 거주자들이 상품과 서비스를 구매할 때 지불하는 가격을 측정하는 물가지표로, 연준이 물가 상승률 목표 달성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으로 활용된다. 파월 의장은 이날 FOMC 결과와 관련한 기자회견에서 작심한 듯 9월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았다. ‘9월 기준금리 인하 기대가 현시점에서 비현실적이냐’는 질문에 대해 파월 의장은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는 ‘완만하게(modestly) 제한적’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통화정책 기조가 부적절하게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으로 보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연준이 경제 발목을 잡고 있다며 금리 인하를 압박한 것을 겨냥한 발언으로 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FOMC 결과가 나오기에 앞서 예상치를 웃돈 2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을 언급하며 파월 의장에게 “금리를 지금 내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파월 의장은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무역 협상에 진전을 보이는 상황에서도 관세정책의 영향과 관련해 수많은 불확실성이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동시장이 현재로서는 균형 상태를 보이고 있고 실업률도 안정적이지만 명백한 하방 위험도 있다”며 “우리는 9월 회의에 대해 어떤 결정도 내리지 않았고 우리가 얻는 모든 정보를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9월 금리 인하를 단정하지 않으면서 경기 둔화, 실업률 증가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이날 파월의 발언 이후 금리 선물 시장은 연준이 9월 FOMC 회의까지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56.8%까지 높여 반영했다. 전날까지만 해도 이 확률은 35% 안팎이었다. 반대로 연준이 금리를 25bp(bp=0.01%포인트) 인하할 확률은 전날 63% 안팎에서 43.2%로 낮춰 잡았다. 당초 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에 제시한 점도표상으로 올해 두 차례 금리 인하가 예고됐다는 점을 들어 9월 인하 가능성을 높게 봤다. 하지만 이날 파월 의장의 매파적 발언이 나오면서 실망 매물이 쏟아졌고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내림세로 마감했다. 한편 파월 의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 관련 질의에서 중앙은행의 독립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파월 의장은 “독립성이 없다면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금리를 사용하려는 큰 유혹이 있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미국 연방정부의 국채 이자 비용 부담이 높아진 것과 관련해서는 “금리 결정이 정부 재정에 미치는 비용을 고려하는 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한편 이번 FOMC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관세전쟁의 경제 효과를 두고 연준 내부에서 유례없는 분열 조짐이 드러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크리스토퍼 월러 이사와 미셸 보먼 부의장은 기준금리를 동결하자는 다수의 의견에 반대하면서 0.25%포인트를 내려야 한다는 소수 의견을 냈다. 2명의 연준 이사가 금리 결정에서 소수 의견을 낸 것은 1993년 이후 32년 만에 처음이다. 이번 FOMC는 반대 의견을 낸 보먼 부의장, 월러 이사와 회의에 불참한 아드리아나 쿠글러 이사를 제외한 9명의 찬성으로 금리 동결을 결정했다. 지난달 FOMC에서 금리 동결 결정이 만장일치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연준 내 분위기가 사뭇 달라진 셈이다. -
"불확실성 줄었지만…디테일 몰라 불안"
산업기업 2025.07.31 17:37:51한국과 미국이 일본, 유럽연합(EU) 수준(15%)으로 관세 협상을 타결했다는 소식에 기업들은 일단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다만 ‘합의의 틀’에 해당하는 관세율 외에 세부 사항은 여전히 협상을 해야 하기 때문에 추가 논의될 사안들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이번 관세 협상으로 전자와 자동차·철강 등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면서 관련 기업들은 긴급회의를 열고 대응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은 긴급회의를 열고 관세 협상에 따른 여파와 시장, 품목별 판매 전략 등을 점검했다. 기존에 관세와 관련해 대책을 논의해 왔던 삼성전자도 협상 결과 발표에 따라 대책 회의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 관계자 역시 “관세와 관련한 회의는 상시로 열고 있다”며 “관세와 관련해 대응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들은 이번 관세 협상의 여파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우선 자동차의 경우 관세율이 기존 25%에서 15%로 10%포인트 낮아졌지만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이전 관세율(0%)과 비교하면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15%의 관세를 부담하고 연간 100만여 대의 차를 미국으로 수출하면 영업이익이 3조~5조 원가량 증발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최악의 상황은 피했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상황도 아니라는 것이다. 