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005930)가 기존 소재에 대한 발상의 전환을 통해 전력 소모를 최대 96% 줄이는 낸드플래시 기술을 개발했다. 기술이 상용화되면 높은 저장 용량과 전력효율이 필수적인 인공지능(AI)용 데이터센터 등에서 활발하게 채택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전자는 반도체사업부문 산하 선행 연구소인 SAIT(옛 삼성종합기술원)와 반도체연구소 소속 연구진 34명이 공동 저자로 참여한 ‘저전력 낸드플래시 메모리용 강유전체 트랜지스터’ 논문이 세계적 학술지 ‘네이처’에 게재됐다고 27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산화물 반도체에 대한 오랜 인식을 뒤엎으면서 출발했다. 기존에 산화물 반도체는 반도체 회로의 트랜지스터가 커지는 일명 ‘문턱 전압’이 높아 고성능 반도체에는 적합하지 않은 물질로 여겨졌다. 하지만 연구진은 이 특성이 고용량으로 층수가 높아지는 낸드플래시 구조에서 전력효율을 높여줄 열쇠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문턱 전압보다 낮은 전류를 효율적으로 차단해 누설 전류를 통제하고 전력효율을 높여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낸드플래시는 데이터를 저장하는 공간인 셀이 직렬로 연결된 구조(셀 스트링 구조)다. 문제는 직렬로 연결된 구조 아래에서는 셀이 늘어날수록 누설 전류가 늘어난다는 점이다. 셀의 스위치가 꺼져 있는 상태에서도 누설 전류가 어느 정도 새어 나오기 때문이다. 또 단층이 높아질수록 읽기·쓰기에 드는 전력 소모도 함께 늘어난다.
연구진은 실제 이 기술을 통해 기존 낸드플래시 대비 전력 소모를 최대 96% 줄이는 메커니즘을 규명했다. 기존 낸드플래시 구조에서는 한계로 여겨졌던 부분들이 물질 개발과 구조적 이해를 통해 새로운 가능성으로 전환된 것이다.
해당 기술이 상용화되면 대규모 AI 데이터센터부터 모바일·에지 AI 시스템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전력효율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전력 소모가 감소하면 데이터센터 운영 비용 절감에 기여할 수 있으며 모바일 기기에서는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리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번 연구의 제1저자인 유시정 삼성전자 SAIT 연구원은 “초저전력 낸드플래시의 구현 가능성을 확인하게 돼 뿌듯하다”며 “AI 생태계에서 스토리지의 역할이 더욱 커지고 있는데 향후 제품 상용화를 목표로 후속 연구를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hjin@sedaily.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