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브리싱 랠리(모든 자산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가 흔들리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이유는 미국 정부 폐쇄가 해제되면서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졌기 때문이다. 금리 인하 기대가 약해진 것은 위험자산에는 당연히 부정적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 폐쇄 기간 이후 미국 금리가 크게 오르지는 않았다.
위험자산 가격이 흔들린 이유는 다른 데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채권 발행이 본격화되면서 이제 미국 빅테크 기업들도 금리 인하 기대 변화에 흔들릴 수 있는 구조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올해 9월 오라클에 이어 지난달에는 메타가 270억 달러 규모의 채권 발행 계획을 공개했다. 이달에는 알파벳에 이어 아마존도 150억 달러 규모의 회사채 발행 계획을 밝혔다. 이제 ‘현금 부자’로 여겨지던 빅테크 기업들마저 돈을 빌려 데이터센터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이는 빅테크 기업들의 AI 수요에 대한 확신이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기도 하다. 더군다나 부채비율이 400%가 넘는 오라클을 제외하면 빅테크 기업들은 여전히 영업현금흐름만으로도 대규모 투자를 감내할 수 있다. 최근 4분기 누적 기준 4개 빅테크 기업은 2100억 달러 이상의 잉여현금흐름을 기록하고 있다.
문제는 ‘앞으로’다. 지금의 속도(영업현금흐름 연평균 30% 증가, 투자 60% 증가)로 투자가 계속된다면 2027년부터 이들 현금 부자 기업들조차 자금이 부족해지기 시작한다. 단순 계산으로 2028년에는 2000억 달러, 2030년에는 1조 4000억 달러 이상이 부족해진다. 연간 미국 국채 발행 규모가 2조 달러 전후라는 점을 고려하면, 향후 3~4년 뒤에도 빅테크 기업들이 지금과 같은 속도로 투자를 이어 갈 경우 데이터센터 관련 자금 수요가 미국 국채 시장에 필적할 만큼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다. 이는 미국 회사채 금리와 국채 금리 상승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기술은 발전할 것이고, AI 수요 또한 데이터센터를 넘어 다양한 영역으로 확대될 것이다. 지금 당장 이러한 금리 상승 위험을 금융시장이 모두 반영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AI가 반도체, 전력뿐 아니라 유동성까지 빨아들이는 시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AI가 모든 것을 집어삼키는 ‘블랙홀’이 될 수 있다는 걱정은 오히려 AI 버블 논란보다 더 현실적인 위험일지도 모른다. 수요 과잉이 아니라 공급 부족이 문제라면 AI 산업도 글로벌 경제도, 주가 상승 속도도 둔화될 수 있다. 공급이 부족하면 금리와 물가가 상당 부분 높아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러한 블랙홀 우려가 현실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있다. 그 기간 동안 공급이 부족한 분야를 중심으로 투자는 증가하고 각국 경기 사이클도 어느 정도 개선될 가능성이 높다. 공급 부족 현상은 주식시장을 ‘쉬게’ 할 요인은 될 수 있어도 곧바로 하락세로 돌릴 요인으로 보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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