정보기술협정(ITA)에 따라 미국으로 관세 없이 수출하던 반도체도 한미 정부 간 후속 협상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릭 미 상무장관이 27일(현지 시간) 반도체에 대해 별도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특히 철강 업계는 이번 협정에서 상호관세율(15%) 적용 품목에서 제외돼 경영 불확실성이 더욱 증폭됐다. 현대제철과 포스코가 미국 루이지애나주에 약 58억 달러(약 8조 원)를 투자해 제철소를 짓기로 했지만 2029년께나 가동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전에는 관세 50%를 물고 미국으로 수출해야 한다. 한미가 관세 협상에 합의했지만 이른바 ‘디테일(세부 사항)’은 여전히 불분명해 기업들의 불안은 여전하다. 이에 기업들의 눈은 2주 뒤 백악관에서 열릴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첫 정상회담에 쏠려 있다. 한국과 미국의 품목별 관세율은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협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높다. 변덕이 심한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을 볼 때 정상회담 결과에 따라 추가 관세 인하가 있을 수도 있다. 반대로 추가 관세 부과라는 최악의 상황 또한 벌어질 수 있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기 때문에 부품 관세나 대미 투자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구경우 기자 bluesquare@@sedaily.com, 허진 기자 hjin@@sedaily.com, 정혜진 기자 sunset@@sedaily.com -
'심박수 오른 이유까지 파악' 구글 스마트워치용 AI 공개
산업IT 2025.07.31 17:37:43구글이 스마트워치 전용 인공지능(AI) 모델을 선보였다. 심박수 같은 생체신호를 분석해 사용자 일상과 건강 관리를 돕는 스마트워치 기능을 극대화하도록 맞춤 학습시킴으로써 기존 스마트폰에 이어 전 세계 수억 명 사용자를 겨냥한 웨어러블(착용형) AI에서도 주도권을 갖겠다는 구상이다. 삼성전자와 애플도 신기술 개발로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31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28일(현지 시간) 스마트워치 등 웨어러블 기기 전용 파운데이션(기초) 모델 ‘센서LM’을 공개했다. 센서LM은 기존 대형언어모델(LLM)처럼 언어 데이터에 더해 심박수, 체온, 걸음수, 피부전도도(EDA) 등 생체신호 측정 데이터를 함께 학습하고 둘 사이의 관련성을 분석할 수 있다. 가령 사용자의 심박수가 올라갔을 때 그 이유가 격한 운동 때문인지 떨리는 대중 발표 때문인지 등 상황을 종합적으로 파악해 맞춤 코칭을 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 인식 능력은 실시간 측정되는 생체신호 데이터를 함께 학습하지 않은 기존 LLM으로는 갖추기 쉽지 않다는 게 구글의 설명이다. 생체신호 데이터는 하루 20만 여 토큰(LLM이 텍스트를 처리하는 기본 단위)에 달해 LLM이 기존 언어 데이터를 처리하는 방식으로 처리하기엔 비효율적이다. 센서LM은 대신 구글 제품 ‘핏빗’과 ‘픽셀워치’ 사용자 10만 3643명으로부터 총 5970만 시간 분량의 센서 데이터를 학습해 성능을 특화했다. 구글은 자체 평가 결과 센서LM은 걷기 등 20가지 사용자 활동을 분류하는 성능이 0.84로 자사의 최신 범용 모델 ‘제미나이 2.0 플래시’(0.51)를 크게 웃돌았다고 전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통해 삼성전자 ‘갤럭시워치’ 시리즈에 제미나이를 탑재해온 만큼 센서LM 역시 향후 갤럭시워치 성능 고도화에 쓰일 가능성이 점쳐진다. 구글은 “센서LM이 차세대 디지털 건강 코치, 임상 모니터링 도구, 개인 웰니스 애플리케이션 개발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스마트워치 제조사 삼성전자와 애플도 자체 AI 기술을 확보 중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김재경 한국과학기술원(KAIST) 수리과학과 교수 연구팀과 손잡고 차세대 수면 알고리즘을 신제품 ‘갤럭시워치8’에 탑재했다. AI가 사용자 생활습관을 분석해 최적의 수면 시간대를 제안하는 등 과거 데이터 분석을 넘어 미래 수면건강을 예측해주는 기술이다. 애플은 지난달 차세대 ‘애플워치’ OS에 자사 AI ‘애플 인텔리전스’ 기반의 운동 코치 ‘워크아웃 버디’를 탑재한다고 발표했다. -
[해외칼럼] 법원 판결로 '트럼프 폭주' 막을 수 있을까
