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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능력 곧 확인할 것"…구두개입 후 20억弗 이상 매도한 듯[환율 안정대책]

[외환당국, 시장에 경고장]

연말 수입업체 달러 결제 마무리

김용범 정책실장까지 나서 총공세

환율 3년 1개월 만에 최대 낙폭

"원화 약세 심리진정에 도움" 평가

"하향세 이어질지 회의적" 시각도

크리스마스이브인 24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현황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오늘 많은 일이 있을 것입니다. 두고 보시죠.”

정부의 한 고위 관계자는 24일 오전 외환시장 개장을 앞두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날을 일종의 전략적 분기점으로 보고 시장에 확실한 환율 안정 능력을 보여주겠다는 의지를 다진 셈이다. 비슷한 시간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도 “이제는 말이 아닌 행동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오늘부터 좀 달라질 것”이라고 언론을 통해 강경한 메시지를 내놓았고 이어 김재환 기획재정부 국제금융국장과 윤경수 한국은행 국제국장 명의의 시장 안정 메시지가 나오면서 시장 안정에 방점이 찍혔다.



이번 시장 개입은 정교한 전략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는 게 시장의 판단이다. 최근 연말을 앞두고 수입 업체들의 달러 결제 수요로 환율이 연고점을 위협했는데 이러한 거래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으로 보고 당국이 이날 ‘디데이’로 택일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외환 당국이 약 20억 달러 규모의 실제 시장 개입까지 나선 것으로 추정했다.

실제로 이날 원·달러 환율은 외환 당국의 개입을 기점으로 흐름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오전 9시 환율은 전날 주간 종가보다 1.3원 오른 1484.9원에 개장하며 연고점(1487.6원)을 위협했으나 외환 당국의 구두 개입 발언이 전해지자 곧바로 수직 낙하했다. 9시 5분께 1465.5원까지 내려온 뒤 1460원대에 머물다가 오전 장중에는 1458.6원까지 떨어졌다. 이후 횡보 흐름을 보이다가 오후에는 1455.5원까지 떨어졌고 장 막판에 달러 매도세가 강화되며 전날 주간 종가보다 33.8원 내린 1449.8원에 오후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이 1440원대로 내려온 것은 11월 6일(1447.7원) 이후 처음이다. 낙폭은 3년 1개월 만에 최대 수준이다.



당국의 구두 개입 강도도 여느 때보다 강경했다는 게 시장의 분석이다. 당국은 “최근 원화의 과도한 약세는 바람직하지 않다.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종합적인 정책 실행 능력을 곧 확인하게 될 것”이라며 시장을 향해 사실상 경고장을 날렸다. 이는 2008년 금융위기 때 “필요하면 확실히 개입하겠다(강만수 당시 기재부 장관)” “정부 대응 능력에 의구심을 갖지 말라(김동수 당시 기재부 1차관)” 등의 발언보다도 강한 표현으로 평가됐다.

시장에서는 구두 개입뿐만 아니라 실개입까지 이뤄졌을 것으로 추정한다. 실개입은 외환 당국이 보유한 달러를 매도해 환율 상승을 억제하는 조치다. 한 외환시장 딜러는 “환율 흐름을 보면 당국이 20억 달러가량의 물량을 출회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외환 당국의 시장 개입이 당분간 환율 상승세에 브레이크를 걸어 레벨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봤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구두 개입을 포함한 정부의 다양한 외환 수급 대책이 한 방향으로 쏠려 있던 원화 약세 심리를 진정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연말 혹은 연초로 예상되는 국민연금의 환헤지도 본격화될 여지가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환율 하락 압력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애널리스트도 “정부의 개입에 달러 매수 심리가 누그러져 올해 말까지 환율 상단은 1450원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 상반기는 1380원에서 1460원 사이를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환율 안정세가 이어질지 회의적이라는 시각도 있다. 외환시장의 한 관계자는 “그동안 환율 상승을 이끈 주요인인 서학개미의 해외투자 흐름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원화 가치가 오르기 힘들다”고 말했다. 이어 “예전 사례를 보면 외환시장 개입 효과가 길지 않다"며 “실제로 올 2분기 정부가 외환시장에 개입해서 당시 1430원 하던 환율을 1380원까지 끌어내렸지만 다시 환율은 상승해서 1480원까지 올랐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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