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인 ‘KODEX 200’이 약 1년 만에 미국 대표 지수형 상품을 제치고 전체 순자산 1위에 등극했다. 올해 국내 증시가 폭등하는 가운데 개인투자자들의 추격 매수까지 몰리며 자금이 빠르게 유입된 결과로 풀이된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종가 기준 코스피200지수를 추종하는 KODEX 200 ETF의 순자산은 11조 1440억 원으로 미국의 대표 지수인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을 추종하는 ‘TIGER 미국S&P500’ ETF의 순자산(10조 8710억 원)을 넘어섰다. 미국 증시 투자 열풍으로 순위가 뒤바뀌었던 지난해 11월 13일 이후 약 1년 만이다. KODEX 200의 최근 한 달간 개인 순매수액은 8017억 원으로 전체 ETF 중 가장 많았다.
KODEX 200의 순자산 증가는 국내 증시가 강세를 보인 영향이 컸다. 대형주 비중이 높은 코스피200 ETF의 수익률이 코스피 상승률을 크게 앞서며 가파르게 불어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코스피 상승률이 72.37%인 반면 KODEX 200 ETF의 수익률은 86.42%에 달했다. 같은 기간 TIGER 미국S&P500의 수익률은 12.15%에 그쳤다.
ETF 시장 전체의 몸집도 빠르게 커졌다. 국내 상장 ETF의 순자산 총액은 전날 기준 280조 원으로 270조 원을 넘어선 지 불과 8일 만에 10조 원이 증가했다.
개미, 7거래일간 4.5조 폭풍매수…제2의 동학개미운동인가, 역사적 고점 상투 잡나
코스피가 4000선을 넘은 뒤에도 연일 고공 행진을 이어가자 개인투자자들이 ‘불장(불시장)’에 앞다퉈 올라타고 있다. 개미들이 7거래일 만에 4조 5000억 원을 코스피에서만 사들이면서 코로나 19 팬데믹 당시와 같은 제2의 ‘동학개미운동’ 열풍으로 이어질지, 역사적 고점에서 ‘상투’를 또 잡게 될지 시선이 엇갈린다. 특히 ‘이번에 놓치면 안 된다’는 불안 심리로 인해 ‘빚투’까지 증가하면서 시장 과열에 대한 우려도 확산되는 분위기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100.13포인트(2.37%) 내린 4121.74에 거래를 마쳤다. 올 9월 26일 미국의 금리 불확실성과 환율 불안으로 2.45% 급락한 이후 최대 낙폭이다.
이날 개인 순매수 규모는 2조 6880억 원으로 동학개미운동 당시인 2021년 8월 13일(2조 8040억 원) 이후 최대 일간 순매수 기록을 썼다. 개인들은 코스피 지수가 4000을 넘어선 지난달 27일부터 이날까지 7거래일 동안 코스피 시장에서만 약 4조 5000억 원에 달하는 주식을 사들였다. 마치 2021년 동학개미운동 바람이 불었을 때와 흡사한 모습이다. 주식거래 활동계좌 수 역시 전날 기준 9545만 9335개로 지난해 말(8656만 8337개) 대비 889만 개나 늘었다. 개설만 하고 거래가 없는 계좌는 제외됐는데도 지난해 동안의 증가분(874만 4887개)을 넘어서 1억 개에 육박했다. 투자자예탁금도 연초 54조 원 수준에서 3일 기준 86조 7704억 원으로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개인들이 이처럼 빠르게 추격 매수에 나서는 배경에는 국내 증시가 단순한 단기 반등이 아닌 구조적 전환을 맞이했다는 기대감이 깔려 있다. 코스피는 올해 들어서만 71.8% 상승률로 전 세계 1위다.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중심의 실적 기반 상승세와 정부의 자본시장 활성화 정책, 약달러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국면 등 세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국내 증시가 장기 상승 추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올 하반기 들어 AI 반도체 초호황이 국내 증시 상승 엔진 역할을 하고 있다. 글로벌 AI 기업의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폭증과 함께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덩달아 뛰며 국내 반도체 기업 실적이 빠르게 개선됐다. 실제 삼성전자 주가는 최근 한 달간 11% 넘게 올랐고 SK하이닉스 주가도 같은 기간 36% 상승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올 들어서만 240%가 넘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이 같은 복합적 요인이 맞물리며 국내 대표 지수형 상장지수펀드(ETF) 순자산도 급증했다. 전날 종가 기준 ‘KODEX 200’ ETF의 순자산은 11조 1440억 원으로 지난해 말(5조 4910억 원)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21년 이후 매년 5조~6조 원 수준을 유지하던 해당 ETF의 순자산이 올해 확연한 성장 국면에 진입한 것이다. 김종민 삼성증권 연구원은 “과거 사례를 냉정하게 살펴보면 코스피 4000 시대 정착을 위한 소화의 시간이 다소 필요한 시점”이라면서도 “투자 시기가 아직 늦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열기도 뜨거워지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일 기준 신용융자 잔액은 25조 4619억 원으로 올해 1월 말(16조 8392억 원)보다 50% 이상 늘었다. 2021년 9월 13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25조 6540억 원)에도 육박한 수준이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은 “본인 재산 중 무리가 되지 않는 선에서 투자에 나서는 게 가장 현명하다”면서 “이미 주식을 갖고 있는 데 고수익을 위해 빚을 내 투자에 뛰어드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금융 당국은 ‘빚투’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한 인식을 보여 시장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권대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한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청년층을 중심으로 빚투가 증가하는 현상에 대해 “그동안 너무 나쁘게만 봤는데 레버리지의 일종”이라고 말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단순한 유동성 장세가 아닌 구조적 전환의 시작이라는 데는 대체로 의견을 같이했지만 단기 과열 국면에 대한 경계심도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대호황과 글로벌 설비투자 사이클이 장기 확장 국면에 진입한 것은 맞지만 단기 급등 이후에는 차익 실현 매물이 언제든 나올 수 있다”며 “신용 잔액이 급증한 상황에서 조정이 시작되면 낙폭이 예상보다 커질 가능성도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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