오피니언사외칼럼 2025.07.31 17:37:22도널드 트럼프가 4월 2일 발표한 파괴적인 ‘해방의 날’ 관세는 대통령의 과잉 행동을 상당 부분 진정시킬 사법부의 건설적인 판결로 이어질 것이다. 당장 곧 연방항소법원에서 이에 관한 구두변론이 진행된다. 이번 변론을 통해 원고와 피고인 측은 ‘국가비상사태’와 ‘예외적이고 특별한 위협’을 선포함으로써 대통령은 언제든 그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국가를 상대로 원하는 모든 상품에 대해 원하는 수준의 관세를 원하는 기간만큼 부과할 수 있는지를 놓고 법리 다툼을 벌인다. 트럼프의 주장과 달리 관세는 미국 소비자가 부담하는 세금이다. 그에 따르면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사법적 심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앞서 하급법원은 만장일치로 대통령에게 이 같은 권한이 주어지지 않는다고 판결했다. 법학계를 망라하는 18개 단체들은 대통령에 반대하는 법정의견서를 제출했다. 요지는 다음과 같다. 헌법 전문에 뒤이어 나오는 첫 번째 단어는 ‘모든(all)’이다. 모든 입법권은 의회에 있다. 그리고 과세권은 헌법에 열거된 의회의 권한 중 가장 먼저 나온다. 헌법이 관세와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하는 권한을 의회에 부여했기 때문에 대통령은 정해진 법에 의해서만 이 같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 트럼프는 1977년에 제정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을 근거로 제시한다. 그러나 이 법의 그 어디에도 ‘관세’ 혹은 이와 동일한 의미를 지닌 용어는 등장하지 않는다. 그의 전임자들 가운데 IEEPA를 근거로 관세 부과가 가능하다는 주장을 펼친 대통령은 단 한 명도 없다. 현 대통령은 IEEPA가 부여한 무역 규제가 대통령의 과세권을 뜻하는 것이라고 강변한다. 물론 터무니없는 극단적 주장이다. 수백 개의 법률이 셀 수 없이 많은 기관들에 규제 권한을 부여하고 있지만 과세권은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의회는 종종 행정부가 취한 관세 조치를 승인하면서도 대통령의 재량권에 늘 구체적인 실체·시간·절차적 제한을 뒀다. IEEPA에 명시된 관세 권한은 예외적이고 특별한 위협과 관련된 비상사태에서만 행사할 수 있는데 대통령이 집착하는 무역적자는 여기에 해당되지 않는다. 무역적자가 예외적인 상황인가. 트럼프 자신도 무역적자가 반세기 동안 지속적으로 이어져왔다고 말한다. 최근 대법원은 연방통신위원회(FCC)의 통신사업자 규제에 FCC가 부과하는 세금이 포함되지만 이는 의회가 관련법을 통해 이를 명시적으로 승인했기 때문이라고 판결했다. 그렇지 않으면 FCC는 주요 질문 원칙과 위임 금지 원칙이라는 두 가지 관련 규정을 위반하게 된다. 전자는 행정부에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는 법률을 법원이 제대로 해석하려면 행정부에 주어질 막중한 경제적·정치적 중요성을 지닌 권한을 의회가 명확하게 정의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IEEPA에는 이처럼 명백한 정의가 담겨 있지 않다. 권력 분립을 지탱하는 불위임 원칙과 관련해 대법원은 피위임 기관의 재량권 행사 지침에 대한 확실한 원칙을 제공하지 않은 채 의회가 정부를 구성하는 다른 부처로 입법권을 이양하는 것을 금지한다. 트럼프는 IEEPA에 따라 대통령은 헌법이 부여하지 않았거나 의회가 위임하지 않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무제한적인 재량권을 갖는다고 주장한다. 헌법학자인 필립 햄버거는 “입법권과 비입법권 사이의 자연적인 경계선은 국민을 구속하는 규칙과 그렇지 않은 규칙 사이에 있다는 것이 초기 헌법 제정자들의 생각이었다”고 말한다. 관세는 수입품을 구매하려는 미국인들을 구속한다. 초대 의회에 의해 제정된 두 번째 법은 (예컨대 흑설탕 1파운드당 1센트 등) 세부적인 관세율을 정해뒀다. 관세 변경은 1930년대까지만 해도 대체로 의회의 영역이었다. 그즈음에 의회는 의회 승인을 조건으로 대통령에게 관세 인하 협상권을 부여하기 시작했다. 이어 1974년 의회는 수입품에 제한된 세율(15%)의 할증료를 한정된 기한(5개월) 동안 부과할 수 있는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했다. 1975년 항소법원은 “국가비상사태 선포가 대통령의 관세율 재작성을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부적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왜냐하면 이는 대통령의 무제한적인 권력 행사를 승인하는 위헌적인 조치이기 때문이다. 1974년에 제정된 법은 대통령에게 국제수지 적자를 해소하기 위한 경우에만 관세를 부과하도록 승인했다. 하지만 트럼프의 특이한 관세는 브라질을 응징하는 도구로도 사용된다. 미국은 브라질을 상대로 무역흑자를 기록 중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브라질 내정에 개인적으로 불만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현존하는 51건의 비상사태는 대통령의 권력 남용을 부추기고 이를 종식시키기 어렵게 만든다. 조 바이든 전 대통령은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비상사태를 빌미 삼아 4300억 달러에 달하는 학자금 부채 탕감을 시도했다. 의회는 대통령에게 위임한 권한을 쉽게 회수하지 못한다. 대통령이 의회의 회수 시도에 거부권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거부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상하 양원 의원 3분의 2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위임된 권력은 대통령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동하기 마련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비상사태 선포가 외교 관계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재검토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내적 영향과 목적을 지닌 관세는 헌법상 의회가 행사하는 명시적 권한으로 법률에 근거를 둬야 한다. 현 대통령은 토끼처럼 이리저리 쏜살같이 움직인다. 사법부는 보통 거북이처럼 심사숙고하기 때문에 동작이 느리다. 그러나 우리는 토끼와 거북이의 우화를 알고 있다. 우리가 아는 사실은 이렇다. 이번 관세 소송은 폭주하는 현 대통령을 현저하게 억제할 것이다. -
"韓 고용재편이 기회" 해외 큰손, HR테크에 '러브콜'
