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 조선·반도체·방산을 제외한 국내 대부분 산업에서 신용등급 하향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원화 약세 고착화, 글로벌 수요 둔화, 구조적 업황 부진 등이 기업 전반의 재무 여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25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24일 열린 ‘무디스·한신평 미디어브리핑’에서 권기혁 한국신용평가 기업평가본부장은 “올해 달러인덱스가 약세였음에도 원화는 더 약한 흐름을 보였다”며 “금값 급등, 달러·스테이블 코인 승인 등으로 글로벌 통화 질서가 흔들리며 원화 약세가 고착화하거나 확대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화 약세의 배경으로 △미국과의 기준금리 역전 △2023년 이후 역전된 실질성장률 △최근 3년간 해외 주요국 대비 과도하게 늘어난 국내 유동성 △민간 해외 증권투자 급증 등을 꼽았다. 권 본부장은 “환율 상승은 수출에는 유리하지만 내수 구매력을 떨어뜨려 전체 경제에 부담”이라며 “정부·기업의 대미 투자 확대까지 겹치면 중장기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업종 전망도 밝지 않다. 한신평은 조선·반도체·방산을 제외한 업종 전반에서 수익성 둔화와 등급 하향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권 본부장은 석유·화학 업종에 대해 “중국 과잉생산, 글로벌 수요 부진으로 구조적 불황이 심화하고 있다”며 “차입 확대 속 현금이 줄어 단기 상환 능력까지 약화해 추가 등급 하락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건설·2차전지·철강 역시 지방 분양 부진, 미국 전기차(EV) 세액공제 종료, 중국 수요 둔화와 관세 강화 등으로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디스 역시 글로벌 산업을 둘러싼 신용 사이클이 이미 하향 국면에 진입했다고 진단했다. 숀 황 무디스 기업평가 부문 애널리스트는 “현재 글로벌 산업 전망은 전반적으로 부정적이며, 부정적 등급 전망이 긍정적 전망보다 많다”고 했다. 무디스는 또 글로벌 교역 둔화, 지정학·관세 리스크 확대, 미국 금리 인하 속도 불확실성 등을 내년 주요 신용 리스크로 제시했다. 이는 한신평의 진단과 맞물려 한국 기업들의 신용 환경이 전반적으로 더 거칠어질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ymjeong@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