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당국의 고강도 개입과 수급 안정 대책 영향으로 원·달러 환율이 하루 만에 30원 넘게 급락하며 1450원 아래로 내려왔다. 최근 환율 급등이 금융시장 불안 요인으로 작용하자 당국이 전격적으로 개입에 나선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일각에서는 구두개입에 더해 상당 규모의 실개입까지 병행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24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33.8원 급락한 1449.8원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환율 주간 종가가 1450원 밑으로 내려온 것은 11월 6일(1447.7원) 이후 약 한 달 반 만이다. 하루 낙폭(-33.8원)은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속도 조절에 대한 기대로 변동성이 컸던 2022년 11월 11일(-59.1원) 이후 최대치다.
이날 환율은 전장 대비 1.3원 오른 1484.9원에 출발하며 시초가 기준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3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장 초반에는 연고점(1487.6원)을 위협했지만 개장 직후 외환당국의 고강도 구두개입 발언과 함께 해외 투자자금의 국내 환류를 유도하는 수급 대책이 발표되면서 흐름이 급변했다.
오전 9시 5분께 환율은 1465.5원까지 수직 하락한 뒤 1460원대에 머물렀고 오전 장중에는 1458.6원까지 내려왔다. 이후 한동안 횡보하다가 오후 들어 추가 하락해 1455.5원 선까지 밀린 뒤 1449.8원에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당국의 개입 시점과 강도가 적절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연말을 앞두고 수입업체들의 달러 결제 수요가 대부분 마무리된 시점에 개입이 이뤄져 환율 안정 효과를 극대화했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외환 딜러는 “수입업체들의 달러 매수가 잦아든 상황에서 개입에 나서야 효과가 크다”며 “연말에는 통상 환율 거래량도 줄어드는 만큼 당국이 이날을 구두개입과 정책 발표 시점으로 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구두개입 외에 실개입 가능성도 거론된다. 실개입은 외환당국이 보유 달러를 직접 매도해 환율 상승을 억제하는 조치다. 또 다른 외환시장 딜러는 “장중 환율 흐름을 보면 당국이 약 20억 달러 안팎의 물량을 출회했을 가능성이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개입이 단기적으로 환율 레벨을 낮추는 데 기여할 것으로 봤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애널리스트는 “정부 개입으로 달러 매수 심리가 누그러지면서 연말까지 환율 상단은 1450원 선에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며 “내년 상반기 환율 범위는 1380~1460원을 예상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환율 안정세가 지속될지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한 외환 애널리스트는 “그동안 환율 상승을 이끈 주요 요인인 개인투자자의 해외 투자 흐름이 바뀌지 않는 한 원화 강세로의 전환은 쉽지 않다”며 “과거 사례를 보면 외환시장 개입 효과는 오래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2분기에도 정부 개입으로 환율이 1430원에서 1380원까지 내려갔지만 이후 다시 1480원까지 상승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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