산업중기·벤처 2025.07.31 17:37:18글로벌 투자자들이 국내 인적자원(HR) 테크 기업에 구애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수시 채용이 활성화되고 초단기 일자리 수요가 증가하는 등 고용 패러다임이 달라지면서 HR 신규 시장이 창출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초단기 근무(스팟워크) 서비스 '급구'를 운영하는 니더는 최근 일본 스팟워크 1위 기업인 타이미로부터 전략적 투자를 유치했다. 양사는 투자와 함께 업무 제휴를 맺고 스팟워크 확산과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을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스팟워크는 한두 달 일하는 단기 아르바이트나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프리터족보다 더 짧게 하루에 3~4시간 정도, 1주에 한 두번 '틈새' 일을 하는 게 특징이다 니더는 단기 일자리 매칭 플랫폼을 운영하며 이력서나 면접 없이 원하는 구직자와 일자리를 즉시 연결하고 출근 인증부터 급여 정산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현재 쿠팡, 이케아코리아, BGF리테일 등 다양한 산업군의 파트너사들과 실시간 단기 인력 매칭 인프라를 확장하고 있다. 오가와 료 타이미 대표는 “한국은 단기 일자리가 ‘급구’ 기준 330만 개를 넘어섰을 정도로 기업들의 수요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며 "타이미가 일본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까지 결합되면 정규직 중심의 공채 문화가 일반적이었던 한국에도 새로운 채용 문화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규직 중심의 고용 시장은 근본적인 재편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주요 대기업 67곳 중 절반 이상이 최근 2년 새 20대 청년 고용을 줄였고, 그 규모가 5만 명 정도인 것으로 집계됐다.신입 공채 대신 경력직 채용을 도입하거나 정규직이 맡던 업무를 스팟워크 등으로 전환하는 사례가 늘어난 결과다. 아직 설립 초기 단계임에도 해외 고객사를 확보하는 등 글로벌 경쟁력을 입증한 것도 해외 큰손들이 러브콜을 보내는 원인으로 꼽힌다. 인재검증 플랫폼 스펙터는 지난해 12월 미국과 베트남 벤처캐피털(VC) 투자를 받아 누적 기준 110억 원 투자 유치를 달성했다. 기존 투자자였던 미국 실리콘밸리 VC 스톰벤처스가 후속 투자를 주도했으며, 베트남 VC 두벤처스(Do Ventures)가 처음으로 투자자로 참여했다. 스펙터는 확보한 투자금을 바탕으로 싱가포르와 일본, 말레이시아 등 해외 시장 진출에 시동을 걸었다. 싱가포르에서는 현지 법인 설립 전부터 글로벌 대기업의 아시아태평양 본사가 고객으로 합류하는 등 파트너사 제휴 제안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직원 채용부터 조직 문화 관리, 구성원 퇴직까지 전 과정을 관리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렉스는 지난달 1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B-1 브릿지 투자를 유치했다. 이번 투자에는 글로벌 VC인 한리버파트너스가 참여했으며, 기업가치는 5000억 원을 인정받았다. HR테크 기업으로서는 이례적으로 높은 가치를 해외에서 인정 받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평가다. HR테크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국가 간 경쟁이 날로 치열해지면서 해외 기업에 대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LB인베스트먼트는 최근 일본 최대 소프트웨어(SW) 엔지니어 플랫폼을 운영하는 일본 스타트업 파인디(Findy)에 공동 투자했다. 파인디는 일본 내 20만명 이상의 SW, 인공지능(AI) 엔지니어를 확보한 플랫폼 기업이다. 이 회사는 한국과 인도에서도 이미 고객사를 확보했으며 2028년까지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고객사 1600개사 이상 확보하는 것을 목표로 내걸었다. -
쌀·소고기 빠지고 반도체·의약품 최혜국 대우…철강은 50% 유지
국제정치·사회 2025.07.31 17:37:17한미가 무역 협상을 통해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협력펀드를 조성하기로 하면서 한국의 조선업은 ‘제2의 황금기’를 맞게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원자력발전 관련 산업도 생태계가 무너진 미국 측에서 한국에 도움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수혜를 볼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일본, 유럽연합(EU) 등 경쟁국에 비해 2.5% 관세 이점을 누렸던 자동차는 15%로 관세가 같아지면서 무한 경쟁에 돌입하게 됐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현지 시간) 워싱턴 DC 주미 한국대사관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협력펀드는 조선업 전반에 대해 우리 기업들의 수요에 기반해 사실상의 우리 사업으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이 트루스소셜에 “미국이 소유하고 통제하며 내가 대통령으로서 선정한 투자에 한국이 3500억 달러를 제공할 것”이라고 했지만 이 중 1500억 달러의 조선협력펀드는 우리 측이 주도해 집행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 경제부총리는 “합의에 가장 큰 기여를 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는 미국 내 신규 조선소 건설, 인력 양성, 공급망 재구축, 선박 건조, 유지·보수·정비(MRO) 등을 포괄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선박 설계 건조 능력을 가진 우리 조선 기업들이 미국 조선업의 부흥을 도우면서 기회와 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트럼프 대통령도 이날 회담에서 한국 조선업 능력을 높이 평가하면서 조선업 투자를 빨리 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전했다. 