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한 집값 상승 기대가 퍼진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릴 경우 실물경제보다는 주택시장만 자극될 수 있다는 한국은행 분석이 나왔다.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회의가 23일 예정된 가운데 집값 열기가 쉽게 식지 않아 금리 인하가 현실화되기 어려울 수 있음을 시사한 셈이다. 아울러 금리를 동결해 부동산발 금융불안을 막으려 해도 과도한 주택가격 기대가 꺾이지 않는 만큼 당국의 꾸준한 정책 의지가 필요하다는 조언도 제기됐다.
한은이 11일 공개한 '진단적 기대를 반영한 주택시장 모형 구축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주택가격전망 소비자동향지수(CSI) 자료 분석 결과 국내 주택시장 참가자들의 기대는 ‘합리적 기대’ 수준을 벗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은 그 원인으로 국내 부동산 시장에 자리 잡은 진단적 기대를 지목했다. 진단적 기대란 경제주체들이 주택가격 상승과 관련한 과거나 최근의 뉴스·경험을 선택적으로 회상해 경제 여건 변화와 무관하게 ‘앞으로도 오를 것’이라는 편향된 기대를 형성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이러한 기대가 형성된 상황에서는 통화정책의 파급 효과가 실물경제보다 부동산에 집중된다. 실제 한은의 모형 분석 결과 진단적 기대가 반영된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할 경우 주택가격은 합리적 기대 상황보다 56% 더 높게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국내총생산(GDP)과 투자, 소비는 각각 8%, 9%, 10% 낮게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한은은 지난해 10월부터 통화정책 방향을 완화 기조로 전환해 올해 5월까지 총 1.00%포인트 금리를 인하했지만 7·8월과 10월 세 차례 연속 금리를 동결하며 금융안정을 시도했다. 그러나 과열된 주택가격 기대가 좀처럼 꺾이지 않으면서 금융안정 효과는 제한적이었다는 평가다.
한은은 “진단적 기대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완화하려면 경제주체들이 과도한 주택가격 상승 기대를 형성하지 않도록 주택시장 관련 대책을 일관되게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경기 부진에 대응하기 위한 통화정책 완화 시에는 거시건전성 정책 강화를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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