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형 액티브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이 빠르게 팽창하면서 운용사 간 전략 차별화와 성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 운용 능력이 곧 성과로 직결되는 만큼 상관계수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3년 말 65개였던 국내 주식형 액티브 ETF 수는 전날 기준 127개로 2배 가까이 늘었다. 같은 기간 순자산은 2조 6352억 원에서 13조 1352억 원으로 다섯 배 가까이 불어났다. 시장이 급팽창하면서 운용사 간 경쟁은 더 심화했고 동일 비교 지수를 활용하더라도 종목 구성과 운용 철학에 따라 수익률 격차가 두 자릿수까지 벌어지는 사례도 나타났다.
미국 나스닥100 지수 기반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의 ‘TIMEFOLIO 미국나스닥100액티브’ ETF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9.87%로 같은 기간 ‘TIGER 미국나스닥100’의 12.63%를 소폭 밑돌았다. 최근 한 달 성과도 -6.30%를 기록해 기초지수를 그대로 추종하는 패시브형 대비 6%포인트 가까이 뒤처졌다. 가상자산 가격 조정 여파로 관련 성장주가 약세를 보인 점이 성과 차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반면 삼성액티브자산운용의 ‘KoAct 미국나스닥성장기업액티브’ ETF는 최근 3개월 20.23% 수익률을 올리며 경쟁사 대비 10%포인트 넘는 초과 성과를 거뒀다. 블룸에너지·마이크론·샌디스크 등 인공지능(AI) 연산 효율 개선에 필수적인 전력 인프라, 메모리 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한 전략이 효과를 냈다.
최근 포트폴리오 재조정 국면에서도 두 운용사 간 전략 차이는 뚜렷했다. 두 곳 모두 알파벳과 엔비디아 비중을 확대했지만 삼성액티브운용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데이터센터를 보유한 아카마이테크놀로지를 신규 편입했으며 최근 알파벳과의 협력 이슈로 주가가 오른 브로드컴 비중도 한 달 새 5%포인트 넘게 확대하며 차별화를 꾀했다. 반면 타임폴리오운용은 테슬라 비중을 줄이고 퍼스트솔라 비중을 4%대까지 높이며 재생에너지 업종 비중을 늘리는 전략을 택했다. 애플 비중 역시 한 달 전보다 1%포인트 이상 늘렸다.
중소형 운용사가 경쟁력을 입증하는 사례가 늘었다. 총 운용 순자산이 1000억 원도 안 되는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의 ‘마이다스 코스피액티브’ ETF는 최근 1년 수익률 65.73%로 비교 지수인 코스피 ETF(62.93%)를 웃돌았다. 경쟁 상품인 타임폴리오의 ‘TIMEFOLIO 코스피액티브(59.46%)’ 대비로도 5%포인트 이상 앞선 수치다.
업계에서는 액티브 ETF 운용 규제 완화 요구가 거세다. 삼성액티브운용은 액티브 ETF의 종목 편출입을 제한하는 상관계수 규제가 다양화를 막는다며 제도 개선을 공개적으로 건의했다. 상관계수 규제는 액티브 ETF가 벤치마크(기준) 지수와 지나치게 다른 종목을 담지 못하도록 편입 종목 간 상관계수를 0.7 이상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시장에서는 이 규제가 운용 전략을 획일화시키고 운용사 간 차별화된 포트폴리오 구성을 어렵게 한다고 지적했다. 운용 업계 고위 관계자는 “미국 뱅가드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지수형 ETF의 총보수를 극단적으로 낮춰 업계 1위에 도달한 것처럼 패시브 ETF는 가격 경쟁이 시작되면 중소형사가 구조적으로 버티기 어렵다”며 “대형사 독식이 고착되지 않으려면 액티브 ETF만큼은 규제 유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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