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가 인도와 중국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현지 외국인을 처음으로 수장에 앉히는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중국은 법인 설립 23년, 인도는 29년 만의 일이다. 현지 사정에 밝은 전문가를 앞세워 신흥 시장인 중국과 인도에서 판매량을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현대차(005380)는 10일 중국 합작법인 베이징현대(BHMC)의 CEO(최고경영자) 격인 총경리 자리에 리펑강 전 FAW-아우디 부총경리를 영입했다고 밝혔다. 리펑강 신임 총경리는 1981년생(만 44세)로 나이도 젊다.
리펑강 총경리는 중국 칭화대에서 기계 설계·자동차학을 전공하고 2003년부터 FAW-폭스바겐에서 경력을 쌓았다. 22년간 판매사업부 전략·운영관리 총감독, 네트워크·교육 담당 부총경리 등 요직을 거쳤고 2023년 FAW-아우디의 최고운영책임자(COO) 격인 실행 부총경리로 승진해 실무 운영을 총괄했다. FAW-폭스바겐는 중국 디이자동차(FAW 그룹)와 독일 폭스바겐그룹의 중국 합작법인, FAW-아우디는 FAW 그룹과 아우디의 중국 합작법인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리펑강 총경리는 연구 개발 직무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전략 기획, 판매 운영 및 브랜드 구축을 아우르는 젊은 융합형 현지 인재"라며 "베이징현대에서 생산, 판매, 기획 등 업무를 전면적 총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는 리펑강 총경리 영입을 계기로 2017년 사드 사태 이후 장기간 이어져온 중국 시장 판매 부진을 극복한다는 방침이다. BHMC는 현대차와 베이징자동차그룹(BAIC)이 50대 50으로 설립한 합작법인으로 그동안 총경리는 현대차, 부총경리는 BAIC에서 임명하는 게 관례였다. 현대차가 23년 만에 이를 깨트린 것은 그만큼 현지화 전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리펑강 총경리는 FAW-아우디에서 회사가 중국산 내연기관차 럭셔리 시장 점유율 1위를 회복하는 데 기여한 경험이 있다.
2002년 중국에 진출한 현대차는 2016년 연간 판매량이 100만 대를 넘었지만 사드 사태 후 내리막을 걸어 지난해 16만9765대까지 떨어졌다. 올 들어서는 9월까지 14만1427대를 판매하며 지난해보다 많은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전의 계기를 만든 것이다.
현대차는 올해 중국 현지 전략형 첫 전기차 일렉시오(ELEXIO)를 필두로 2027년까지 총 6종의 현지화 전동 모델을 중국에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전체의 4%수준인 중국 판매량을 오는 2030년 8%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이는 6년 안에 판매 대수를 현 16만7000대에서 44만4000대로 3배 가까이 끌어올리겠다는 선언이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달 인도법인(HMIL)도 처음으로 인도인을 CEO를 앉혔다. 타룬 가르그 인도법인 COO(최고운영책임자)는 내년 1월 1일부터 CEO 역할을 맡는다. 가르그 신임 CEO는 인도 최대 완성차 기업인 마루티 스즈키에서 경력을 쌓았고 2019년 현대차 인도법인에 합류했다.
현대차는 CEO 교체와 함께 오는 2030년까지 인도에 총 4500억 루피(약 7조4000억 원)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금의 60%는 연구 개발에, 나머지는 공장 확충과 신차 개발에 투입된다. 아울러 2027년까지 인도 전략형 전기 SUV와 제네시스 모델을 출시하는 것을 포함해 2030년까지 26개의 신차를 내놓기로 했다.
현대차는 기존 첸나이 1·2공장에 더해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푸네 공장을 인수하면서 현재 인도에 연간 110만대 생산 체제를 갖췄다. 인도는 지난해 전체 글로벌 판매량의 15%(약 61만 대)를 책임졌는데 이 비중을 2030년에에도 유지해 약 82만5000대를 판매한다는 목표다. 현대차 CEO 호세 무뇨스 사장은 “인도는 현대차의 글로벌 성장 비전에서 전략적 우선순위에 있다"며 "2030년까지 인도는 현대차에 두 번째로 큰 시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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