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부 장관이 국내 10대 그룹 총수와 대미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초청해 대규모 회동을 가졌다. 한미 정상회담 직후 열린 회동이어서 정상 간 논의 사항을 한국 기업인들에게 설명하며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과 마스가(MASGA·미국 조선업을 더 위대하게) 프로젝트 참여를 적극 독려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대미 투자 기업 근로자들의 비자 문제 해결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재계에 따르면 러트닉 장관은 한국 주요 기업인들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을 가진 데 이어 만찬을 함께했다. 러트닉 장관과의 만남에는 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과 최태원 SK(034730)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김동관 한화(000880) 부회장, 정기선 HD현대(267250) 회장 등 10대 그룹 총수들이 대부분 참석했다. 아울러 미국에서 사업을 하고 있는 인공지능(AI), 에너지, 조선, 방위산업, 소재 관련 기업 대표 100여 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러트닉 장관이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과 만찬을 주재하는 가운데 마코 루비오 미 국무부 장관도 동석했으며 맷 가먼 아마존웹서비스(AWS) CEO 등 미국 기업 대표들도 참석했다. 한미 관세 협상을 이끌었던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도 함께하며 신뢰 및 정서적 유대를 쌓은 것으로 전해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진행된 APEC CEO 서밋에서 김 장관과 러트닉 장관을 각각 ‘터프한 협상가’와 ‘훌륭한 협상가’로 평가하면서 추켜세운 바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대사관이 10대 그룹 총수와 주요 계열사 CEO들에게 초청장을 보내 만남이 성사됐다”며 “사실상 미국 정부가 참석자를 선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간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은 8월 말 미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열린 데 이어 2개월여 만이다. 당시 한국 기업들은 1500억 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후 벌어진 미국 조지아주의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차 합작 배터리 공장에 대한 근로자 구금 사태로 국내 기업이 대미 투자를 주저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전반적으로 행사 분위기는 우호적이었다. 류진 한국경제인협회장은 “(러트닉 장관이) 국내 기업인들에게 관세 협상 타결이 (합의에) 거의 다 왔다고 전했다”며 “(대미 투자와 관련해) 다 잘 진행되고 있고 전반적으로 좋은 얘기들이 오갔다”고 말했다. 만찬 도중 관세 협상 합의 소식이 전해지면서 분위기는 한층 밝아졌다. 러트닉 장관은 한국 기업들의 대미 투자에 감사를 표하고 미국 정부의 지원 의지를 재확인했다. 그리고 한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국내 기업인들에게 설명하고 추가적인 대미 투자도 당부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취임 후 본격화된 알래스카 가스전 사업에 한국 기업들이 적극 동참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번 행사에 알래스카 가스전 사업을 진행하는 글렌파른의 CEO가 참여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국내 기업 중 알래스카 가스전 개발 사업 참여를 밝힌 곳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현재 유일하다. 한 에너지 기업 관계자는 “사업성 여부가 중요하지만 미국의 요청이 있으면 사업 참여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스가 프로젝트에 대한 참여도 독려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 기업이 인수한 필리조선소는 앞으로 최고의 조선소가 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 부활에 한국 기업의 중요성을 인정한 만큼 러트닉 장관 역시 국내 조선 업체들의 적극적인 투자를 요청했다. 미국의 필리조선소를 인수한 한화오션과 헌팅턴잉걸스인더스트리(HII)와 군수지원함을 공동 건조하기로 한 HD현대 등에 추가 투자를 촉구하면서 다른 조선 업체들의 동참도 역설했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중국이 독점하고 있는 희토류 등 희귀 소재의 탈중국 공급망 구축에 한국 기업들이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고 저개발 국가에 대한 백신 지원 사업 참여도 기대했다. 아울러 러트닉 장관은 국내 기업들이 곤란을 겪고 있는 비자 문제의 조속한 해결 의지를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국내 기업들은 대미 투자를 재확인하면서도 미국과의 협력에 따른 중국의 제재 문제, 비자 문제 등 우려되는 애로 사항들을 전달했다.
한편 러트닉 장관에 이어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부 장관도 30일 한국 기업인들과 만남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재계 관계자는 “베선트 장관 역시 한국에 있는 만큼 총수 및 주요 금융인들과 만남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개별 만남 등의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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