원전도 기대되는 분야다. 한미가 합의한 2000억 달러의 대미투자펀드는 여러 전략 산업 분야 중 원전에도 투자하기로 했다. 원전 업계에서는 미국의 원전 건설 및 산업 재건을 도울 수 있는 나라가 사실상 한국밖에 없다고 보고 있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대미투자펀드 운영 과정에서 우리 기업의 크고 작은 지원이 있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될 것”이라며 “미국 내 원자력발전 관련 수요가 많은 상황에서 미국 원전을 짓는 등의 방식으로 우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반면 자동차 및 부품의 경우 치열한 경쟁 구도에 직면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로 한국산 자동차 및 부품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까지 무관세로 수출됐다. 반면 미국과 FTA를 맺지 않은 일본과 독일 등 EU산 차량은 2.5%의 관세를 내 한국이 가격 경쟁력을 가질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EU 모두 똑같이 15% 관세를 적용 받으면서 관세 메리트가 사라졌고 원가 절감 등 경쟁력 강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브리핑에서 “한국은 마지막까지 자동차 관세 12.5%를 주장했으나 (트럼프) 대통령은 ‘모두 15%’라고 주장했다”며 “일본이 기존 2.5% 관세에서 12.5%포인트 올린 15%로 합의한 점을 고려하면 FTA 체제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에서 아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현대차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미국 신공장 가동을 고려하지 않으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50만 대씩의 관세에 노출돼 관세 부과 1%당 각각 연간 1500억 원의 이익이 줄어들 것”이라고 추정했다. 철강과 알루미늄 역시 무거운 숙제를 떠안게 됐다. 이미 50%의 관세율로 국내 철강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는 상황에서 미국 측이 한국에 쿼터제 등을 적용해줄 가능성이 현재로서는 없기 때문이다.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장관은 이날 X(옛 트위터)에 “철강·알루미늄·구리 관세의 경우 합의에 포함되지 않았고 여전히 변동이 없다”고 적었다. 반면 EU 측은 완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평가다. 백악관은 팩트시트에서 철강·알루미늄·구리에 대한 관세가 변경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지만 EU는 29일 자료를 통해 “전통적 교역 수준에서 유럽산 수출품에 저율관세할당(TRQ)을 도입해 현재의 50% 관세가 인하될 것”이라고 적시했다. 미국 정부가 냉장고·세탁기·건조기 등 가전제품에도 철강 함유량에 따라 50%의 관세를 부과하는 가운데 이들 관세가 낮아지지 못하면서 한국 가전 업체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평가다. 반도체는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한 대우를 하지 않겠다고 미국 측이 약속한 만큼 향후 품목관세가 부과되더라도 한숨은 돌리게 됐다. 하지만 전체 수출액의 8% 정도를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는 상황에서 15%의 관세가 부과될 경우 메모리반도체 제품을 중심으로 15% 내외의 가격 인하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미국 수출 비중이 약 18~20%인 의약품은 최혜국 대우를 약속받았고 이미 품목 관세에 대비해 연초부터 미국 수출을 확대, 2년 이상의 재고를 비축했다는 점에서 부정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농산물의 경우 일단 쌀과 소고기 시장은 지켰지만 사과, 블루베리, 유전자변형작물(LMO) 감자 등은 수입 길이 열리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구 부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이 과채류에 대한 한국 검역 절차에 대해 물어보며 많은 관심을 표명했다”며 “비관세장벽과 관련해 앞으로 검역 절차 개선 등 기술적 사안에 대해 협의를 이뤄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현재 검역 절차가 진행 중인 이들 품목이 경우에 따라 한국에 수입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
안보 빠진 관세담판…트럼프, 회담자리서 방위비 청구서 내밀듯
