셀트리온이 정맥주사(IV) 제형 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해주는 위탁생산(CMO)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지금까지 SC 제형 전환 기술은 미국 할로자임 테라퓨틱스와 국내 알테오젠이 시장을 양분해 왔지만, 제품 허가와 대량생산 경험을 두루 갖춘 셀트리온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지각 변동이 일어날 지 주목된다.
셀트리온은 8일 외부 제약사 의뢰 제품을 대상으로 SC 제형 전환 CMO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셀트리온은 자사 바이오시밀러 제품에 한해 SC 전환 기술을 적용해 왔지만, 앞으로는 할로자임이나 알테오젠처럼 외부 제약사에도 제형 전환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회사 관계자는 “자체 바이오시밀러의 SC 전환, 신약 파이프라인의 SC 적용, 외부 고객 대상 CMO 사업 확대 등 세 가지 축을 기반으로 SC 기술 중심의 성장 전략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SC 제형 전환 기술은 약 90분(유지요법 시 30분)이 소요되는 IV 제형 투약 시간을 5분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투약 편의성 개선뿐 아니라 일부 의약품에서는 안전성과 효능도 향상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존슨앤존슨(J&J)은 할로자임과 협업해 리브리반트SC 허가를 진행 중이며, MSD(미국 머크)는 알테오젠과 함께 블록버스터 의약품 키트루다의 SC 제형 허가를 이미 완료했다. 시장조사기관 프리시던스 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SC 제형 시장 규모는 2024년 361억 2000만 달러에서 연평균 7.62% 성장해 2034년 699억 4000만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셀트리온은 이미 자가면역질환 치료제인 짐펜트라(램시마SC)와 앱토즈마SC 등 다양한 SC 제형 바이오시밀러를 상업화한 경험이 있다. 다만 이들 제품에는 히알루로니다제 기반 기술이 아닌 자체 기술이 적용됐다. 반면 항암제처럼 약물을 대량 투여해야 하는 분야에서는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이 필수적이기 때문에 셀트리온은 해당 기술의 내재화에 힘써왔으며 올해 2월 항암제인 허쥬마SC의 임상시험에 돌입했다. 업계 관계자는 “셀트리온이 자가면역질환은 물론 항암제까지 포괄하는 SC 제형 기술 역량을 확보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업계는 셀트리온의 SC제형 시장 진출로 할로자임과 알테오젠이 양분해온 글로벌 SC 전환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할로자임은 세계 최초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기술을 상용화한 기업으로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해 다잘렉스, 허셉틴, 옵디보 등 다수 제품의 SC 제형화를 지원해왔다. 알테오젠 역시 키트루다를 비롯해 세계 최초로 ADC 의약품인 엔허투의 SC 제형을 개발 중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셀트리온은 SC 제형 의약품의 개발, 허가, 대량생산, 글로벌 공급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는 국내 유일한 풀 밸류체인 기반 기업”이라며 “단일 기술만 보유한 기업들과 구조적으로 차별화된 경쟁 우위를 확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특허 문턱이 변수다. 셀트리온의 SC 제형 기술이 할로자임의 ‘엔핸즈’ 기술과 유사하다는 평가가 있는 가운데 엔핸즈 관련 발효공정 특허는 2030년 만료된다. 셀트리온은 자사의 기술이 할로자임 발효공정과는 관련성이 낮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할로자임이 독일 법원에서 MSD를 상대로 제기한 판매 중지 가처분 신청에서 승소하며 키트루다SC 독일 판매가 멈추는 등 업계에서는 특허 분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셀트리온 자체 SC기술의 특허 기간도 중요할 전망이다.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SC 전환 기술을 활용하는 이유는 단순한 투약 편의성 개선을 넘어 특허 보호 기간을 SC 제형 기술 특허만큼 연장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셀트리온이 블록버스터급 의약품까지 CMO 고객으로 확보하려면 자체 기술의 특허 기간이 경쟁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할로자임은 최근 2040년까지 특허기간을 보유한 일렉트로파이를 인수했으며, 알테오젠의 하이브로자임 물질특허는 2043년까지 존속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에서는 휴온스랩, 아미코젠 등 다른 후발주자 기업들도 SC제형 개발에 착수해 초기 단계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1min9@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