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지컬 인공지능(AI) 패권 경쟁이 시작되면서 국내 부품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자동차·전자산업 등에서 쌓아온 부품 기술을 로봇 산업으로 확장해 신성장 동력으로 키울 기회를 맞았기 때문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모비스(012330)는 휴머노이드의 핵심 부품인 ‘액추에이터’ 기술을 미래 핵심 사업으로 낙점하고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자동차에서 쌓아온 자율주행·전동화 기술을 로봇 분야로 확장하려는 것이다. 현재 액추에이터의 디자인과 엔지니어링 단계 연구개발(R&D)을 고도화하는 한편 2027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로봇 간판 기업인 보스턴다이내믹스가 휴머노이드 ‘아틀라스’ 상용화를 2028년 내에 달성하기로 하면서 더 바빠진 모습이다.
현대모비스가 개발 중인 액추에이터는 로봇 관절이나 근육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로봇 전체 하드웨어 제작비의 40~60%를 차지한다. 현대차그룹은 2029년까지 보스턴다이내믹스로부터 로봇 3만 대를 구입해 미국 공장 등에 투입할 계획을 세운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제2의 스마트폰으로 불리는 휴머노이드 로봇은 범용성이 커 시장 가치가 무궁무진하다”면서 “부품 업계에도 ‘엘도라도’로 인식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조사 기관 베리파이드마켓리포트에 따르면 로봇 부품 시장은 지난해 124억 달러(약 17조 2670억 원)에서 2033년 238억 달러(약 33조 1415억 원)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자동차 부품 기업인 HL만도(204320) 역시 최근 휴머노이드 액추에이터 사업 진출을 공식화했다. 지금까지 완성차 부품은 물론 4족 로봇용 액추에이터를 양산하며 축적한 기술력을 토대로 휴머노이드 시장까지 진출하겠다는 것이다. 올해 우선 주요 고객사를 상대로 성능을 검증한 후 2029년부터 본격 양산에 들어간다. HL만도는 10년 후 로봇 액추에이터 등의 매출 목표를 2조 3000억 원으로 세워두고 있다.
전자 업계도 로봇 부품 개발에 불을 켜고 있어 삼성전기(009150)는 최근 노르웨이의 초소형 전기모터 업체인 ‘알바인더스트리즈’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했다. 휴머노이드 로봇의 손을 정밀 제어할 수 있는 구동 모터 기술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다. 아울러 최근 투자 재개를 결정한 멕시코 카메라 모듈 공장을 휴머노이드 시장을 공략할 미래 부품 생산 거점으로 키울 것으로 전망된다. 회사 측은 일단 멕시코에서 자동차용 카메라 모듈을 생산하다 로봇의 눈이 될 카메라 모듈로 옮겨간다는 전략이다.
LG이노텍(011070)은 보스턴다이내믹스와 아틀라스에 탑재될 ‘비전 센싱 모듈’을 개발하고 있다. 비전 센싱 모듈은 적녹청(RGB) 카메라와 3D 센싱 모듈 등 인식과 감지 역할을 하는 부품을 하나로 집약한 차세대 기술이다. 기존 스마트폰에 적용한 기술력을 로봇으로 확장해 나가는 것이다.
LG전자는 휴머노이드용 반도체 개발에 힘을 쏟고 있는데 산업통상부가 주도하는 ‘K온디바이스 반도체 프로젝트’에 참여해 국내 팹리스들과 함께 로봇과 가전 부문에서 각각 컨소시엄을 꾸릴 예정이다. LG전자는 이를 통해 로봇청소기 시장의 주도권을 회복하고 가정용 휴머노이드에 최적화된 칩을 선제 확보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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