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코스닥에 상장한 새내기 바이오 기업들이 1년도 안 돼 시가총액 1조 원을 잇따라 돌파하고 있다. 바이오 기업이 상장 첫해에 시총 1조 클럽에 입성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상장한 지 채 1년도 지나지 않아 시총이 1조 원에 육박하는 K바이오들은 글로벌 제약사로의 기술 수출, 실적 개선 등 가시적인 성과를 입증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국거래소가 상장 문턱을 높이면서 앞으로도 이같은 옥석가리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24일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5년간(2021~2025년) 코스닥 상장 바이오 기업들의 시총 추이를 분석한 결과 최근 로킷헬스케어(376900)와 오름테라퓨틱(475830)스가 1조 원을 돌파했다. 상장 첫해 시총 1조 원을 넘긴 바이오 기업이 등장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로킷헬스케어는 인공지능(AI) 장기 재생 플랫폼 기업으로 올 5월 코스닥 기술특례로 상장했다. 공모가 1만 1000원으로 상장 첫날 시총이 1426억 원에 불과했던 점을 고려하면 6개월 만에 7배 이상 급등한 셈이다. 오름테라퓨틱은 올 2월 상장해 9개월 만인 이달 초 시총 1조 원을 넘어섰다. 이외에도 올해 상장한 인투셀(287840), 프로티나(468530) 등도 1조 클럽 입성을 앞두고 있다.
올해 코스닥 시장에서 '시총 1조 클럽'에 합류한 바이오 기업은 총 7곳이다. 로킷헬스케어와 오름테라퓨틱 외에도 디앤디파마텍(347850), 씨어스테크놀로지(458870), 올릭스(226950), 지아이이노베이션(358570), 큐리언트(115180) 등이 시총 1조 원 고지를 넘어섰다. 올해 시총 1조 클럽 신규 가입사들의 특징은 입성 기간이 크게 단축됐다는 점이다. 실제 현재 시총 4조 원을 웃도는 보로노이는 2022년 상장 이후 1조 원 돌파까지 2년이 걸렸다. 큐리언트는 2016년 상장 이후 10여 년 만인 이달 1조 원을 넘어섰다.
올해 1조 클럽을 달성한 바이오 기업들의 공통점은 성장 가능성만이 아닌 가시적 성과를 시장에 입증했다는 점이다. 글로벌 제약사로의 기술수출이나 공동연구를 통해 기술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기술도입한 글로벌 제약사가 지속적인 개발 의지를 보이며 국내 바이오 기업의 파이프라인을 핵심 자산으로 삼고 있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구영권 스마일게이트인베스트먼트 대표는 "한국 바이오 기업은 기업·소비자간거래(B2C) 모델이 아닌 기업간거래(B2B) 모델로 승부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수출한 파트너사의 성과에 따라 국내 기업 평가가 달라진다"며 "오름테라퓨틱의 경우 기술수출한 브리스톨마이어스스퀴브(BMS)가 R&D데이에서 오름의 파이프라인을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강조해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시총 1조 클럽 유력 후보인 에이프릴바이오(397030)도 기술수출한 파트너사로부터 파이프라인 경쟁력을 인정받았다. 미국 에보뮨은 에이프릴바이오로부터 도입한 아토피 피부염 신약후보물질 ‘EVO301(APB-R3)’의 적응증을 궤양성 대장염으로 확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에서는 임상 2상 결과 발표가 나오기도 전에 다음 적응증을 공개한 것을 데이터에 대한 자신감 표시로 해석하고 있다.
명확한 사업 모델을 바탕으로 재무 실적을 입증한 것도 공통점이다. 로킷헬스케어는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69억 원, 영업이익 7000만 원을 기록하며 코스닥 상장 이후 2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했다. 세계 최초로 개발한 AI 기반 환자 맞춤형 피부재생 플랫폼을 현재 46개국에서 판매 중이다. 최근 보험 수가가 높은 미국 대형 3차 병원(HOPD)에서 ‘당뇨발’ 재생치료가 공공보험 급여 대상으로 공식 인정받기도 했다. 피부암, 연골, 신장 등으로의 적응증 확장도 기업 가치를 올리는 주요 요인이다.
씨어스테크놀로지는 올 3분기 매출 157억 원, 영업이익 68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의료 AI 기업 최초로 반기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돈 버는 의료 AI'로서 가능성을 입증했다. 실적 성장을 이끈 것은 AI 기반 입원환자 모니터링 플랫폼 ‘씽크’다. 지난해 초 대웅제약(069620)과 국내 독점 판매 계약을 체결한 후 빠르게 공급이 늘어나고 있다. 내년 1분기에는 최대 시장인 미국 진출을 앞두고 있어 글로벌 확장에 대한 기대감이 기업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최근 상장 문턱 높아져 검증된 기업만 상장하는 만큼 성장 속도가 빠를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상엽 LSK인베스트먼트 부사장은 "몇 년 전부터 상장 문턱이 높아지면서 자연스레 옥석이 가려진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상장을 앞둔 기업들도 이러한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에임드바이오는 기업공개(IPO) 수요예측 결과 시총이 약 7057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다관절 복강경 수술기구 기업 리브스메드도 시총이 최대 1조 36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시총 1조 클럽에 진입한 바이오 기업은 연구개발(R&D)은 물론 인수합병(M&A), 기술 도입 등 사업 확장의 여지가 넓어진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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