정치대통령실 2025.07.31 17:37:09한미 관세 협상의 극적 타결에 따라 대통령실은 곧바로 한미 정상회담 일정 조율 및 준비에 착수했다. 큰 틀의 관세 합의는 이뤄졌지만 세부적으로 논의할 조항들이 많이 남은 데다 이번 협상에 포함되지 않은 국방·안보 등 굵직한 현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일 가능성도 있어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31일 정치권에 따르면 한미 외교 라인은 이날부터 양국 정상회담 일정과 의제를 논의하기 시작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향후 2주 내로 이재명 대통령이 양자 회담을 위해 백악관으로 올 때 (합의된) 액수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회담 시점은 8월 중순이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협상 타결로 고무된 분위기를 살려 최대한 회담 일정을 앞당길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김용범 정책실장도 브리핑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에게 다음 주라도 날짜를 잡으라고 했다 한다”고 전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국빈 방문이 아닌 실무 회담으로 진행된다는 점에서도 속도감 있게 추진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 미국의 요구대로 일정을 서두르면 8월 첫 주에 회담이 열릴 수도 있다. 양국 정상회담은 2023년 4월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방미 이후 약 2년 3개월 만이다. 한미 정상회담의 주요 과제 중 하나는 이날 타결된 관세 협상의 세부 논의다. 이날 발표된 내용 중에는 양국이 해석이 갈리는 대목이 있다. 가령 20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 수익 배분에 대해 미국 정부는 “수익의 90%를 미국이 가진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김 실장은 “재투자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펀드의 직접 투자 및 대출, 보증의 비율과 세부적인 투자 분야 등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1500억 달러 규모의 조선 협력 펀드도 구체적인 사안을 더 살펴보고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유지·보수·정비(MRO)의 경우 전부 미국에서 이뤄지는지, 국내 조선소에서 수주할 수 있는지 따져보고 가능한 한 국내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번 관세 협상 발표에 포함되지 않은 국방비 증액과 주한미군 전략적 유연성 강화 등 의제도 회담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한미 간 협의 중인 ‘미래형 포괄적 전략 동맹’에 가장 이목이 쏠린다. 21세기의 달라진 환경에 맞춰 한미 동맹을 현대화해야 한다는 취지 자체에는 한미 간 공감대가 있지만 각론으로 들어가면 첨예한 논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구상하는 한미 동맹 현대화의 중심에는 ‘중국 견제’라는 트럼프 정부의 최우선 과제가 자리 잡고 있다. 일례로 그동안 한국군과 주한미군이 대북 억제력에 초점을 맞춰왔지만 향후 대만해협에서 미국과 중국이 충돌할 경우 한국 역시 동맹국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다. 이에 따라 워싱턴 조야에서는 중국 견제에 맞춰 주한미군을 재배치하는 ‘전략적 유연성’ 확보를 주장하기도 한다. 현재 2만 8500명 규모의 주한미군을 괌 등 인도태평양 지역의 다른 기지로 재배치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리나라에 ‘역할 확대’의 일환으로 방위비 분담금 및 국방비 증액을 요구할 가능성도 높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부터 주한미군의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으며 2기부터는 방위비 분담금뿐 아니라 국방비 총액을 국내총생산(GDP)의 5%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을 요구하고 있다. 전봉근 국립외교원 명예교수는 “통상, 경제 현안은 큰 틀에서 논의가 이뤄진 만큼 한미 정상회담에선 안보 분야가 주요하게 다뤄질 것”이라며 “주한미군 감축과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까지 협상 테이블에 오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대화할 의향이 있다고 알려진 만큼 북미 관계에서 한국의 중간 역할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처음으로 31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외교장관회담은 동맹 현대화의 세부 내용을 예측해볼 수 있는 가늠자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한미 정상회담을 거쳐 9월께 트럼프 2기 정부의 국방 전략을 담은 ‘2025 국방전략(NDS)’이 확정되면 한미 동맹 현대화를 위한 협상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
한은 울산본부, 중소기업 한시 특별지원…6개월 연장
사회전국 2025.07.31 17:36:43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운전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역 중소기업에 대한 한시 특별지원의 대출취급 기한을 종전 2025년 7월 말에서 2026년 1월 말로 6개월 연장한다고 31일 밝혔다. 한시 특별지원은 2024년 1월 최초 도입시 2248억 원 한도에 2025년 1월 1240억 원 증액되면서 현재 총 3488억 원 한도로 운용 중이다. 한시 특별지원 최초도입분의 기한을 최초 2024년 7월에서 2025년 7월로 1년 연장한 데 이어, 이번에 2026년 1월까지로 6개월 추가 연장했다. 이에 따라 2026년 1월 31일까지 금융기관이 취급한 중소기업 대출 실적에 대해 2027년 3월 1일까지 현재와 동일한 3488억원 규모로 지속 지원할 예정이다. 한국은행의 은행에 대한 대출금리는 연 1.00%를 적용한다. 이번 기한 연장은 대외 불확실성 증대 등으로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자금사정이 어려운 저신용 자영업자 및 지방 중소기업 등 취약부문에 대한 지원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 울산본부는 “이러한 조치는 울산지역 중소기업의 금융 접근성을 제고하고 금융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 기대했다. -
