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가 독점해온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 지형이 구글 등이 가세한 다극 체제로 전환되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계 2위인 삼성전자(005930)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전망된다. 최첨단 AI 반도체 제조를 대만 TSMC가 도맡아왔지만 추가 물량을 수용할 캐파(생산능력)가 없기 때문에 연이은 빅테크 수주를 통해 기술력을 증명하고 있는 삼성이 혜택을 볼 수 있어서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AI 반도체 가운데서도 최고 성능의 서버용 AI 가속기 생산 시장은 사실상 TSMC가 장악했다. 엔비디아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인 블랙웰은 물론 향후 나올 루빈 아키텍처 기반의 차세대 GPU 역시 TSMC를 통해 위탁 생산될 예정이다. 시장조사 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TSMC의 시장점유율은 처음으로 70%를 넘어섰다. 선단 공정이 필수인 AI향 제품만 놓고 보면 TSMC의 독주는 더욱 견고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다만 향후 구글 텐서처리장치(TPU)의 존재감이 커지면 이러한 TSMC 독점 지형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TSMC가 시장을 장악하고 있지만 동시에 더 이상 구글과 같은 빅테크의 대규모 물량을 받아주기에는 생산능력이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TSMC의 최선단 공정인 N3P는 최근 아이폰17 인기로 애플의 추가 생산 요청이 더해지며 완전 가동률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2인자 삼성전자를 향한 고객사의 관심이 높아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TSMC를 제외하면 2㎚(나노미터·10억분의 1m) 등 최첨단 공정 양산이 가능한 곳은 사실상 삼성이 유일하다. 삼성전자는 직전 공정인 3나노 공정에서는 고객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절치부심 끝에 2나노에서는 수율이 안정화되며 빅테크와의 계약에 성공하고 있다. 게다가 삼성과 구글은 오랜 협력 관계다. 현재 구글의 6·7세대 TPU는 TSMC에서 전량 생산되지만 과거 세대 제품은 삼성전자도 생산을 담당했다. 삼성전자의 선단 공정 기술만 궤도에 오르면 양 사 협력이 다시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업계 관계자는 “모든 빅테크는 멀티소싱이 기본이고 구글도 언제든 삼성과 다시 사업을 하고 싶어 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구글 TPU의 시장 지배력이 확장되면 엔비디아 공급망으로 형성된 엔비디아·SK하이닉스·TSMC 간 삼각동맹의 주도권이 옅어지고 대신 구글·브로드컴·삼성전자의 새로운 삼각동맹이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TPU 수요가 높아지면 TPU 칩을 설계하는 브로드컴, TPU에 고대역폭메모리(HBM)를 공급하는 삼성전자가 집중 수혜 대상이 되며 이들로 구성된 삼성전자·구글·브로드컴 신삼각동맹이 엔비디아 삼각동맹의 강력한 경쟁자로 부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별개로 구글 TPU의 외부 판매 선언은 국내 기업들의 HBM 판로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주문형반도체(ASIC) 역시 HBM 업계 1·2위인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의 HBM 공급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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