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고환율 국면에서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해외 투자 마케팅을 제한하자 증권사들이 관련 이벤트를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각종 이벤트가 갑작스럽게 중단되자 투자자들은 “환율 급등의 원인을 진짜 서학개미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거 같아 황당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들은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해외투자 관련 신규 현금성 이벤트와 광고를 중단해야 한다. 금감원은 최근 현장점검 결과, 해외투자 고객 유치와 점유율 확대를 위한 과도한 이벤트 경쟁이 업계 전반에 확산됐다고 보고있다.
금감원은 올해 1~11월 주요 증권사의 해외주식 위탁매매 수수료 수익이 1조 9505억 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해외주식 계좌의 절반가량이 손실 상태라는 점을 들어 투자자 보호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에 따라 해외투자 중심의 영업 관행을 신속히 바로잡겠다는 입장이다.
조치가 알려지자 증권사들은 즉각 이벤트를 종료했다. 삼성증권과 키움증권은 해외주식 신규 고객에게 제공하던 현금성 ‘투자 지원금’을 중단했고 토스증권은 미국 주식 거래 시 수수료를 환급해주던 이벤트를 조기 종료했다.
유진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도 타사에서 해외주식을 옮겨 거래하면 현금을 지급하던 ‘입고 이벤트’를 중단했다. 미래에셋증권 역시 해외주식 관련 프로모션을 일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혜택 축소를 체감한 개인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졌다.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해외 주식 수요 억제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실제 외환 당국은 환율 급등의 원인으로 서학개미 영향이라고 발언한 바 있다. 서학개미 투자를 억제하기 위해 양도소득세 기준도 강화를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도 정부에서 나온 바 있다.
한 투자자는 “정부의 확장 재정 정책, 대미 투자, 경제 성장률 감소 등 원화가치 하락의 요인으로 지목되는 본질적 요소를 외면하고 서학개미 탓을 돌리는 걸 보니 황당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투자자는 “투자자들이 돈을 따라가는 건 당연한 것인데 이를 억제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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