[여담] 노동할 권리
오피니언사내칼럼 2025.07.31 17:36:35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후 보인 행보 중 단연 필자의 눈길을 끈 것은 SPC삼립 시화공장 방문이었다. SPC는 계열사에서 산업재해가 빈번하게 발생해 국민적 지탄을 받아왔던 기업이다. 이 대통령은 마치 근로감독관처럼 SPC그룹 오너와 삼립 대표이사에게 산재가 자주 발생하는 이유를 따져 물었고 주야 12시간 맞교대 근무가 원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결국 SPC그룹은 맞교대를 폐지하고 생산직 야근을 8시간 이내로 제한하기로 했다. 근무제 개선으로 산재가 줄어들지는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지지자들은 ‘소년공’ 출신 대통령이 산재 근절 의지를 몸소 실천했다며 환호했다. 고용노동부의 ‘2024년 산업재해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복지공단에서 산재를 인정받은 사망 근로자는 2098명에 달한다. 전년 대비 82명(4.1%) 늘었다. 아침에 일터로 출근해서 집으로 퇴근하지 못한 근로자가 한 해 2000명이 넘는 것은 슬프고, 화나고, 부끄러운 일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이 도입됐는데도 산재 사망 사고가 줄어들지 않은 것은 법·제도만으로는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처벌이 능사가 아니라는 얘기다. 이 대통령은 29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형사처벌은 별로 의미가 없을 것 같다”며 사업·고용주의 인식 전환을 촉구하면서도 징벌적 손해배상 등 산재 처벌·제재 강화를 주문했다. 산업 안전 못지않게 근로자의 삶을 위협하는 것이 임금 체불이다. 근로자의 목숨을 빼앗고 몸을 다치게 하는 산재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임금 체불도 근로자의 마음을 파괴하고 그 가족의 생계를 위협한다. 임금 체불액은 2022년 1조 3472억 원, 2023년 1조 7845억 원, 지난해 2조 448억 원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올해는 5월 말 기준 9482억 원으로, 상반기에 이미 1조 원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임금 체불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임금이 체불되더라도 아예 받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임금채권보장기금을 통해 우선 대지급금 형태로 근로자에게 임금을 지불하고 사업주를 상대로 구상권을 행사해 회수한다. 그럼에도 밀린 임금을 제때 받지 못하는 근로자들이 적지 않고 생계를 꾸리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여전히 많다. 근로감독을 보다 꼼꼼히 하고 피해를 보는 근로자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요구된다. 산업재해와 임금 체불을 줄이는 것은 국민의 생명을 보호하고 경제적 안정을 뒷받침한다는 점에서 국가와 정부가 중단 없이 살펴야 할 과업이다. 보다 근본적인 것은 일할 권리, 즉 노동할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관세전쟁,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인해 국내 일자리 감소와 산업 공동화, 노동의 성격 변화와 직업 소멸이 현실로 다가왔다.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트럼피즘으로 국내에서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가 줄어들 수 있다는 전망 속에서 하도급 근로자 보호 범위 확대와 노조의 쟁의행위에 따른 사업자의 손해배상 청구 제한 등을 담은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이 시행되면 국내 기업은 물론 외국 기업의 한국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이에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3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지금이라도 국회는 노동조합법 개정을 중단하고 사회적 대화를 통해 노사 간 충분한 협의가 이뤄지도록 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손 회장은 “원청 기업을 대상으로 한 하청 노조의 파업이 빈번하게 발생하면 원청 기업은 협력 업체와의 거래를 단절하거나 해외로 사업체를 이전할 수도 있다”며 “그로 인한 피해는 중소·영세 업체 근로자들과 미래 세대에 돌아갈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는 경영계의 우려를 이해한다면서 법 통과 후 6개월간의 준비 기간 동안 전문가 논의와 현장 의견 수렴 등을 통해 매뉴얼·지침 등을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의 지지를 업고 집권한 이재명 정부가 근로자들의 요구를 외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김영훈 노동부 장관의 말처럼 노동계가 파업을 남발하지 않고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대화와 타협의 문화를 정착시키는 노력을 한다면 이번 법 개정이 구조적 변화와 혁신의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명심해야 할 것은 일할 곳이 없다면 안전하고 건강한 근로 환경도 의미가 퇴색되고, 노동할 권리 보장도 무색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노사에 그 어느 때보다 역지사지의 자세가 필요한 때다. -
