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메뉴 공지 메일을 보고 일부러 점심 시작 시간에 맞춰 왔어요. 특식이 나오는 날이면 줄이 긴 편인데, 오늘은 유독 더 기네요”
지난달 26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에 있는 CJ프레시웨이(051500) 구내식당은 오전 11시 30분 점심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인파로 붐볐다. 입구에는 평소보다 세 배 이상의 긴 줄이 구불구불 이어졌고, 식당 곳곳엔 푸른 제주 바다 사진과 ‘향토정찬X명인 부정숙’이 적힌 현수막이 걸려 특별 메뉴가 나오는 날임을 한눈에 보여줬다.
이날 급식 메뉴로 제공된 ‘향토정찬’은 CJ프레시웨이가 처음으로 선보인 제주 특식이다. 제주 전통 음식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돌문어 고구마 영양밥 △삼겹살무찜 △고사리잡채 △무고기볶음 △양파마늘종장아찌 등 다섯 가지 요리를 한 상에 담았다. CJ프레시웨이는 제주특별자치도와 제주 경제통상진흥원, 제주 향토음식 명인 부정숙과 함께 ‘제주 향토음식 급식 메뉴화 프로젝트’를 추진해 메뉴를 개발했다.
이날 구내식당은 하루 평균 제공하는 약 600식보다 많은 700식을 준비했다. 매일 집계되는 직원 급식 메뉴 만족도에서 이날은 최근 3개월 평균(85%)보다 높은 92%를 기록했다. 특식이 나오는 날마다 구내식당을 찾는다는 한 임직원은 “다섯 가지 메뉴가 전체적으로 잘 어울려서 평소보다 잘 차려진 한 끼를 먹은 느낌”이라며 “팀 내에서도 오늘 매뉴는 꼭 먹어보자는 분위기였다”고 귀띔했다.
CJ프레시웨이는 지역 식재료를 일부 급식 메뉴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로컬 상생 활동을 해왔지만, 지역 고유의 음식 문화 자체를 급식 메뉴화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6개월 동안 조리법 기획부터 시제품 개발, 내부 시연회, 관능 테스트 등을 거치며 제주 고유의 맛을 구현하는 데 역량을 집중했다.
레시피를 개발한 부정숙 명인은 “간이 세지 않아 담백하고 슴슴한 매력이 제주 음식의 특징”이라며 “이번 프로젝트도 제주 전통 조리법을 살려 양념이나 향신료 사용을 줄이고 속이 편안하도록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구내식당을 돌아다니며 직원들의 반응을 직접 확인한 그는 “제주 향토음식의 건강함과 소박한 매력이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지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웃었다.
CJ프레시웨이는 향토정찬을 전국 급식장에 확대 공급할 예정이다. 급식 현장에서 복잡한 손질 없이 쉽게 활용할 수 있도록 대용량 밀키트, 원팩 포장, 반조리 및 완제품 등의 조리 간소화 상품을 개발했다. 상품별 조리 가이드와 매뉴얼도 함께 제공해 전국 어디서나 일정한 맛과 품질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한다는 설명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향토정찬은 제주 지역 고유의 식문화를 급식 서비스와 연결한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기획을 통해 급식장을 단순한 식사 공간이 아닌 식문화와 콘텐츠를 함께 누릴 수 있는 플랫폼으로 넓혀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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