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한 치킨집에서 성사된 이른바 ‘깐부회동’에서는 평소 보기 힘든 재계 총수들의 소탈한 모습이 포착돼 화제를 모았다.
이날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폐쇄된 공간이 아닌 개방된 식당에서 시민들과 함께 치맥을 즐기며 친근하게 소통했다. 세 사람의 모습에 매장 안팎에서는 환호와 박수가 쏟아졌다.
황 CEO는 자리에 앉자마자 두 회장에게 위스키와 인공지능(AI) 슈퍼컴퓨터 ‘DGX 스파크’ 등 선물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이후 주변 테이블의 손님들과도 자연스럽게 교류했다.
한 가족 단위 손님 테이블에서 치킨을 먹던 아이를 본 황 CEO는 “리틀 보이, 심심하지 않니?”라며 자신의 자리로 불렀다. 아이가 다가오자 황 CEO는 악수를 건넸고, 이 회장과 정 회장은 “내가 누군지 아니?”라고 연이어 물었다.
아이가 “이재용 회장만 안다”고 답하자 정 회장은 섭섭한 듯 웃으며 “아빠 무슨 차 타시니? 나는 아빠 차 만드는 아저씨야”라고 소개해 좌중을 웃게 했다.
조금 뒤 다른 테이블의 아이가 사인을 받으러 오자 같은 질문을 했고, 이번엔 두 회장을 모두 모른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정 회장은 “아저씨는 차 만들고, 이 아저씨는 휴대폰 만들어"라고 설명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 회장은 시민들의 셀카 요청에도 흔쾌히 응했다. 직접 휴대전화 구도를 잡아주며 포즈를 취했지만, 한 손님의 휴대전화가 아이폰인 것을 보고는 “갤럭시를 가져오셔야죠”라며 장난으로 촬영을 거절하기도 했다.
식사 중 식기가 부족하자 “사장님”을 직접 불러 수저와 포크를 챙겨오는 모습도 포착됐다.
이날의 하이라이트는 정의선 회장이 제안한 ‘러브샷’이었다.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정 회장이 자리에서 일어나 “제가 러브샷을 제안드립니다”라고 외치자 매장 안은 환호로 가득 찼다. 황 CEO와 이 회장이 일어나 팔짱을 낀 채 잔을 부딪쳤고, 황 CEO는 “맛있다”를 연발하며 미소를 지었다.
황 CEO는 한국식 ‘소맥(소주+맥주)’과 치킨 맛에도 연신 감탄을 표했다. 치킨이 나오자 시민들은 닭다리를 누가 먼저 집을까를 지켜봤고, 정 회장이 먼저 집자 황 CEO가 잇달아 다른 다리를 찾는 장면도 포착됐다.
양념치킨을 맛본 황 CEO는 너무 맛있다며 주위 테이블 손님들과 음식을 나누기도 했다. 닭다리를 뜯으며 “제가 너무 못나게 먹나요?”라고 묻자 손님들은 “잘생겼어요”, “귀여워요”라며 화답했다.
하이트진로가 이번에 출시한 소맥 제조기에서 술을 따르던 황 CEO는 “조금 싱겁다”며 기계에 직접 소주를 더 붓기도 했다. 이에 정 회장은 “‘테슬라(테라+참이슬)’가 폭탄주 중 가장 맛있다고 한다”고 맞받았다.
결제는 이재용 회장이 맡았다. 황 CEO가 “이 두 분이 돈이 아주 많다. 디너 이즈 프리(저녁은 공짜다)”라고 외치자 손님들은 ‘젠슨 황’, ‘이재용’, ‘정의선’을 연호하며 현장 분위기는 절정에 달했다. 약 200만 원가량의 1차 비용은 이 회장이, 2차 자리는 정 회장이 계산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는 이번 방한에 딸 메디슨 젠슨을 동행한 만큼 가족에 대한 짧은 대화도 나눴다. 치킨집 주인에게는 장소 제공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액자에 함께 사인을 남겼다.
세 사람의 테이블 옆에서 식사하던 한 20대 여성은 “이재용 회장과 정의선 회장을 옆에서 볼 줄은 꿈에도 몰랐다”며 신기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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