한미 FTA 13년만에 백지화…日·EU와 '원점'서 극한경쟁
경제·금융경제동향 2025.07.31 17:36:34“최악은 피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인 모건스탠리는 한미 무역 협상이 타결된 3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관세 리스크가 제거돼 조금 안도하는 수준”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관세 불확실성이 사라졌을 뿐 한국 경제에 여전히 많은 리스크 요인이 도사리고 있다는 뜻이다. ①미국 대 비미국 ‘블록화’=당장 이번 관세 협상을 기점으로 기존 세계무역기구(WTO)나 자유무역협정(FTA)과 같은 규범과 심판이 사라진 세상의 무역 지도를 재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한국, 일본, 유럽연합(EU), 영국 등 우방국과 중국·인도·브라질 등 신흥국을 철저히 분리해 대우하는 이중 관세 전략을 펼치고 있다. 우방국 상호관세가 15% 이하로 결정된 반면 인도(25%)와 브라질(50%)에는 고관세가 부과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 역시 아직 결론이 내려지지는 않았지만 20% 내외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이 같은 이중 관세는 결과적으로 글로벌 경제 블록화를 불러와 무역 지도를 흔들 수 있다. 송영관 한국개발연구원(KDI) 선임연구위원은 “현재로서는 동맹국에 낮은 관세율을 부과하는 기조로 해석되는데 이는 세계무역 지형의 권역별 세분화(fragmentation)를 촉발할 수 있다”며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한국·EU·일본·호주 등이 무역 시장에서 중국을 조금씩 배제하는 방향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단기적으로 보면 미국의 차별적 보복 조치에서 벗어나 우방 대열에 합류할 수 있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중국과의 경제 관계를 재설정해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는 의미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가령 미국의 대중국 관세가 20%로 결정되면 현지에 공장을 둔 우리나라 기업들은 철수를 하든지 생산을 줄여나가든지 선택을 해야 한다”며 “궁극적으로 무역 재편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②눈앞에 온 산업 공동화=3500억 달러에 이르는 대미국 투자 펀드 조성과 이에 따른 산업 공동화도 우리가 풀어야 할 또 다른 숙제다. 그동안 우리나라는 무역 쏠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EU·중국·동남아시아 등으로 투자와 거래선을 넓히는 전략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앞으로는 우리나라 한 해 예산의 70%가량을 미국에 투자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펀드가 ‘캐피터콜(투자 요청이 있을 때 자본금 납입)’ 형태로 구성됐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의 실제 투자가 집행되지 않을 경우 언제 미국이 관세를 다시 올린다는 경고장을 던질지 알 수 없다. 그렇지 않아도 국내 대기업들은 이미 투자 여력을 미국에 쏟아붓고 있다. 삼성전자가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반도체 팹에 2030년까지 370억 달러(약 54조 원) 이상을 투자하기로 결정한 바 있고 조선 업체들 역시 미국에 약속한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프로젝트에 따라 기술이전, 현지 조선 기업 인수 등에 나서야 하는 상황이다. 외교부 2차관을 지낸 이태호 법무법인 광장 고문은 “당분간 글로벌 자금이나 투자가 미국으로 쏠리는 현상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최악의 경우 한국에 지을 예정이었던 공장이 미국으로 옮겨가는 등 국내에서 산업 공동화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③FTA 이점 사라져=우리가 일본이나 독일 등 경쟁 국가에 가져왔던 FTA 이점 또한 사라지게 된다. 관세 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자동차의 경우 우리나라의 관세율은 영(0)에서 15%로 올라 일본(2.5%→15%)보다 출발선에서 앞섰던 일종의 사다리 효과가 없어지고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하게 됐다. 자동차 업계의 한 관계자는 “100m 경주에 비유해보면 10m는 앞서서 출발하다가 이제 같은 출발선에 서라는 의미인데 일본이나 독일이 우리나라를 또다시 따돌리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 세계 무역 시장은 이분화되고 미국 시장에서 이점은 사라지면서 ‘메이드 인 코리아’의 경쟁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④초격차 기술 없으면 변방으로=전문가들은 결국 기술 경쟁력이 해법이 될 수밖에 없다고 조언한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같은 편’에 끼워준 것도 반도체·조선·방산 등 핵심 산업에서 한국이 가진 기술력을 무시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조선이나 반도체가 없었다면 우리도 문전박대를 당하지 말라는 법이 없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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